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30 남초 커뮤니티는 왜 윤석열에 등돌렸나읽음

정용인 기자

보수에서 진보로 돌아서진 않았으나 정권교체 대세론 사그라들어

지난해 12월 20일 여의도 새시대 준비위원회 위원장실에서 열린 영입인사 환영식에 참석한 윤석열 국민의 힘 대선후보와  신지예 한국여성정치 네트워크 대표 김한길 위원장이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국회사진기자단

지난해 12월 20일 여의도 새시대 준비위원회 위원장실에서 열린 영입인사 환영식에 참석한 윤석열 국민의 힘 대선후보와 신지예 한국여성정치 네트워크 대표 김한길 위원장이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국회사진기자단

불과 며칠 사이에 벌어진 일이다. 윤석열 지지세가 봄눈 녹듯 무너져 내렸다.

정권교체 대세론을 펴던 주장들이 흔적 없이 사라졌다. 추가 기울었다. MLB파크 자유게시판 ‘불펜’에서 벌어진 일이다.

인터넷커뮤니티에서 MLB파크는 윤 후보 지지자들에겐 최후의 보루였다.

MLB파크와 FM코리아(펨코)는 문재인 정부 이후 커뮤니티 정치지형에서 보수, 그러니까 국민의힘 지지세(勢)에서 양대 축이었다.

FM코리아는 지난 경선 때 반윤석열이었다. ‘무야홍’, ‘불쾌한 홍짜기’ 홍준표를 밀었다. 경선이 끝났지만 윤석열로 넘어가지 않았다.

지난해 12월 30일 이 커뮤니티에는 이런 영상이 올라왔다.

“진심 후보 교체해야 한다. 안 그러면 우리는 이걸 봐야 함”

붉은 배경을 바탕으로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후보가 웃고 있는 영상이다. 영상에 삽입된 음악은 ‘소비에트 마치(Soviet March)’다. 냉전 시기 소련 군가 같은 분위기지만 실제로는 미국에서 작곡된, 게임 <커맨드 앤 컨커 레드얼럿 3>의 삽입곡이다.

이에 앞선 주초, 이 커뮤니티에 올라온 일요일 윤석열 후보의 배우자 김건희씨의 사과 영상에 신승훈씨의 노래 ‘아이 빌리브(I believe)’를 삽입한 유튜브 영상이 화제가 되기도 했다. ‘진정성 없이 연출된 영상’이라는 조롱이었다.

앞서 이재명 영상에 한 펨코 사용자는 다음과 같이 답글을 달았다.

“소비에트 마치 들으면 ㄹㅇ 이재명 뽑고 싶어짐 ㅋㅋㅋㅋ”

윤석열을 반대한다고 이재명을 지지하는 분위기까지는 아니었다. 1차적으로 이들이 요구하는 것은 후보교체였다.

지난 경선에서 자신들이 지지했던 홍준표이거나 최소한 유승민 등 다른 주자로 국민의힘 후보를 교체하지 않는 한 승산은 없다는 분위기였다. 현재도 대세는 후보교체이지만 최근 분위기가 많이 바뀌었다.

■ ‘찢·항대전’: 2030 커뮤니티의 관점

“TK 항 34.7%, 찢 33.2% 실화냐.”

12월 30일 펨코 정치/시사게시판에 올라온 글이다. 조원씨아이와 일요신문의 신년 여론조사 수치를 두고 올라온 글이다.

‘찢·항대전’은 여야 1~2위권 후보 싸움을 가리키는 말이다.

‘항’과 ‘찢’은 2030세대 커뮤니티에서 윤석열 후보와 이재명 후보를 지칭하는 별명이다. ‘항’이라는 별명은 지난해 10월 국민의힘 경선과정에서 불거진 ‘항문침 전문가’ 이병환씨가 윤 후보의 주요 행사일정을 수행하는 측근이라는 의혹에서 비롯된 별명이다. ‘찢’은 이재명 후보가 형수와 통화에서 한 육두문자 욕설에서 기인한다. 둘 다 멸칭이다.

최근 분위기가 바뀌었다는 건 ‘‘항’을 찍느니 ‘찢’을 찍겠다’는 사용자의 비중이 높아지고 있다는 점이다. 일종의 ‘전향’인 셈이다. 민주당 비판에서 윤석열 비판으로 콘텐츠 내용을 바꾼 유튜브채널 ‘찢성사이다’의 입장전환이 대표적이다.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후보와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가 지난해 12월 28일 서울 여의도 페어몬트 앰배서더 서울 호텔에서 열린 국가균형발전을 위한 지방소멸대응특별법안 국회발의 간담회 시작에 앞서 열린 사전환담에 참석해 대화를 나누고 있다. / 국회사진기자단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후보와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가 지난해 12월 28일 서울 여의도 페어몬트 앰배서더 서울 호텔에서 열린 국가균형발전을 위한 지방소멸대응특별법안 국회발의 간담회 시작에 앞서 열린 사전환담에 참석해 대화를 나누고 있다. / 국회사진기자단

정반대의 흐름도 있다. 루리웹의 속칭 북유게, 정치유머 게시판이다.

