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선캠프 격돌

“선제타격 말도 못 하나” VS “대선후보라면 신중해야”

김찬호 기자
천해성 평화협력위원회 공동위원장(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 캠프·왼쪽) 과 신범철 외교안보정책본부 총괄간사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후보 캠프)/우철훈 선임기자

천해성 평화협력위원회 공동위원장(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 캠프·왼쪽) 과 신범철 외교안보정책본부 총괄간사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후보 캠프)/우철훈 선임기자

대통령선거가 ‘녹취 폭로’ 정국으로 옮아가고 있다. 의혹 제기로 시작한 대선이 후보 및 가족의 ‘도덕성’ 문제에서 한발짝도 나아가지 못하는 모양새다. 유례없는 ‘비호감’ 선거는 유권자의 관심을 ‘오늘 또 무슨 폭로가 나왔나’에 쏠리게 한다. 이렇게 의혹 공방만 이어지는 사이 대선은 어느새 50여일도 채 남지 않았다.

후보의 역량을 파악하기에도 물리적 시간이 부족하다. 토론이 겨우 성사된 상황에서 상호검증을 기대하기도 어렵다. 결국, 유권자는 다음 대통령의 ‘정책 목표’보다 ‘누가 더 큰 잘못을 했나’를 기준으로 투표에 나서게 될 전망이다. 후보들의 공약이 무엇인지, 현실성은 있는지, 어떤 차별점이 있는지 등은 자연히 뒷전으로 밀렸다.

그러나 어떤 식으로든 정책에 대한 확인과 검증은 필요하다. 다음 5년 동안 발생할 모든 변화를 겪어내야 하는 것은 결국 유권자이기 때문이다. 이에 경향신문은 ‘각 캠프 정책담당자’와의 대담을 추진하고 있다. 집권 후 후보시절과 입장이 달라지는 경우를 대비해 기록이라는 ‘안전판’을 남겨두기 위해서다. 이미 위성락 실용외교위원회 위원장(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 캠프)과 김성한 외교안보정책본부장(윤석열 국민의힘 대선후보 캠프)을 만나 각 후보의 외교정책을 확인해 본 것도 이 때문이다.

▶관련기사-‘실용’이냐, ‘자강’이냐···이재명·윤석열 외교참모 격돌


후보가 아닌 정책담당자를 만나는 것은 현실적 제약을 고려했기 때문이다. 고도로 전문화된 현대사회에서 대통령 후보 한 사람이 분야별 사안을 모두 파악해 심도 있는 답변을 내놓기는 어렵다. 역대 대선후보 간 토론이 결론없이 주장만 되풀이하다 끝나는 것은 이 때문이다. 공약이 후보의 비전을 반영해 전문가들 손에서 탄생한다는 현실도 고려했다. 정치, 외교, 경제, 사회 등 각 분야별 전문가들이 캠프에 합류해 정책을 만들고 후보가 이를 선별해 발표하는 구조다. 그렇기에 대선까지 얼마 남지 않은 시간, 토론의 실효성 등을 감안할 때 가장 빠르고 정확히 정책을 파악하는 방법은 결국 공약을 만든 사람들의 설명이 된다. 이들이 대선이 끝난 후 각 분야의 실무를 진두지휘할 가능성이 높다는 점 역시 주요하게 고려했다.

외교에 이은 두 번째 ‘대담’ 주제는 ‘대북정책’으로 결정했다. ‘번영’과 ‘생존’이 함께 걸린 대북정책은 유권자가 반드시 관심을 갖고 지켜봐야 할 분야다. 평화통일이라는 이상과 북핵위협이라는 현실이 교차하기에 후보 간 차이가 가장 극명하게 드러나는 분야이기도 하다. 각 캠프를 대표해 천해성 평화협력위원회 공동위원장(이재명 캠프)과 신범철 외교안보정책본부 총괄간사(윤석열 캠프)가 대담에 나섰다. 공정성을 위해 사회는 양측이 모두 동의한 김흥규 아주대 교수가 맡았다. 지난 1월 19일 경향신문에서 2시간 넘게 이어진 대담에서 양측은 후보 발언과 공약의 당위성을 설명했다. 그 과정에서 날 선 비판이 오갔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오른쪽)와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후보가 지난 1월 18일 서울 여의도 CCMM빌딩에서 열린 2022년 소상공인연합회 신년인사회에 참석해 박수를 치고 있다./국회사진기자단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오른쪽)와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후보가 지난 1월 18일 서울 여의도 CCMM빌딩에서 열린 2022년 소상공인연합회 신년인사회에 참석해 박수를 치고 있다./국회사진기자단

-윤 후보의 ‘선제타격론’이 큰 화제가 됐다. 구체적으로 ‘언제’, ‘어떠한 의사결정 과정을 거쳐’, ‘무슨 방법’으로 선제타격을 하는 것인가.

