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민정 의원 “고교생에 선거권 부여, 선택 아닌 필수”

김서영 기자
강민정 민주당 의원이 24일 서울 여의도 의원회관에서 경향신문과 인터뷰를 하고 있다./박민규 선임기자

강민정 민주당 의원이 24일 서울 여의도 의원회관에서 경향신문과 인터뷰를 하고 있다./박민규 선임기자

청소년을 정치 주체로 보는 인식은 확산하는 추세다. 지난 20대 대선에서 이미 만 18세 청소년이 투표권을 행사했고, 6월 1일 제8회 전국동시지방선거에서도 유권자로 등장한다. 총선과 지방선거에 출마할 수 있는 연령 또한 만 25세에서 만 18세로 낮춰졌다. 정당 가입은 만 16세부터 할 수 있다. 마침 중앙선거관리위원회 또한 지난해 5월 ‘정치관계법 개정의견’에서 투·개표 참관 가능 연령을 만 16세로 하향하고, 청소년 대상 교육 목적의 모의투표 허용을 권고했다.

여기서 한발 나아가, 교육감선거에선 청소년의 선거권을 더 폭넓게 보장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교육정책과 사실상 ‘무관하게’ 살아가는 성인은 교육감을 선출할 수 있는 반면, 누구보다 교육 정책의 직접적 영향을 받는 현장의 청소년들이 원하는 교육감을 뽑을 수 없는 현실은 부조리하다는 문제인식에서다. 이같은 문제의식을 바탕으로 교육감선거에서 선거권을 가지는 연령을 ‘만 16세’로 하향하는 ‘지방교육자치에 관한 법률 일부개정법률안’이 지난해 5월 발의됐다. 이 법안을 대표발의한 강민정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교사 출신으로 비례대표로 21대 국회에 입성해 교육위원회에서 활동 중이다. 2018년 지방선거 당시 청소년들과 모의선거를 열기도 했다. 강 의원을 지난 5월 24일 서울 여의도 국회의원회관에서 만났다. 청소년들이 왜 교육감을 직접 뽑아야 하는지, 이런 행위가 민주주의 발전에 어떻게 기여할 수 있는지 등을 들었다. 강 의원은 교육의 가장 중요한 역할이 민주사회 구성원 양성이라고 강조했다.

■고등학생에게 교육감 선거권을

-교육감 선거권을 갖는 연령을 ‘만 16세 이상’으로 제안한 이유는.

“만 16세면 고등학생이다. 중학교까지의 의무교육이 끝난 단계다. 고등학생 정도 되면 정치적 사고나 정치적 행위 주체로서 성장단계에 들어갔다고 본다. 무엇보다도 다른 선거와 달리 교육감선거는 유·초·중·고등학교 정책과 관련돼 있다. 교육감들이 내놓을 정책의 직접적인 대상은 학생들이다. 지금까지 교육감선거는 학생들이 개입할 방법을 다 차단했다. 학부모나 다른 어른들이 대리했다. 적어도 16세 이상이면 당사자성을 가지고 있다. 단순히 고등학생의 이해관계라기보다 그동안 자기가 겪은 교육적 경험을 교육정책 결정에 활용할 수 있다. 그런 점에서 만 16세 이상에게 선거권을 부여하는 건 선택이 아니라 필수다.”

-‘학교가 정치판이 된다’ 같은 일각의 우려를 어떻게 보나.

“문제 제기 자체가 잘못됐다. 그 우려의 전제는 정치를 굉장히 부정적이고 오염된, 하지 말아야 할 대상으로 보는 인식이다. 그런데 사실 정치적이지 않은 게 있나. 오히려 교육을 통해 정치적으로 유능한 시민을 길러내야 한다. 고등학교까지 졸업하고도 현실 문제에 무감각한 성인으로, 사회구성원으로 첫발을 내딛는다면 그야말로 12년 동안 받은 교육이 무색해지고 만다. ‘정치적’이라는 편견에 기초해 정치를 학교에서 논의하는 것 자체를 금기시하거나 문제로 삼아선 안 된다. 학생들이 정치적 문제를 많이 얘기하면 할수록 좋다. 정말 걱정해야 할 것은, 교사나 정책주체로서의 국가가 특정한 정치적 견해를 학생들에게 강요하는 행위라고 본다.”