이 게시판의 공지글에는 지난 2017년 5월 4일 ‘레알명왕’ 명의로 올라온 ‘루리웹 회원 여러분! 안녕하세요 ‘명왕’ 문재인입니다’라는 제목의 글이 등록돼 있다. 강성 친문 입장이다.

이들도 ‘찢·항’이라는 멸칭을 공유하고 있다. 이들은 지난 민주당 경선에서 이낙연 전 민주당 대표를 지지했다. ‘찢’으로는 정권 재창출이 어렵거나, 대통령이 된다면 자신들이 지지하는 문재인 대통령의 등 뒤에 ‘칼을 꽂는’ 배신을 할 것으로 믿고 있다.

이 후보의 아들 동호씨 도박의혹, 대장동 개발 의혹 정보가 가장 먼저 공유되고 전파된 곳도 루리웹 북유게였다.

지지했던 이낙연 전 대표가 12월 27일 국가비전·국민통합위원회 위원장으로 이재명 후보와 함께 활동을 시작했지만, 이들 역시 후보교체 없인 이번 대선에서 민주당이 승리하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보는 시각이 대세다.

최근까지 이곳에서는 “후보교체가 안 될 바에는 ‘찢’을 막기 위해 ‘항’의 손을 들 수밖에 없지 않냐”는 흐름이 꽤 형성됐지만, 윤석열 후보의 지지세가 급속히 와해하면서 분위기는 주춤하는 형세다.

인터넷커뮤니티에서 왜 윤석열 지지 분위기가 갑작스레 무너지고 있을까. 당장은 윤석열 선대위에 ‘페미니스트’ 신지예씨가 영입된 것이 기점으로 보인다. 여기에 펨코등 2030인터넷 커뮤니티에서 결정적으로 방아쇠 역할을 한 것은 “더 이상 선대위에 참여하지 않겠다”는 이준석 국민의힘 당대표의 선언이다. 이준석 개인이 배제된 것이 아니라 그를 지지하는 2030세대 남성층을 배제하겠다는 메시지로 읽은 것이다.

선임 선대위원장을 맡았던 이준석 당대표가 자신이 의사결정 구조에서 배제되고 있다며 이른바 ‘패싱논란’으로 벌어진 상황에서 가로세로연구소(가세연)가 2013년 이 대표가 룸싸롱 성 접대를 받았다며 의혹을 제기했다. 지난해 12월 29일 열린 국민의힘 윤리위원회에 가세연은 2만8000여명의 당원서명을 받았다며 이준석 대표를 제소했다.

■ 이준석 논란, 윤석열 대권 위기로 이어질까

“논란이 절묘한 시점에 터진 것은 사실이다. 윤석열이 이준석을 치고 싶은 시점에 나온 의혹 제기인 것이다.”

봉성창 비즈한국 기자의 말이다. 그는 오래전부터 이번 가세연 의혹 제기의 바탕이 된 아이카이스트 사건을 취재해왔다.

가세연은 이준석 당대표를 탄핵하는 근거로 과거 이 사건을 취재한 ‘봉 기자 또는 국민일보 민주당 출입기자 둘 중 한명’이 자신이 취재한 내용을 민주당에 넘겼고, 이준석 대표는 그걸로 약점을 잡혀 민주당의 꼭두각시 역할을 해왔다는 주장을 폈다.

봉 기자는 “개인적으로 검찰수사 기록은 본 적 없고, 정치권에 인연을 갖고 있는 사람도 없다”며 가세연의 의혹 제기가 터무니없다는 입장을 밝혔다(가세연이 제기한 또 한 명의 민주당 커넥션 의혹 제기자인 국민일보 기자는 서울시 출입기자다).

그는 “김성진 아이카이스트 대표가 수감되기 전에 여러 군데 로비를 많이 했던 것은 사실”이라며 “검찰수사 기록이라는 곳도 확정된 사실이 아니라 이른바 김성진으로부터 피해를 받았다는 사람의 일방적인 주장”이라고 덧붙였다.