신범철(이하 ‘신’) “해당 발언이 나온 상황적 맥락부터 다시 설명하고 싶다. 당시 발언은 ‘북한의 극초음속 미사일에 어떻게 대응할 것이냐’라는 질문에 대한 대답이었다. ‘현재 미사일 방어능력으로는 핵탄두를 탑재한 극초음속 미사일을 방어하기 어렵기 때문에 선제타격까지 고려할 수 있다’는 취지의 발언을 한 것이다. 이러한 맥락을 빼고 민주당 측에서 ‘선제타격’만 부각해 쟁점화하는 것은 부당한 공세다.”

-선제타격을 정책적으로는 고려하지 않는다는 의미인가.

“선제타격은 문재인 정부에서도 ‘전략적 타격’이라는 용어로 발전시키고 있는 전략이다. 이른바 3축 체계(Kill Chain·KAMD·KMPR)의 일환인데 윤 후보는 극초음속 미사일이 1분 내 남한에 도달해 요격이 힘들다고 알려져 있기 때문에 선제타격 필요성을 언급했다. 반대로 생각해보라. 북한이 극초음속 미사일을 시험발사 하는데 ‘요격이 불가능하니 아무런 방법이 없다’고 말하는 게 맞는 것인가. 북한이 탄도미사일 발사 등을 통해 정치적 메시지를 내고 있는 상황에서 한국의 정치지도자가 그런 말 한마디 못 한다면 당당한 외교라고 할 수 있나. 다시 말하지만 ‘질문에 적절한 대답을 찾는 차원’에서 나온 발언이었다. 일촉즉발의 위기상황을 가정해 기존의 3축 체계의 일환으로 선제타격(킬체인)을 말한 것이다.”

*3축 체계는 북한 핵미사일에 대응하기 위한 작전계획으로 선제공격(킬체인), 한국형미사일방어(KAMD), 대량응징보복(KMPR)으로 구성된다.

-‘선제’라는 용어가 핵심인데 분산된 북한 핵시설을 동시에 정밀타격하는 것이 가능한가. 만약 하나라도 놓칠 경우 반격으로 심각한 피해가 예상되는데.

“적의 공격이 임박했을 때 선제공격한다는 말은 우리의 ‘자위권’을 포함하는 것이다. 북한이 핵무기를 사용한다는 급박한 위협이 있을 때 킬체인을 활용해 이를 제거한다는 의미다.”

-윤 후보 발언의 진의와 관계없이 해당 발언을 두고 갑론을박이 오간다. 이 후보는 ‘화약고 안에서 불장난하는 어린이’라고 비판했는데.

천해성(이하 ‘천’) “선제타격이 질문에 답변하는 과정에서 나온 말이라고 해도 미사일 발사징후를 포착하고, 해당 미사일에 핵탄두가 실려 있고, 이 미사일이 남쪽으로 발사된다는 것까지 전제로 해야 가능한 발언이다. 대통령 후보나 정치지도자가 꺼내기에는 너무 위험한 측면이 있다. 공포의 연쇄효과라는 말이 있다. 위기상황이 고조될수록 상호 선제타격 유혹이 커진다는 의미다. 그렇기에 이러한 발언은 신중하게 해야 한다.”

*윤 후보 측은 선제타격 발언이 “질문에 대답하는 과정에서 나온 말”이라는 설명을 강조했다. 구체적으로 검토된 정책이 아닌 만큼 ‘북한이 반격할 여력을 상실할 정도의 압도적 타격이 가능한지’, ‘분산된 북한 핵시설을 파악할 감시정찰 능력은 있는지’, ‘선제타격을 결정하기 위한 미국과의 전시작전권 협상은 어떻게 할 것인지’ 등의 준비한 질의로 넘어갈 수 없었다. 사회를 맡은 김 교수는 “외교안보는 작은 사안이라도 국가의 운명을 좌우할 수 있는 만큼 대선후보들의 발언은 신중하고 의미가 명확해야 한다”며 “구체적 논의 없이 국민적 논란을 야기할 수 있는 발언은 자제해야 한다”고 말했다.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2018년 4월 27일 판문점 중립국감독위원회 회의실 사이에 있는 군사분계선 북측 지역으로 넘어 갔다가 다시 남측 지역으로 넘어오고 있다./서성일 기자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2018년 4월 27일 판문점 중립국감독위원회 회의실 사이에 있는 군사분계선 북측 지역으로 넘어 갔다가 다시 남측 지역으로 넘어오고 있다./서성일 기자

-문재인 정부의 대북정책을 어떻게 평가하나.