-만 16세로 하향하기 위해 필요한 선결 조건이나 후속 조치는 무엇인가.

“모의선거가 첫번째다. 선거의 4대 원칙을 사회교과서에서 배우는 것과 출마한 후보들의 공보물을 가져와 직접 공약을 비교하면서 토론해보는 것은 다르다. 실제 선거가 있을 때 학생들이 선관위를 만들어 관리도 해보고 투표와 개표 과정에 참여해 보는 것이 모의선거 교육이다(기자 주: 모의선거에는 가상의 후보와 공약을 상정해 하는 방식, 실제 선거 시기에 맞춰 출마한 후보와 공약을 가지고 하는 방식이 있는데, 강민정 의원이 언급한 모의선거는 후자다). 덴마크에선 국회의장이 ‘학생들의 모의선거 주간을 시작한다’고 공표한다. 온 사회가 아이들이 유권자 교육을 할 수 있도록 배려한다. 한국은 2~3년에 한 번씩 선거를 치르기 때문에 교육과정 12년 동안 최소 세 번 이상 모의선거가 가능하다. 이 학생들이 실질적 투표권을 갖는, 학습된 유권자가 됐을 때 선거의 질과 수준이 얼마나 높아지겠나. 그게 결국 한국 정치의 수준을 높인다. 실제로 모의선거 교육을 오래한 외국의 연구결과를 보면 일반적으로 투표율이 높다. 단순히 개별 유권자로서의 학습과정과 자질 및 태도 학습을 넘어 너무나 당연한 주권자의 책임과 역할을 내면화한다. ‘투표하세요’라고 따로 말하지 않아도 교육 과정을 거치고 나면 학생들이 자연스럽게 투표장으로 발길을 돌린다.”

강민정 민주당 의원이 24일 서울 여의도 의원회관에서 경향신문과 인터뷰를 하고 있다./박민규 선임기자

강민정 민주당 의원이 24일 서울 여의도 의원회관에서 경향신문과 인터뷰를 하고 있다./박민규 선임기자

■교육으로 유권자 길러내기

-청소년의 참여가 교육감선거 발전에 얼마나 도움이 될까.

“당사자의 목소리에는 적합성, 적실성, 절실함이 있다. 현장의 문제를 드러내는 필수요소다. 그동안은 어른들이 ‘이게 필요할 것 같다’, ‘이게 좋을 것이다’라며 대신 고민해 준 것이지 않나. 당사자성이 결합되면 교육감선거의 공약과 정책이 풍부해지고 현실 적합성이 높아질 수 있다. 물론 어른들의 관점도 필요하다. 유권자의 요구만 받아들여 공약을 만들 수도 없다. 여태까진 비어 있던 당사자성을 채우는 데서 새롭게 시작한다면 의미있는 많은 변화를 이끌어낼 수 있으리라 생각한다,”

-2018년 모의선거를 했을 때 청소년들의 반응은 어땠나.

“정치적 효능감과 교육적 효과가 굉장히 컸다. 예전에는 선거날이 그냥 하루 쉬는 날이었다. 이제 벽보나 집에 오는 공보물에 관심을 가지게 되고 후보의 이야기가 현재 사회에서 쟁점이 되는 문제라는 걸 알게 된다. 특히 지방선거는 동네의 이야기, 교육감선거는 맨날 부딪히는 교육정책을 놓고 겨루는 경합의 무대이지 않나. 선거야말로 우리가 사는 사회, 지역, 교육 현장을 들여다보게 만드는 계기다. 유권자가 기본적으로 갖춰야 할 사회 문제에 대한 관심과 이해, 학습이 자연스럽게 일어난다. 모의선거를 통해 배우는 정치적 효능감과 유권자로서의 교육적 효과는 다른 어떤 것으로도 대체할 수 없다. 2018년도 지방선거에 맞춰 실시한 모의선거 이후에도 ‘꼭 다시 했으면 좋겠다’, ‘후배들도 했으면 좋겠다’는 반응이 많았다.”

