이재명 “위성정당 불가능하게”···‘기득권된 민주당’과 선 긋기로 지지율 반등 노려

곽희양·탁지영 기자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왼쪽)이 9일 오전 서울 마포구 가온 스테이지에서 열린 ‘정당혁신추진위원회 출범식’에서 장경태 정당혁신추진위원장에게 혁신과제 1호 공모를 전달하고 있다. 국회사진기자단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왼쪽)이 9일 오전 서울 마포구 가온 스테이지에서 열린 ‘정당혁신추진위원회 출범식’에서 장경태 정당혁신추진위원장에게 혁신과제 1호 공모를 전달하고 있다. 국회사진기자단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는 9일 “국민 주권의지가 제대로 정치에 반영될 수 있게 위성정당을 불가하게 만드는 조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또 내년 3월9일 대선과 동시에 치러지는 국회의원 재·보궐선거 원인을 제공한 지역구에 민주당 후보를 내지 않는 ‘무공천’ 가능성까지 시사했다. 이 후보는 “(민주당이) 당원 의지가 반영된 전당인지에 대해선 매우 부족한 게 사실”이라며 ‘당내 민주화’를 강조했다. 지난달 민주당의 위성정당 창당을 사과한 데 이어, 기득권화된 민주당의 쇄신을 재차 주문하며 지지율 반등을 모색하려는 시도로 풀이된다. 민주당은 이날 정당혁신추진위원회를 출범시키며 이 후보의 쇄신 행보 뒷받침에 나섰다.

이 후보는 이날 서울 마포구의 한 공연시설에서 열린 민주당 정당혁신추진위원회 출범식에서 “우리가 위성정당이라고 하는 기상천외한 편법으로, 여야가 힘들여 합의한 대의 민주주의 체제가 실제로 한 번 작동도 못해보고 다시 후퇴해버린 것 같다”며 이같이 말했다.

민주당은 지난해 4월 총선 전 미래통합당(국민의힘 전신)의 비례위성정당인 ‘미래한국당’에 맞서 ‘더불어시민당’을 창당했다. 비례의석을 더 얻기 위해서였다. 준연동형 비례대표제를 골자로 한 공직선거법 개정안을 스스로 무력화시켰다는 비판을 받았다. 이 후보는 앞서 지난달 12일 이에 대해 “당의 후보로서 국민 여러분께 사과드린다”고 말했다.

이 후보는 또 이날 오후 국회에서 코로나19 대응 회견을 한 뒤 내년 3월 국회의원 재·보선 무공천 가능성에 대한 취재진 질문에 “검토 중”이라고 말했다. 후보를 내지 않을 수 있다는 가능성을 시사한 것이다. 현재까지 확정된 내년 3월 재·보선 지역은 5곳으로, 이 가운데 서울 종로(이낙연), 경기 안성(이규민), 충북 청주상당(정정순)이 민주당 소속 지역구였다.

이 후보는 이날 정당혁신추진위 출범식에서 “제가 매타버스(매주 타는 민생버스)로 전국을 순회하며 ‘민주당이 매우 느려진 것 같다, 기득권이 된 것 아니냐’는 말씀을 많이 들었다”고 말했다. 이어 “대화와 타협을 통해 합의와 결론을 이르는 것이 바람직하지만, 발목잡기로 성과 내는 것을 방해해서 반사이익을 얻기 위한 행태는 극복해야 할 일”이라고 했다.

이 후보는 또 다른 정치 개혁 과제로 ‘당내 민주화’를 언급하며 “정당의 주인은 당원인데, 당원 의지가 제대로 반영된 정당인지에 대해선 매우 부족한 게 사실”이라고 말했다. 이 후보는 정당혁신추진위에 “국민들이 ‘드디어 민주당이 변하는구나, 새로운 모양으로 거듭나는구나’라고 생각할 수 있도록 혁신위원들의 과감한 논의와 의제제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정당혁신추진위원장인 장경태 의원(초선·동대문구을·38)은 “과감하게 날렵한 개혁이 민주당의 역사이며 이재명 정신”이라며 “정치가 특권을 버리고, 특권이 국민께 돌아갈 수 있게 하겠다”고 말했다. 장 위원장은 동일 지역구에서 3선 연임 금지, 국회의원 면책특권 제한, 국민의 의사가 적게 반영(당원 90%·국민10%)되는 당 지도부 선출 구조 개편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정당혁신추진위는 22명의 위원 중 12명을 외부 위원으로 꾸렸다. 전체 위원의 평균연령도 40세다. 당 쇄신에 국민의 목소리를 적극적으로 반영하겠다는 취지다. 최연소 위원이자 하남시 청소년수련관 청소년관장인 김어진 위원(19)는 “젊은 세대를 어린 존재로만 보는 시선이 새로워지길 바란다”며 “정당은 다양한 목소리를 듣고 고민하고 함께할 수 있는 판을 깔아줘야 한다”고 말했다. 정당혁신추진위는 내년 1월까지 열흘에 하나씩 혁신과제를 발표할 계획이다.

이 후보가 정당혁신추진위에 힘을 싣는 이유는 기득권화된 민주당의 모습으로는 대선에서 이길 수 없다는 점을 고려한 것으로 보인다. 이 후보는 지난달 22일 “이재명의 민주당, 새로운 민주당을 시작하겠다”고 말한 뒤 줄곧 정치개혁과 당의 환골탈태를 강조해왔다. 당내에서도 ‘민주당의 기득권을 타파하는 이재명’이라는 프레임이 선거에 도움이 된다고 본다.

하지만 정당혁신추진위가 얼마나 과감한 정치개혁을 달성할 수 있을지에 대해 의문을 제기하는 시선도 있다. 민주당 주류인 ‘86세대’ 의원들의 험지 출마나 세대교체 등을 추동할 수 있을지 장담하기 어렵다. 가시적인 성과를 내놓지 못할 경우 ‘선거 때마다 하는 쇄신 쇼’라는 비판을 받을 수 있다.

정당혁신추진위의 활동이 표심을 끌어오는 데 한계가 있을 것이란 관측도 있다. 한 민주당 의원은 “지난달부터 이 후보가 강조한 민주당 쇄신에 대한 국민의 기대는 이미 현재 여론조사에 반영된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이동영 정의당 수석대변인은 이날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오늘부터 국회 정치개혁특별위원회가 시작됐다”며 “개혁 과제에 대해 말이 아닌 행동으로 보여주길 바란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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