천 “이 후보 선대위의 평화협력위원회 공동위원장 자격으로 대담에 참석했지만 문재인 정부의 통일부에서 2년간 차관으로 일했다. 문재인 정부가 탄핵으로 출범했을 당시 상황을 되돌아보면, 남북 연락채널은 차단돼 있었고 회담도 없어진 지 2년 가까이 된 상황이었다. 동시에 북한의 미사일, 핵능력은 계속해서 고도화됐다. 평창올림픽을 계기로 남북정상회담이라는 반전을 만들어낸 건 성과라고 생각한다. 다만 북미대화가 풀리지 않으며 결과적으로 돌파구를 마련하지 못한 채 교착 국면이 현재까지 이어지고 있다. 북핵 문제나 남북관계 개선의 가시적 성과가 추가로 나오지 않는 상황은 아쉬움이 남는다. 그럼에도 9·19 군사합의를 통해 군사적 긴장을 완화하고, 아직까지 별다른 충돌이 없는 상황을 지속해오고 있는 측면은 긍정적으로 평가하고 싶다. 한반도 상황을 안정적으로 관리하면서 다음 정부에는 과제를 넘겨줬다고 생각한다.

-과제는 어떤 것을 의미하나.

“한반도 비핵화, 평화정착과 관련된 것들이다. 앞으로 한국에서 어떤 정부가 출범하든 판문점 선언이나 북미 간 싱가포르 합의 등을 존중할 수밖에 없는 토대를 만들었다. 이러한 조건에서 다음 정부가 남북관계를 어떻게 풀어나갈지 과제가 남아 있다는 의미다.”

-윤 후보 측은 어떻게 보나.

“비판할 수밖에 없다. 문재인 정부가 북한 문제와 관련해 여러 의지를 가지고 출범한 것은 사실이다. 다만 북한의 비핵화 의지를 오판했다고 본다. 비핵화 의지를 파악하지 못한 채 대화를 함으로써 북한 핵능력을 고도화하는 시간만 준 셈이다. 문재인 정부가 시도한 신경제 지도, 평화협정 등에서도 진전을 이루지 못했다. 남북관계는 주변 여건을 잘 조성하고 북한의 실질적 변화로 이끌어내는 방식으로 접근해야 했는데 문재인 정부의 대북정책은 지나치게 북한 중심적이었다. 정부가 북한의 억제나 대화 모든 측면에서 제대로 된 역할을 하지 못했다고 본다.”

-새로운 대북정책은 무엇인가. 이 후보의 정책이 ‘문재인 정부 대북정책 2.0’ 아니냐는 비판도 있다. 공통점과 차이점을 각각 설명해달라.

“과거 김대중·노무현·문재인 정부에서 추진해왔던 대북정책, 비핵화 정책을 계승한다는 점이 공통점이다. 계승은 하되 부족하고 아쉬웠던 부분은 보완하고 발전시켜 나갈 것이다. 이러한 측면에서 가장 큰 차이점은 일반 국민의 인식이나 우려를 적극 반영할 생각을 갖고 있다는 점이다. 북한의 탄도미사일 발사는 엄밀히 말해 안보리 결의 위반이다. 이러한 도발 행위를 단호히 규탄하고 대화로 복귀할 것을 촉구할 것이다. 북한의 잘못된 행동을 분명히 지적하고, 시정을 요구하겠다는 의미다. 또 대북정책은 여야 협치도 중요하다. 지속가능한 남북관계는 정부가 바뀔 때마다 정책을 바꿔서는 달성할 수 없다. 이 후보는 여야 협치로 대북정책을 추진해 이러한 문제를 해결한다는 생각이다. 실제로 주요사안을 여야 지도자 간에 공유하고 정책 추진 방향도 사전에 야당과 협의해 대북정책을 추진하겠다.”

