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가오는 지방선거...왜 그들은 ‘외지’ 시장을 노리는가

김찬호 기자
서울시장선거 출마를 선언한 송영길 전 민주당 대표(왼쪽)와 경기도지사 선거 출마를 선언한 유승민 전 의원 / 국회사진기자단·권호욱 선임기자

서울시장선거 출마를 선언한 송영길 전 민주당 대표(왼쪽)와 경기도지사 선거 출마를 선언한 유승민 전 의원 / 국회사진기자단·권호욱 선임기자

지방선거가 40여일 앞으로 다가왔다. 대통령선거가 끝난 지 약 3개월 만에 치러지는 선거다. 1995년 자치단체장 직선제가 시행된 이래 대선과 지방선거 사이의 간격이 가장 짧다. 정치권은 이번 선거를 ‘대선의 연장전’으로 규정하고 총력전을 예고했다. 명칭은 지방선거인데 실상은 중앙정치의 판세를 결정하는 선거가 된 셈이다.

여야 모두 승리를 다짐한 만큼 선거는 그동안의 암묵적 합의부터 허물고 있다. 분명 지방선거인데 중앙정치에서 활동한 유명 정치인들이 지방으로 내려가고 있다. 이들은 오랜 기간 지켜온 지역구마저 버리고 외지의 ‘수령’을 택했다. 한국 정치를 지배해온 ‘연고주의’를 부순다는 측면에선 긍정적으로 평가할 수도 있다. 다만, ‘지방자치 활성화’ 측면에서는 달갑기만 한 상황은 아니다. 지방선거의 본래 취지는 사라지고 정치공학적 계산만 횡행하고 있기 때문이다.

■우리는 지방선거를 왜 할까

한국의 지방선거는 ‘이중 구조’를 갖는다. 하나는 지방선거가 순수히 지방정부 구성을 위한 제도라는 시각이다. 지방선거는 오직 ‘지방자치’를 위한 수단이며 이 경우 선거에서 중요한 것은 현직 단체장에 대한 평가다. 반면 지방선거를 중앙정부에 대한 평가로 보는 또 하나의 시각이 있다. 지방선거의 승패가 ‘대통령과 여당에 힘을 실어줄 것이냐, 심판할 것이냐’로 좌우된다는 주장이다. 이러한 구도에서는 지방자치의 핵심인 ‘지방분권’은 주요 쟁점이 되기 어렵다.

그렇다면, 한국의 지방선거는 어디에 더 가까울까. 최근 지방선거에서 두드러진 경향은 중앙정부에 대한 평가 성격이다. 2018년 치러진 6·13 지방선거에서는 1995년 이래 가장 많은 여당 소속 광역단체장들이 탄생했다. 이를 직전 선거인 2014년 지방선거와 비교해 보면 그 차이는 더욱 두드러진다. 2014년 당시 여당인 새누리당은 전국 17개 광역단체장 중 8석을 차지했다. 반면 2018년 선거에서는 당시 여당인 민주당이 대구, 경북, 제주를 제외한 14곳에서 승리했다. 기초단체장 역시 민주당이 총 226곳 중 무려 151곳을 가져갔다.

윤종빈 명지대 정치외교학과 교수의 분석에 따르면 2018년 지방선거에 나타난 특징은 크게 두가지였다. 첫째는 전직 대통령 박근혜씨 파면으로 조기 출범한 문재인 정부에 대한 높은 지지율이다. 문 대통령에 대한 국정운영 지지율은 지방선거가 치러질 무렵까지 줄곧 70%대를 유지했다. 당시 여당 후보들은 대통령 인기에 편승하는 ‘후광효과’를 선거전략으로 이용했다. 두 번째 특징은 남북관계 개선 분위기가 무르익은 상태에서 치러진 선거라는 점이다. 투표 전날 싱가포르에서 북미 정상회담이 열리며 문재인 대통령의 외교정책이 긍정평가를 받는 상황이었다. 이는 지방선거가 현직 대통령의 국정 수행 능력 평가에 영향을 받는다는 방증이다.

