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평등은 빠진…윤석열의 “통합의 정치”

문광호 기자

“여가부 폐지”로 덕 본 후

여성 관련 공약은 안 내놔

언론사 질의에 무응답도

“내 편 네 편 가르지 않는 통합의 정치를 하겠다.”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는 지난 6일 광주에서 열린 선거대책위원회 필승결의대회에 참석해 이같이 말했다. 지난 5일 제주 강정마을을 찾아 노무현 전 대통령을 언급하고, 6일 5·18민주묘지를 참배한 자리에서도 국민통합을 반복했다. 7일 한국일보 인터뷰에서는 “더 이상 구조적인 성차별은 없다”고 말했다. 그러나 이준석 대표는 8일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윤 후보가 성평등 관련 언론사 공약 질의에 답변을 거부했다는 내용을 공유했다. 통합을 강조한 지 하루 만에 특정 성별만을 겨냥한 것으로 해석되는 행보를 보인 것이다.

윤 후보의 ‘통합’ 대상에서 여성과 성평등 분야는 예외다. 실제 여성 차별을 개선하겠다는 공약은 전무한 수준이다. 지난해 12월 이후 성평등 관련 공약을 내놓지 않고 있다. 이는 윤 후보의 가치관이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윤 후보는 지난해 8월 초선 의원 대상 강연에서 “페미니즘도 건강한 페미니즘이어야 한다” “페미니즘이 정치적으로 악용돼서 남녀 간 건전한 교제도 막는다는 얘기가 있다”고 말했다. 공동선대위원장과 새시대준비위 수석부위원장으로 각각 영입한 이수정 경기대 교수 및 신지예씨와 지난달 결별하고, 이 대표와 화해한 후 윤 후보의 이 같은 행보는 가속화됐다. 2030 여성 목소리가 반영되기 어려운 선대본부 구조(남성 30명, 여성 10명)도 성평등 공약 실종의 원인으로 꼽힌다.

윤 후보는 지난달 7일 SNS에 ‘여성가족부 폐지’라고 적었다. 내부에선 여가부 폐지 공약이 지지율 상승에 영향을 미친 뒤로 여성 공약을 내는 것이 조심스럽다는 의견도 나온다. 선대본부는 청년본부에 여성정책TF를 신설하고 향후 여성정책을 추가로 발표할 예정이다.

윤 후보는 한국일보 인터뷰 내용을 두고 “구조적인 남녀 차별이 없다고 말한 건 아니다”라며 “개인별 차별에 더 집중해야 한다는 것”이라고 했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는 전날 SNS에 윤 후보 발언을 두고 “안타깝고 위험한 발언”이라고 썼다. 정춘숙 민주당 선대위 여성위원장은 “여성 현실을 부정·왜곡하는 윤 후보는 대통령 될 자격이 없다”고 지적했다.

신경아 한림대 사회학과 교수는 “(구조적 성차별이 없다는) 윤 후보 발언은 여성을 음소거하는 것”이라며 “여성 공약으로 저출생, 육아만을 강조하는 건 여성을 전통적 성역할에 묶어놓겠다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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