-반면 윤 후보의 대북정책은 ‘이명박 정부 비핵·개방 3000의 2.0’이 아니냐는 비판이 있다. 차이점이 무엇인가.

“비핵·개방 3000과는 다르다. 이명박 정부도 출범 이후 비핵·개방 3000을 상생과 공영으로 이름을 바꾸고 대화를 강조하는 방향으로 전환하는 과정에 있었다. 그 시점에 금강산 총격 사망 사건이 발생하면서 교류와 협력이 끊기고 5·24 조치로 이어졌다. 윤 후보는 기본적으로 북한의 고도화된 핵능력을 감안할 때 ‘비핵화’를 간과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다만, 비핵·개방 3000과 달리 필요한 부분에서는 협력도 할 수 있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비핵화가 진전되지 않으면 어떠한 협력도 하지 않겠다는 것이 아니라 인도적 지원 같은 대북제재와 충돌하지 않는 부분에 한해서는 북한과 협력도 추구한다는 방침이다. 비핵화가 실질적으로 진전되면 경제지원도 가능하다. 이산가족 상봉이나 납북자 송환 등의 부분도 협력해 함께 추진하려고 한다. ‘북한의 비핵화를 유도하기 위해 먼저 제재를 완화할 것이냐’, ‘북한 비핵화가 진전이 있을 때 완화할 것이냐’ 하는 점이 이 후보와의 근본적 차이라고 생각한다. 윤 후보는 그 부분에 있어서 완전한 비핵화에 이르기 전까지는 제재를 유지한다는 방침이다.”

-이 후보 측도 차이를 인정하나.

“그렇지 않다. 윤 후보 측 발언은 오해가 있다. 이 후보는 북핵 문제 해결에 도움이 된다면 제재에 유연하게 접근하자는 것이지 아무런 상황 변화도 없는데 제재부터 완화하자고 말하는 것이 아니다. 비핵화와 이에 상응하는 제재완화 등의 조치는 동시이행이 전제다. 북한이 제재완화 이후 약속을 이행하지 않을 때를 대비해 ‘스냅백 조항(합의 위반 시 제재를 복원하는 조치)’이라는 안전장치까지 고려하고 있다.”

-스냅백 조항의 실효성을 두고는 이견이 많은데.

“스냅백 조항은 두가지 문제가 있다. 우선 스냅백 조항의 발동조건 자체가 누구에게 더 유리하냐는 측면이다. 스냅백 발동 조항이 북한에 불리할 경우 북한이 해당 합의를 하려고 하겠나. 두 번째는 합의를 이루더라도 실질적으로 스냅백 조항을 가동할 수 있느냐 하는 측면이다. 막상 스냅백 조항을 발동하려는데 중국이 동참하지 않으면 조항 자체가 사문화될 수도 있다. 스냅백은 북한과의 합의에서 반드시 포함해야 할 조항이지만 이러한 구조적 문제를 해결하지 않는다면 실효성에서 문제가 생길 수 있다. 스냅백을 북한 제재완화의 명분으로 이용해서는 안 된다.”

천 “그런 식으로 따지면, 모든 국가 간 합의나 조약이 의미가 없을 수 있다. 스냅백이 실효성이 있느냐는 우려는 이미 보완책이 있다. 미국의 ‘양자 제재’나 ‘제3자 제재(세컨더리 보이콧)’는 중국의 제재 이행을 압박할 수단이 된다. 게다가 이 후보가 생각하는 해법은 스냅백 조항 자체보다 단계적 합의와 동시이행에 맞춰져 있다. 이는 바이든 행정부의 대북 정책과도 일맥상통한다. 한 번에 완전한 합의가 어렵기 때문에 단계적 합의를 하고, 그 안전장치로 스냅백 조항을 넣는다는 것이다. 제재완화는 북한을 비핵화로 유도하는 주요한 계기로 작용할 수 있다. 무책임하게 제재완화만 하자는 것이 아니라, 북한 비핵화 조치와 스냅백을 포함한 제재완화를 동시에 하자는 것이다. 최소한 이러한 유인 정도는 제공해야 북한과의 협상틀을 만들 수 있다.”