지난해 4월 치러진 서울·부산 재보궐선거는 이러한 경향을 정반대의 결과로 보여줬다. 당시 두 지역 선거를 관통한 흐름은 ‘심판’이었다. 여당인 민주당은 ‘국정 방해 세력 심판’, 야당인 국민의힘은 ‘정권 심판’을 외쳤다. 선거결과 국민의힘 오세훈, 박형준 후보가 각각 서울시장, 부산시장에 당선됐다. 지방선거가 중앙정치에 대한 평가와 연동된다면 1년여 뒤 치러진 대선에서도 이러한 기조가 확인돼야 한다. 실제로 윤석열 당선인은 두 지역 모두에서 이재명 전 민주당 대선후보의 득표율에 앞섰다.

사실, 지방선거의 중앙정치화는 더 이상 ‘놀랍거나 새로운’ 발견은 아니다. 다만, 이러한 기조가 파생하는 현상에는 주목할 필요가 있다. 첫째는 ‘정책선거 실종’의 가속화다. 지역의 쟁점·공약보다 후보와 중앙권력 사이의 연관성이 더 주목받는다. 이미 대형 건물 앞에 걸린 ‘윤석열과 함께 만드는 00구’ 정도의 현수막은 쉽게 찾아볼 수 있다. 선거가 끝나면 나오는 “지방선거인데 ‘지방’이 없다”거나 “지방선거가 중앙정치 대리전이 됐다”는 평가도 이러한 경향을 잘 보여준다.

둘째는 ‘후보들의 연고주의 약화’다. 지역에서 오랜 기간 활동한 인물이 자치단체장을 맡는다는 묵계가 깨지고 있다. 중앙정치에 대한 평가를 중심으로 지방이 마치 하나의 선거구처럼 움직인다. ‘누가 출마했느냐’보다 ‘기호 1번을 달고 나왔느냐’, ‘기호 2번을 달고 나왔느냐’가 더 중요하다는 의미다. 이는 오는 6월 1일 치러지는 ‘제8회 전국동시지방선거’에서도 발견되는 특징이다.

■어느 날 불쑥 나타난 그들

논란에 불을 지핀 건 송영길 전 민주당 대표와 유승민 전 의원이다. 두 사람은 각각 서울시장, 경기지사 선거에 나섰다. 이들 모두 출마 지역과의 정치적 연관성은 떨어진다. 특히 송 전 대표는 2010년부터 2014년까지 제5대 인천시장을 지낸 바 있다. 지역구 역시 인천 계양구을이다.

유 전 의원 역시 상황은 비슷하다. 4선 의원 출신인 유 전 의원의 지역구는 대구 동구을이다. 시장직을 수행해본 송 전 대표와 달리 유 전 의원은 지방행정 경험도 없다. 두 사람 모두 출마 이유로는 ‘당원의 요구, 당을 위한 희생’을 내세웠다. 출마가 본인의 정치적 고려가 아니라 당 차원의 전략적 선택이었다는 의미다.

서울, 경기는 인구의 전출입이 많아 ‘연고’가 중요하지 않다고 볼 수도 있다. 그러나 광역단체장급 선거에서 지역과의 정치적 연관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을 받는 것은 이들뿐만이 아니다. 충북도지사 선거에 출사표를 던진 4선의 김영환, 3선의 이혜훈 전 의원(1차 컷오프에서 탈락) 등도 있다. 김 전 의원은 줄곧 안산시를 지역구로 활동했다. 2018년에는 경기도지사 선거에 출마하기도 했다. 이 전 의원 역시 서울 서초갑에서만 3선을 지냈다. 제21대 총선에서 서초갑 공천을 받지 못하고 옮긴 지역구 역시 ‘서울’ 동대문구을(낙선)이었다. 다만 이들이 충북과 아주 인연이 없는 건 아니다. 김 전 의원의 고향은 충북 괴산이다. 이 전 의원은 부친의 고향이 충북 제천 출신임을 앞세워 ‘충북의 딸’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나 지역에서는 “고향을 등지고 살아왔던, 듣지도 보지도 못했던 자칭 후보들이 경거망동하고 있다”는 비판도 나온다.