국민의힘 안팎에서는 이 논란이 실제 당 윤리위 제소·고소 공방으로 가더라도 이준석 당대표의 위상을 크게 흔들기는 어려울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오히려 주목되는 지점은 봉 기자의 언급에서 ‘윤석열이 이준석을 치고 싶은 시점’이라는 대목이다.

“문제는 윤 후보나 윤 후보 주변의 ‘윤핵관’이라고 부르는 사람들이 세대연합이 아니라 지역연합으로 가더라도 이길 수 있다고 착각하고 있다는 점이다. 과거 자유민주연합(자민련)처럼 TK와 충청도, 거기에 윤 후보의 외가가 있던 강원도가 연합하면 된다는 생각이다.”

이준석 당대표 당선 직후 ‘이준석 현상’ 분석서 <이준석이 나갑니다>를 펴낸 공희준 작가의 말이다. 그는 과거 영남 또는 호남, 충청과 같은 지방이 힘을 발휘하는 시대는 끝났다고 덧붙였다.

“그 조짐은 2016년 총선 때 이미 나타났다. 당시 문재인 당대표가 이끌던 더불어민주당은 호남에서도 (당시 국민의당에게) 참패를 하고도 1석 차로 승기를 잡았다. 흔히 민주당의 전국정당화가 이뤄진 선거라고 하는데 정확히 말하면 전국정당화를 당한 선거였다.”

그에 따르면 한국사회의 모든 권력이나 인구·문화에서 수도권·세대의 중요성이 높아졌고, 앞으로 이 경향은 더 뚜렷해질 것인데 윤석열 후보나 주변의 참모인사, 이른바 ‘윤핵관’은 지역연합만으로 이길 수 있다는 시대착오적인 판단을 했다는 것이다.

“젊은층일수록 지역보다는 세대나 젠더에 대한 귀속감이 더 높다. 지난번 국민의힘이 호남에서 지지율이 갑자기 높아졌을 때 그 동인은 20대남의 국민의힘 지지였다. 지금 상황은 지난 서울시장 보궐선거에서 이준석이 어렵게 구축한 세대연합이 깨지고 있다. 여전히 지역연합에 집착하고 있는 더불어민주당을 국민의힘이 이길 방도가 세대연합인데, 그 세대연합이 깨진다면 그 책임의 8할은 윤석열에, 2할은 이준석에 있다고 할 수 있지 않을까.”

가세연 폭로와 윤핵관 사태, 이준석의 선대위 활동 거부 등 일련의 사태에서 책임은 윤석열 후보와 이준석 당대표의 대립으로 귀착되며, 더 큰 책임은 형세를 잘못 판단한 윤 후보에게 있다는 주장이다.

“김종인을 제외하고 다 돌려보내면 된다. 대표적으로 윤핵관의 핵심으로 지목된 장제원이나 권성동이 정계 은퇴 선언을 하는 수준의 조치가 아니면 지금 상황을 돌이키긴 힘들다.”

이준석의 복귀조건으로 윤석열이 내놓을 수 있는 방도가 뭘까라는 질문에 대한 그의 답이다. 그는 이렇게 덧붙였다.

“어떻게 보면 지방선거 공천 등에서 시험제를 도입하겠다는 이준석의 주장이 의외로 이 사태의 원인일 수 있다. 나는 국민의힘 기득권파가 윤석열에게 달라붙은 이유 중 하나가 지방선거 공천권이라고 본다. 지방선거 공천권은 민주당이나, 국민의힘이나 기득권 정치의 중요한 비즈니스 모델이다. 정치기득권 세력의 입장에선 시험제 때문에 이준석에게 지방선거 공천권을 뺏기는 것보다는 차라리 정권을 창출하지 못하는 것이 나을 수도 있다.” 과연 그런 것일까.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가 12월 31일 서울 마포구의 한 음식점에서 김종인 국민의힘 총괄선대위원장과 오찬 회동후 자리를 나서며 기자들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박민규 선임기자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가 12월 31일 서울 마포구의 한 음식점에서 김종인 국민의힘 총괄선대위원장과 오찬 회동후 자리를 나서며 기자들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박민규 선임기자

■ ‘진보세대 지배’ 전망이 엇나간 이유

지난 2010년 민주당 당직자 출신인 유창오씨는 <진보세대가 지배한다>는 책을 냈다.

2002년 노무현 정권 탄생에서 핵심적인 역할을 했던 당시 2030대가 진보성향을 유지한 채로 3040대가 되면서 2040으로 불어난 진보세대들의 투표성향이 한국 정치 구도를 바꿀 것이라는 전망이었다. 다시 10년이 지났다. 2002년의 의 30대는 이제 50대가 됐다. 그는 지금의 상황을 어떻게 보고 있을까.