신범철 윤석열 캠프 외교안보정책본부 총괄간사, 김흥규 아주대 교수, 천해성 이재명 캠프 평화협력위원회 공동위원장(왼쪽부터) / 우철훈 선임기자

신범철 윤석열 캠프 외교안보정책본부 총괄간사, 김흥규 아주대 교수, 천해성 이재명 캠프 평화협력위원회 공동위원장(왼쪽부터) / 우철훈 선임기자

-종전선언은 어떤가. 문재인 정부 임기 내에 달성이 어려우면 계승할 생각도 있나.

“종전선언의 필요성·유효성이 있다고 본다. 남북이 당사국 간 신뢰를 회복하고, 평화체제를 구축하는 계기가 될 수 있다. 특히 중요한 것은 종전선언이 비핵화 진전에도 기여할 수 있다는 것이다. 종전선언 자체를 목표로 삼기보다 종전선언 이후, 비핵화 프로세스를 추진하고 이에 상응하는 조치를 취하는 계기로 삼았으면 한다. 문재인 정부에서 노력하고 있기 때문에 진전이 있기를 바라지만 만약 다음 정부에 넘어가게 된다면 종전선언 프로세스는 이어받되, 비핵화가 따라올 수 있도록 여러 전략적 접근은 보완할 생각이다.”

신 “종전선언을 두고 미국과 문안 합의를 이뤘다는 보도가 있는데, 사실 미국은 동맹국인 한국 정부의 요청이 있으면 대부분 응하는 모습을 보여왔다. 종전선언 문구를 합의했다는 것도 그러한 차원에서 요청에 응했다는 것 정도로 보고 있다. 미국이 합의한 종전선언은 정치적 선언이고, 주한미군이나 유엔사에 영향을 미치지 않을 것이라고 현 정부는 얘기한다. 실제로 주한미군과 유엔사의 존재에 영향을 끼치지 않고, 비핵화 진전을 이뤄낼 수 있다면 지지도 얼마든지 가능하다. 그런데 현실은 북한이 종전선언을 비핵화나 평화정착의 마중물로 사용하는 것을 거부하지 않나. 북한이 종전선언의 조건으로 요구하는 이중기준 철폐, 적대시 정책 폐기 등으로 문재인 정부의 종전선언 추진은 지난해 10월 이후로 현실적으로 어려워진 상황이다. 그럼에도 문재인 정부는 의도했든, 그렇지 않든 종전선언을 위해 너무 많은 외교적 자산을 투자했다.”

천 “이와 관련해 한가지 강조하고 싶은 부분이 있다. 종전선언은 전쟁을 종료하자는 정치적 선언이다. 많은 분이 한미동맹이나 주한미군 철수로 연결시켜 우려하는데 그것과는 전혀 무관한 문제다. 해당 사안들은 한미 간 협의할 문제이지 종전선언과는 관련이 없다. 이는 심지어 북한도 무관하다고 인정하는 것들이다.”

-남북협력은 어떻게 할 생각인가. 윤 후보가 당선되면 남북관계가 악화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있다.

“재미있는 통계가 있다. 정상회담을 제외한 일반 고위급회담이나 이산가족 상봉은 문재인 정부 때보다 박근혜 정부 때가 더 활발했다는 내용이다. 문재인 정부 때 남북관계가 좋아진 것처럼 보이는 것은 2018년 정상회담 등이 만든 착시현상이라고 생각한다. 이러한 점을 고려할 때 윤 후보가 집권하면 남북관계가 더 악화될 것이라는 전망은 맞지 않다. 남북협력을 위한 주변여건을 조성하는 것도 중요하다. 문재인 정부는 ‘북한 문제가 풀리면 주변국과의 문제도 풀린다’는 시각을 가졌던 것으로 보인다. 현실은 ‘주변국과의 문제를 풀어야 북한 문제도 풀린다’는 것이다. 주변 여건 조성부터 마련해 나가야 한다.”

-이 후보는 ‘금강산 관광 재개’ 등을 말한다. 경제협력 등을 달성하면 사실상 ‘통일’이 된 것이라는 해석도 있는데.