대구시장 출마를 선언한 유영하 변호사(왼쪽)와 유 변호사 지지를 선언한 전직 대통령 박근혜씨 / 연합뉴스·유영하TV 화면 갈무리

대구시장 출마를 선언한 유영하 변호사(왼쪽)와 유 변호사 지지를 선언한 전직 대통령 박근혜씨 / 연합뉴스·유영하TV 화면 갈무리

보다 독특한 경우도 있다. 대구시장선거에 출마한 유영하 변호사다. 유 변호사는 경기도 군포시를 지역구로 17~19대 총선에 출마했다. 그의 대구시장 출마는 전직 대통령 박근혜씨와 연결된다. 지난 4월 8일 유 변호사의 유튜브에 출연한 박씨는 “제가 못다 한 꿈들을 이곳 대구에서 유 후보가 이뤄줄 것으로 믿고 있다”며 “시민 여러분도 유영하 후보에게 따뜻한 후원과 지지를 보내주실 것을 부탁드린다”고 말했다. 박씨는 대구 달성군을 지역구로 정치를 했다. 2008년 제18대 국회의원선거에서는 득표율이 88.6%에 달했을 정도로 대구에서 확고한 지지층을 확보했다. 이를 두고 역시 대구시장 출마를 선언한 홍준표 국민의힘 의원은 “경선이 정책 대결의 장이 아니고 전직 대통령 팔이, 대통령 당선인 팔이 선거로 변질됐다”고 비판했다.

지역과 특별한 정치적 인연이 없다는 것이 지방선거 출마의 결격사유는 아니다. 다만, 경선 출마자 등록이 임박해서 출마지역을 밝히거나 출마지역을 변경하는 행보는 이들이 ‘4년 동안 지방행정을 이끄는 일을 얼마나 무겁게 보고 있느냐’는 의구심을 낳는다. 이는 시장·도지사를 마치 ‘등 떠밀려 맡는 자리’쯤으로 보게 만든다는 문제도 있다. 실제로 일부 후보들의 ‘출마자격’을 둘러싼 논란은 이러한 지적의 타당성을 잘 보여준다.

현행 공직선거법 제16조 3항은 지방선거에 출마할 수 있는 자격을 “선거일 현재 계속하여 60일 이상(공무로 외국에 파견되어 선거일 전 60일 후에 귀국한 자는 선거인명부작성기준일부터 계속하여 선거일까지) 해당 지방자치단체의 관할구역에 주민등록이 되어 있는 주민”으로 규정하고 있다. 그런데 마지막까지 출마 지역을 저울질하던 일부 후보들은 법이 정한 피선거권 기준을 충족하기 위해 주민등록 주소만 황급히 출마 지역으로 옮기는 촌극을 빚었다.

송 전 대표는 인천에서 서울로, 유 전 의원은 서울에서 성남으로 주소를 각각 이전했다. 경기지사 출마를 선언한 김동연 전 부총리 역시 선거를 앞두고 서울에서 수원으로 주민등록 주소를 이전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해당 지역에서 실제 거주하지 않으면서 출마 요건을 갖추기 위해 주소만 이전한 것 아니냐는 비판까지 나온다. ‘위장전입’ 논란이다. 유 전 의원은 지난 4월 5일 “위장전입이라고 하니까 속으로 찔린다”며 “돌아가신 처남의 부인께서 살고 계신 성남의 한 아파트로 주소를 옮겨놨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거기서 잠을 안 자는 건 사실이다. 인천에 계시다 서울로 가신 송영길 대표도 같은 처지다”고 말했다.

이러한 현상에 대해 이준한 인천대 교수는 “법적 하자를 찾기는 어렵겠지만 대의 민주주의 측면에서 볼 때 정도를 우회한 건 사실”이라며 “옷깃만 스쳐도 인연이라는 식의 출마는 지방선거를 희화화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일단 선거에서 이기고 보자’는 정당의 태도가 이런 현상을 부추긴다는 견해도 있다. 배철호 리얼미터 수석전문위원은 “정당이 선거 승리에 급급하다 보니 당선 가능성만 보고 명분도 지역적 연고도 약한 사람을 차출하는 분위기”라며 “역량 있는 사람의 출마를 반대할 이유는 없지만 지방자치 발전에 도움이 안 되는 것도 사실”이라고 말했다. 정당의 역할에 근원적 의문을 제기하는 지적도 있다. 조진만 덕성여대 교수는 “정당들이 지역 인물을 발굴해 정치인으로 키워내는 역할을 포기한 것”이라며 “한국 정치의 후진적 부분들이 고스란히 드러나고 있다”고 말했다.

■그렇다면 ‘연고주의’만이 정답인가

반면, 이러한 현상이 꼭 나쁜 것만은 아니다는 주장도 있다. 이는 ‘연고주의’가 이른바 ‘능력주의’로 바뀌고 있다는 믿음에 근거한다. 보다 정확히는 시·도지사선거에 뛰어드는 ‘유명’ 정치인들을 환영한다는 것이다. 서울 관악구에 거주하는 김주영씨는 “오세훈 시장, 박원순 전 시장이 어느 지역 출신인지 잘 모른다”며 “누가 됐든 시장으로서 맡은 일만 잘하면 되는 거 아니냐”고 말했다.