“그 ‘진보세대’는 깨졌다. 문제는 밑(20·30대)에서부터 흔들렸으니.”

유창오씨에 따르면 그 조짐이 처음 드러난 것은 2012년 대선이었다.

“당시 민주당 전략팀에서 패배원인을 분석한 보고서를 냈는데 투표결과를 성별로 보면 여성 30대 이상은 문재인보다 박근혜에 투표를 더 많이 했고, 50~60대는 남성보다 여성이 더 높았다. 한가지 재미있고도 이상한 점은 유독 20대 여성만 20대 남성보다 문재인 지지가 높았다는 사실이다.”

그가 내린 결론은 20대 여성부터 남성보다 훨씬 진보적이라는 것이었다. 그 뒤 역대 선거에서 낮았던 20대 여성 투표율이 계속 높아졌고, 20대 여성의 진보성향은 더 두드러졌다. 흥미로운 것은 젠더를 기준으로 나타난 대칭성이다. 2017년 대선 당시 20대 여성이 지지한 후보 2위는 심상정이었고, 5위는 유승민이었는데 남성은 유승민이 2위, 심상정이 5위였다.

“당장 인천국제공항부터 시작해 북한 문제, 젠더 문제 등이 제기되며 특히 20대에서는 젠더에 따라 다른 시각차가 두드러졌다. 핵심은 젠더 문제다. 그 결과가 지난 보궐선거다. 20대 남성은 국민의힘으로 가고, 안희정·박원순 사건에 실망한 여성은 민주당에서 이탈해 진보정당으로 갔다.” 그가 내린 결론은 이렇다. “진보세대가 지배하려면 그 이후 세대가 쭉 진보지향으로 간다는 것인데, 10년 전 20대의 경우 여성이 먼저 진보가 됐고, 그 반작용으로 남성은 보수화된 것이다. 젠더 구도로 나뉜 2030대는 이번 대선에서 새롭게 나타난 유권자 구도다. 내가 보기엔 여야 두 후보 모두 2030세대를 못 가져가고 있기 때문에 판은 거기서 결정될 가능성이 높다.”

결국 세대구도로 이번 대선을 본다면 이미 지지 후보를 결정한 윗세대(4050세대)나 그 윗세대(60대 이상)와 달리 아직 지지 후보를 확정하지 못했기 때문에 2030세대가 캐스팅보트를 쥘 가능성이 높다는 전망이다.

문제는 보수로 돌아선 2030대 남성이 세대 정치 이론에 따르면 다시 진보로 돌아서기는 쉽지 않다는 것이다. 젠더를 중심으로 나뉘는 경향은 아랫세대, 현 10대로 내려가면 더 강해지는 양상이다. 유창오씨는 “세대정치이론에 따르면 10대 후반에서 20대 초반, 넓게 잡아서 20대 후반에 형성된 정치의식이 그 이후에도 쭉 가는 것으로 말하고 있다”며 다음과 같이 덧붙였다.

“정치학자 잉글하트(Ronald Inglehart)에 따르면 인간의 욕구는 맨 처음에는 생존에서 시작해 그것이 해결되면 그다음으론 경제적 욕구에서 탈물질적 욕구로 나아가는 경향을 보인다. 다시 10대 말 20대 때 사람들이 희구하는 것은 그때 누렸던 것보다 누린 것 이상을 희망하는 속성을 갖는다. 예컨대 386세대는 독재시대에 살아서 민주주의를 갈망했다. 그 아래 현 40대 세대는 자신이 10대 말 20대 초반에 노무현 대통령을 경험했기 때문에 노무현 효과가 크다고 할 수 있다. 그렇다면 지금 20대 남자가 보수화된 건? 문재인 정부의 여러 정책을 보고 판단한 것이다. 가장 결정적인 것은 자기들 세대에 와서는 여자들이 할당제로 진학률도 높고 취업률도 낫다. 그런데 본인들은 군대도 가야 한다. 자기를 희생해서 대한민국을 지켰는데 이 정부는 너무 무시한다는 것이다. 마치 이 정부는 자기의 이념에 따라 북한처럼 한다는 것이다. 이대남은 이 정부가 진짜 빨갱이로 생각하는 것인데, 내가 민주당에 있을 때나 지금도 이런 쪽 사람들은 전혀 이해하지 못한다. 단지 애들이 또라이라서, 또는 ‘어떻게 그럴 수 있냐’고 말한다. 충분히 그럴 수 있다는 걸 민주당 쪽 사람들은 알아야 한다.”

