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철수를 바라보는 민주당의 시선은 ‘의심’과 ‘불안’, 왜?읽음

곽희양 기자
안철수 국민의당 대선후보가 지난 3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중앙선거대책위원회의에 참석하고 있다. 국회사진기자단

안철수 국민의당 대선후보가 지난 3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중앙선거대책위원회의에 참석하고 있다. 국회사진기자단

더불어민주당이 안철수 국민의당 대선 후보를 의심과 불안의 눈빛으로 바라보고 있다. 안 후보의 최근 지지율이 10%안팎까지 오르며 대선판의 변수로 떠오르면서다. 민주당 내에선 윤석열 국민의힘 후보의 실책에 의한 반사이익으로 바라보는 시각이 다수지만 안·윤 두 후보의 선거 막판 후보 단일화 가능성을 염두에 두며 불안해하는 기류도 커지고 있다. 지난 10년 간 총선·대선 등 큰 선거에서 민주당에 직접적인 영향을 줬던 ‘안철수 정치’가 이번 대선에서도 엄습할 가능성이 크다며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는 것이다. 중도층 표심을 움직였던 안 후보의 부상이 민주당으로선 대선의 최대 악재가 될 수도 있다는 점에서 향후 ‘대 안철수 전략’을 놓고 절치부심할 것으로 전망된다.

안 후보에 대한 민주당의 위기감은 안 후보의 최근 지지율 상승세가 직접적인 원인이다. 6일 발표된 엠브레인퍼블릭·케이스탯리서치·코리아리서치·한국리서치의 지난 3~5일 여론조사 결과(1000명 대상, 표본오차 95% 신뢰수준 ±3.1%포인트,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를 보면, 이재명 후보는 36%, 윤석열 후보 28%, 안철수 후보는 12%를 기록했다. 이 기관의 지난달 27~29일 조사에서는 이 후보 39%, 윤 후보 28%, 안 후보 6%였다. 일주일 사이 안 후보 지지율이 두 배 올랐다.

민주당은 아직까지 안 후보의 선전을 윤 후보의 이탈표에 의한 반사이익으로 바라본다. 안 후보가 독자적인 힘으로 15% 이상의 지지율을 얻을 가능성을 낮게 보는 것이다. 민주당 선대위 핵심 의원은 “안 후보의 독자세력이나 정책 비전이 뚜렷하게 보이지 않는 것이 이유”라고 분석했다.

동시에 안 후보의 선전을 불안해하는 분위기도 역력하다. 갈 곳 잃은 중도층의 표심이 안 후보로 흘렀다고 보는 것이다. 그만큼 민주당이 중도층 확보에 여전히 어려움을 겪고 있다는 의미로도 해석한다.

민주당 입장에선 안 후보의 지난 10년의 정치가 민주당에 큰 변수로 작용해온 ‘흑역사’를 무시할 수 없는 측면도 작용한다. 2011년 10월 서울시장 보궐선거 당시 박원순 변호사에게 후보를 양보했던 안 후보의 지지율은 50%에 육박했다. 2012년 18대 대선에서 문재인 당시 민주당 후보에게 후보 단일화를 하며 양보했을 때도 그의 지지율 흡수는 문 후보에게 필요조건이었다. 2016년 4월 20대 총선에서 민주당의 핵심 지지 지역인 호남 의석 다수를 석권하며 국민의당 38석 확보를 이끌고, 2017년 19대 대선에선 21.41%로 3위를 차지했을 때도 안 후보 존재는 보수 정당보다는 민주당 지지층 일부와 중도층의 표심을 움직이며 민주당에게 악재가 됐다.

2020년 4월 21대 총선에 이어 지난해 4·7 서울시장 보궐선거에서 보수야당과 함께 하는 모습을 보이면서 실패를 거듭하긴 했지만 안 후보가 그동안 보여준 중도층 소구력과 함께 기성 정치권의 틈새에서 존재감을 지켜온 측면은 민주당으로서도 부인할 수 없는 부분이다.

이번 대선에서 안 후보의 존재는 야권 후보 단일화 정국의 구심점이 될 수 있다는 점에서 민주당에게는 최대 불안 요소로 꼽힌다. 민주당은 국민의힘이 선대위 쇄신을 마무리하는 대로 중도·무당층 확보를 위해 단일화 논의를 시작할 것으로 예상한다. 대선 후보자 등록기한(2월 13~14일) 전인 2월 초 단일화가 수면 위로 오를 것으로 내다본다.

민주당에선 안 후보가 최근까지 “단일화를 염두에 두지 않는다”고 단언하고 있는 만큼 야권 후보 단일화 성공 가능성을 낮게 보는 시각이 많다. 이들의 단일화가 순조롭지 않기를 바라는 기류도 읽힌다. 복수의 민주당 선대위 의원은 “안 후보의 지지율이 더 올라 3강 체제가 안착돼야 단일화 논의가 시작될 것”이라며 “두 후보가 정권교체라는 대의를 위해 자기를 희생할 가능성은 매우 적어 보인다”고 말했다.

민주당은 안 후보와 물밑 접촉을 하며 안 후보가 윤 후보와 가까워지는 것을 막는 작업도 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안 후보가 2014년 새정치민주연합 공동대표를 지낼 당시 그와 가까웠던 민주당 의원은 통화에서 “민주당이라는 같은 뿌리를 두고 있는 사이여서 정책 관련한 의견을 나누고 있다”고 말했다.

민주당은 안정적인 중도층 확보가 최선의 ‘안철수 대응 전략’이라고 본다. 또 다른 민주당 선대위 핵심 의원은 “2030대, 여성, 서울의 중도층에게 이 후보가 안정적인 대통령이라는 점을 계속 강조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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