후보들 역시 이러한 견해에 편승한다. 유 전 의원은 “일하러 왔다. 경기도의 문제를 해결해 드리는 히딩크 같은 해결사가 되고 싶다”며 “도민들이 가장 절실하게 필요로 하는 일자리·주택·교통·복지·교육 및 보육 등 5가지 문제를 획기적으로 개혁하겠다”고 말했다. 충북지사 출마를 선언했던 이 전 의원 역시 “‘충북을 누가 발전시킬 수 있냐’는 기준이 아닌 ‘충북에 누가 며칠 더 살았나’ 같은 낡은 기준으로는 미래가 없다”고 말했다. 이강윤 한국사회여론연구소(KSOI) 소장은 “이미 서울이나 경기는 특정 지역이라기보다 전국의 축소판으로 볼 수 있다”며 “교통과 통신이 지금처럼 발전한 상황에서 과거처럼 지역 연고를 따지는 건 정치발전 측면에서 도움이 되지 않을 수 있다”고 말했다.

일 잘하는 자치단체장을 뽑고 싶다는 것은 유권자들의 당연한 바람이다. 하지만 ‘능력주의’가 투표 기준이 되기 위해서는 반드시 넘어야 할 산이 있다. 유권자가 후보들 중 실제로 누가 더 일을 잘할지 구분할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최진봉 성공회대 교수는 “일부 후보들이 주장하는 것처럼 국회의원 때 잘했으니 자치단체장도 잘할 것이라는 주장은 논리적 비약”이라며 “정부 활동을 감시하고 견제하는 국회의원 업무와 직접 지역 행정을 담당해야 하는 자치단체장 업무는 엄연히 다르다”고 말했다.

문재인 대통령과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이 대선 19일 만인 지난 3월 28일 청와대 상춘재 에서 만찬을 겸한 회동을 갖고 있다./청와대사진기자단

문재인 대통령과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이 대선 19일 만인 지난 3월 28일 청와대 상춘재 에서 만찬을 겸한 회동을 갖고 있다./청와대사진기자단

능력주의가 담고 있는 더욱 큰 문제는 후보들의 능력이 ‘대통령, 중앙정치와의 친밀함’과 동일시된다는 점이다. 지방자치의 본래 취지는 선거로 구성된 자치단체장, 지방의회 등이 협업해 지역 현안을 자율적으로 해결하라는 것이다. ‘지방분권’을 핵심으로 하기 때문에 자치단체장이 중앙정부에 종속된 태도를 취할 이유가 없다. 이 때문에 지방자치는 중앙집권적이고 권위적인 정부와는 공존이 힘들다.

실제로 1948년 정부 수립과 함께 시작된 한국의 지방자치는 1961년 5·16 군사쿠데타와 함께 중단돼 약 30년의 암흑기를 보냈다. 지방자치는 1991년 민주주의의 진전과 함께 부활했고, 1995년 자치단체장을 주민직선으로 뽑으며 비로소 완전한 모습을 갖췄다. 지방자치가 곧 ‘분권의 역사’인 상황에서 자치단체장 후보의 주요 공약이 ‘대통령과의 친밀함’인 것은 분명 모순이다.

애초에 ‘대통령과 친밀하기 때문에 지역을 발전시킬 수 있다’는 논리가 말이 안 된다는 지적도 있다. 이광재 한국 매니페스토 사무총장은 “자치단체장이 대통령과 친한 게 대체 지역 발전과 무슨 상관이냐”며 “언론·학계부터 마치 자치단체장이 지역에 필요한 사업, 재정을 따올 수 있는 것으로 오해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실제로 자치단체장을 전수조사해봤지만 지역사업, 예산을 중앙으로부터 확보해 오는 것과 특별한 연결성은 발견할 수 없었다”고 강조했다. 최 교수 역시 “자치단체장은 지역사업 및 예산에 대한 의견 개진 정도를 할 수 있지 실제 지역예산을 따오는 일은 해당 지역 국회의원의 업무에 더 가깝다”며 “무엇보다 대통령과 자치단체장이 친하다는 이유로 지역이 발전한다면 대한민국 스스로 후진국임을 고백하는 격”이라고 말했다.