<MZ세대라는 거짓말> 저자 박민영씨는 “2030세대를 단일한 유권자로 본다면 전체인구의 34%, 1494만명을 차지하겠지만 이들 세대의 남녀 니즈(needs)가 너무 다르기 때문에 통으로 묶는 것은 어불성설”이라고 말했다.

“남녀로 나뉘어 있다 보니 이 친구들은 보수화됐다기보다 성별로 나뉘어 결합이 안 되는 세대이며, 자신의 힘을 얻지 못한 과도적인 상황에 놓인 세대다. 이를테면 이들이 뭉친 커뮤니티도 공론화나 여론전에서 사이버전사 역할을 할 수는 있겠지만 이들이 보수주의 가치관을 진지하게 고민한다고 보기는 어렵다. 이들(2030대)이 페미니즘 이슈에 대해 확고한 신념을 가진 만큼 나머지에 대해서는 정돈되지 못한 입장인 것이다. 이른바 인터넷커뮤니티에서 표출되는 정서도 ‘나는 민주당이 싫으니 보수인 것 같아’ 정도로 보면 맞을 것 같다.”

■ 세대 젠더갭 ‘시각차’, 앞으로 줄어들까

장덕진 서울대 사회학과 교수는 지난 2018년 3월 경향신문 기고 칼럼 ‘젠더정치의 등장’을 통해 일찌감치 세대와 젠더로 정치구도가 재편될 것을 전망한 바 있다. 그에게 한국사회의 젠더에 따른 세대분열은 어떻게 될지 물었다. “대부분의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가 ‘젠더갭’을 경험했다. 페미니즘이 그 나라에서 전략적으로 다른 권리 주장의 한 부분으로 잘 자리 잡으면 젠더갭 문제가 해소됐다”는 것이 장 교수의 답이다.

예컨대 미국의 경우 페미니즘이 시민권운동의 한 부분으로 자리 잡았고 스웨덴은 노동운동의 한 부분이 됐다. 프랑스에서는 문화예술계를 중심으로 여성들이 내 몸에 대한 의사결정권을 주장하는 식으로 나라마다 다른 방식으로 자리 잡으면서 갈등도 사라졌는데 한국은 그러지 못했다는 것이다. 장 교수는 이렇게 덧붙였다.

“아직까지는 가설단계에 불과하지만 관련 학자들의 최근 연구를 보면 20대가 불완전 고용으로 불리한 위치에 놓여 있는데, 이것을 젠더별로 나눠보면 20대 여성에서 집중적으로 개선되는 반면, 20대 남성은 최근 몇년 사이에 더 안 좋아졌다는 점에서 이대남이 박탈감, 어려움을 느낄 객관적 여건이 존재하지 않는가 보고 있다.”

홍형식 한길리서치연구소 소장은 선거구도에서 2030세대의 움직임을 주목할 수밖에 없는 이유에 대해서 “현재 중도층이 대체적으로 2030세대의 부모세대들이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부모하고 자식이 싸우면 자식 이기는 부모를 봤나. 왜 그러냐면 2030세대의 말이 옳아서라기보다 미래사회는 그들이 살아가야 하는 사회이기 때문이다. 중도층은 달리 말하면 중산층인데 이들은 집도 있고 살 만큼 살았다. 하지만 그 자식세대는 집도 없고 앞으로 살날이 창창한 세대다. 이들의 이야기는 유권자 한 사람의 표 이상으로 귀를 기울여야 한다.”

그는 이준석 당대표와 갈등을 빚고 있는 현재의 국민의힘 상황에 대해서도 “한국의 보수당이 아직 정신을 못 차린 것”이라고 덧붙였다.

“왜 이준석이 당대표가 됐는지부터 다시 생각해봐야 한다. 자기들이 잘 했으면 30대에게 당대표가 넘어갔겠는가. 기성세대가 보수정당을 다 말아먹고 어린 이준석에게 당대표를 맡겼으면 ‘꼰대짓’을 하진 말았어야 한다. 이준석 당대표를 밀어낼 실력이 안 되니 윤석열에게 가서 바리케이드를 치고 이준석을 누르려고 검찰 조사기록을 들이민 것 아닌가. 윤석열이 당선되면 검찰공화국이 될 것이라는 우려가 있는데 그 모습을 국민의힘 내부에서 먼저 보여준 것이다. 이 과정은 그렇지 않아도 꼰대의심을 가지고 있던 2030세대에겐 강한 실망감으로 돌아올 것이고. 대통령 후보도 그렇지만 당대표도 국민이 위임한 것이다. 누구 마음대로 끌어내린다는 소리인가. 내가 보기엔 국민의힘은 아직도 정신을 못 차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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