“남북관계가 북미관계와 연동돼 더 이상 진전을 보이지 못하는 부분이 있다. 이러한 현실이 있지만 남북관계의 특수성을 고려해 지속해야 하는 사안들은 추진해가야 한다. 예를 들어, 이산가족 문제나 인도적 지원 문제, 보건·의료 분야의 협력 문제 등이 있을 수 있다. 이 후보는 한미협의를 통해 금강산 관광 같은 우리가 주도적으로 치고 나갈 수 있는 부분부터 해결해나갈 계획이다. 이를 위한 기본적 구상은 평화와 경제의 선순환 구조다. 남북경제협력은 한국 경제에 미치는 영향이 상당히 크다. 평화경제 체제를 정착시킬 수 있다면 북핵 문제 해결에도 진전을 가져올 수 있으리라고 본다. 통일과 관련해 이 후보가 이야기하는 부분은 현실적으로 단기간에 통일을 달성하기가 어렵기 때문에 경제, 사회 등의 분야에서 공동체부터 형성하자는 것이다. 이러한 부분을 달성하면 꼭 법률적 통일이 아니더라도 사실상 통일이 된 것으로 볼 수 있다는 의미도 있다. 점진적·단계적 통일 방안에도 부합하는 이야기다.”

북한이 지난 1월 17일 발사한 단거리 탄도미사일 추정 발사체. ‘북한판 에이태킴스’(KN-24)인 것으로 파악됐다. / 연합뉴스

북한이 지난 1월 17일 발사한 단거리 탄도미사일 추정 발사체. ‘북한판 에이태킴스’(KN-24)인 것으로 파악됐다. / 연합뉴스

-안보 문제는 어떻게 할 것인가. 북핵 문제가 심각한데.

“여러가지로 어려워진 상황이지만 비핵화나 한반도 평화정착은 흔들릴 수 없는 목표다. 북한의 핵보유를 용인하는 상황은 있을 수 없다는 의미다. 목표는 분명히 세우고 그동안 추진해왔던 정책들에 대한 반성과 성찰이 필요하다. 북핵 문제는 진보·보수 정부를 막론하고 나름 노력을 해왔지만 결국 여기까지 왔다. 그동안 해왔던 정상회담이나 고위급회담의 성과를 토대로 새로운 대안을 만들어야 한다. 이를 바탕으로 한미·남북 협의를 통하는 것이 유일한 해법이라고 본다. 북한은 핵능력이 고도화되는 만큼 그 외의 부분들에서 어려움을 겪고 있다. 인민대중 제일주의를 내세우는 김정은 정권 역시 돌파구가 필요하다. 이런 부분을 잘 활용해 압박과 함께 북한의 출구를 만들어주는 지혜가 필요하다.”

신 “외교적 노력을 하면서 군사적 억제력은 강화해야 한다. 북한의 핵능력을 한국이 독자적으로 억제하기는 사실상 어렵다. 이에 따라 외교적 노력으로 미국과의 협력을 통한 확장억제 강화를 추진해야 한다. 우리 군의 독자적 역량 강화도 필요하다. 박근혜 정부 때의 ‘3축 체계’를 강화해야 한다. 문재인 정부의 용어를 사용하면 전략적 타격체계다. 미사일 방어 역량을 대폭 강화해 장사정포 등에도 대비할 수 있는 한국형 아이언돔을 수도권에 조기에 구축할 생각이다.”

[대선캠프 격돌]“선제타격 말도 못 하나” VS “대선후보라면 신중해야”

-통일부 폐지나 명칭 변경과 같은 이야기도 나온다. 집권 후 조직개편 계획은 있나.

“이명박 정부 인수위 때 통일부 폐지 논의가 있었다. 당시 여론이나 야당의 반대로 존속을 결정했지만 규모가 줄어들며 어려움을 겪었다. 이후로도 야당 정치인들을 중심으로 통일부 폐지주장이 나오고, 사회적 논란도 있다. 통일부 존폐와 관련한 다수 여론은 여전히 존속 쪽이라고 본다. 통일부가 대북정책 추진 과정에서 가시적 성과를 내지 못한 부분은 있다. 통일부만의 책임은 아니겠지만 많은 고민이 필요하다. 이 후보가 통일부 명칭을 ‘남북협력부·평화협력부’로의 변경을 고민하는 것 역시 이런 맥락이다. 남북 교류협력을 확대하고 발전시켜 나간다는 차원이다. 조직개편은 각 기관이 제 역할을 할 수 있게 하는 방향으로 가야 한다. 이외에 외교·안보 쪽에서 시급하게 검토하고 있는 것은 없다.”

신 “통일부 폐지는 검토하지 않고 있다. 다만, 정부 외교안보부처의 역량강화는 필요해보인다. 통일부와 관련해서는 탈북민 보호나 북한과의 교류협력과 관련한 역량 강화가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외교부는 경제·안보·과학기술 역량을 강화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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