지방선거의 취지를 왜곡하는 상황은 이뿐만이 아니다. ‘심판론’ 역시 지방선거를 희화화하는 대표적 사례다. 선거 때만 되면 전국 주요 도시의 시장, 도지사 후보가 ‘정권 심판자’로 둔갑한다. 상황이 이렇게 된 것은 이유가 있다. 현행 대통령제는 5년 단임제로 중간선거가 없다. 일단 대선이 끝나면 유권자는 5년 동안 정권을 직접 평가할 기회가 없다. 이에 정치권은 지방선거를 마치 중간선거인 것처럼 둔갑시켜 정치적 이득을 얻는데 이용한다. 최 교수는 “사실 심판론은 말도 안 되는 소리지만 유권자들부터 지방선거를 그런 시각으로 보는 경향이 있다”며 “지역을 위해 열심히 일할 사람을 뽑기보다 특정 정당, 대통령을 혼내줘야겠다고 생각하고 투표를 하는 식”이라고 말했다.

■우리는 지방자치를 왜 할까

좁은 국토, 서울 및 경기도 지역의 과밀화, 중앙집권화된 권력구조 등을 고려할 때 지방자치가 한국의 실정에 부합하는가를 놓고 의견이 엇갈릴 수 있다. 그러나 지방자치는 헌법이 보장하는 국가운영의 방향이다. 헌법을 개정하지 않는 이상 지방자치는 좋든 싫든 가야 할 길이라는 의미다. 지방자치를 위해 지방선거를 도입하는 등 형식적 요건은 이미 완비됐다. 그럼에도 서울과 경기도 정도를 제외하면 ‘자치’나 ‘분권’의 효과를 체감하기 어려운 것이 현실이다. 이는 결국, 지방자치를 운영하는 사람의 문제다.

다가오는 지방선거...왜 그들은 ‘외지’ 시장을 노리는가

지방자치를 두고 ‘3할 자치, 2할 자치’라는 말이 있다. 지방사무는 30% 정도에 불과하고, 지방세 비중도 20% 정도밖에 안 된다는 의미다. 특히 재정분권은 지방자치 활성화의 핵심으로 꼽힌다. 임기 초 문재인 정부는 국세와 지방세의 비율을 8:2에서 7:3으로 낮춘다는 국정과제를 설정했다. 하지만 올해까지 ‘72.6:27.4’로 비중을 조정하는 데 그쳤다. 국세와 지방세의 황금비율을 두고는 이견이 많은 것도 사실이다. 다만, 지난 대선에서 가장 많이 언급된 비율은 6:4였다.

재정분권이 가능하지 않다면 한국의 지방자치는 “통치만 있고 자치는 없다”는 비판에서 자유롭기 어렵다. 그럼에도 자치단체장 후보들부터 재정자립 방도를 설명하기 보다 “내가 당선되면 대통령과 정당 관계자를 만나 예산을 따오겠다”고 목소리를 높인다. 이들은 자치단체장 경력을 발판으로 중앙정계에 복귀할 수 있다면 굳이 지방권력을 활성화 할 필요가 없다. 언젠가 대통령이 됐을 때 지방의 목줄을 쥐고 있는 것이 더욱 유리하기 때문이다. 조 교수는 “한국의 지방자치가 사실상 ‘정치적 수사(修辭)’에 지나지 않는다”고 말했다.

그럼에도 유권자들의 생활과 밀접한 것은 중앙정치가 아닌 지방행정이다. 그렇기에 더욱 지방선거 출마자들에 대한 옥석 가리기가 필요하다. 이 교수는 “지방선거를 대선의 연장전으로 생각하기보다 다음 4년 지방정부를 이끌 사람을 뽑는다는 본질에 주목해야 한다”며 “특히 어느 날 갑자기 나타난 후보가 ‘내가 대통령과 친하다, 예산을 많이 따올 수 있다’고 한다면 환호하기보다 현실성이 있는지부터 따져보라”고 조언했다. 이 사무총장은 “지방선거는 국정을 위임하는 선거가 아니라 내 삶의 가장 가까운 곳을 바꾸는 선거”라며 “지역을 이끌 리더가 아닌 지역을 돌볼 일꾼을 고용하는 것인 만큼 계약서를 작성하기 전에 공약부터 유심히 보라”고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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