-민주사회에서 교육의 역할은.

“교육감선거를 떠나서, (일반적으로) 우리 사회는 청소년이 자기 의사를 표현하고 사회 전체 의사결정구조에 최소한이라도 개입할 통로와 시스템이 없다. 마치 대리하는 어른들의 선택이 정답인 양, 청소년들은 투명인간 취급을 받는다. 아이들이 존중받는 경험을 하면서 성장해야 다른 사람을 존중하는 법도 배우게 되지 않을까. ‘어른들이 다 해줄 테니까 너희는 다른 데 관심 갖지 말고 공부나 해라’라며 아이들의 자리를 비워 놓는 게 과연 바람직할까. 스무 살까지 그렇게 길러놓고 성인이 되자마자 한꺼번에 많은 걸 기대하고 요구하는 악순환을 이제는 끊어야 한다. 공교육의 가장 중요한 역할은, 개인의 성장과 더불어 건강한 사회 구성원이자 민주시민을 길러내는 일이다. 선거는 민주주의의 꽃이다. 그런 점에서 선거와 투표권 교육은 민주시민교육의 핵심이다. (민주시민교육을) 하나의 이벤트성 교육으로 생각하면 안 된다. 투표권 행사를 교육과 제대로 결합시킬 때 비로소 선거권 연령 하향의 의미가 제대로 살아날 수 있다고 믿는다.”

제20대 대선 사전투표를 하루 앞둔 3월 3일 서울역 대합실에 마련된 사전투표소에서 사전투표 모의시험 진행에 나선 선관위 관계자들이 투표도장을 확인하고 있다.  / 사진공동취재단

제20대 대선 사전투표를 하루 앞둔 3월 3일 서울역 대합실에 마련된 사전투표소에서 사전투표 모의시험 진행에 나선 선관위 관계자들이 투표도장을 확인하고 있다. / 사진공동취재단

■교육감 직선제, 되돌릴 수 없어

-교육감 직선제의 성과와 한계를 무엇이라 보나.

“직선제 이전에는 국가 중심의 중앙집권형 교육정책 외의 다른 정책을 상상도 못했다. 직선제 교육감이 등장하면서 지역의 교육환경이나 지역교육 주체에 관심을 가지는 새로운 문화가 나타났다. 예를 들어 너무 당연하게 받아들여졌던 문제풀이 위주의 교육 외에 다른 교육방식도 가능하다는 상상력의 확장을 혁신교육이 보여줬다. 한계로는, 교육감선거가 정당과 분리된 선거란 점을 꼽을 수 있겠다. 여기서 비롯된 문제들이 많다. 정당이 개입하지 않다 보니 진영의 문제의식과 세대결이 표면에 드러나지 않고 가려져 있다. 보이지 않는다고 쟁점이 없는 게 아니다. 선거기간이 아닌 평상시라고 교육 정책을 두고 사회 전체 구성원들 사이에 철학적 논쟁이 활발하게 오가는 것도 아니다. 무관심으로 이어지고 만다.”

-교육감 직선제를 두고 그동안 회의론과 더불어 ‘한국에만 있는 제도’라는 비판까지 나왔다.

“외국이 교육감을 선출하지 않는 이유는 근본적으로 지방자치 제도 자체가 뿌리를 내리고 잘 발달했기 때문이다. 독일의 경우 연방정부 교육부의 명칭이 ‘교육연구부’다. 정책을 내리꽂지 않는다. 연구 및 생산, 관리 역할에 충실하다. 그 지역에 뿌리를 둔 주민과 교육 당사자성을 가진 주체가 개입할 수 있도록 시스템으로 보장한다. 우리는 그렇지 않다. 따라서 ‘외국은 교육감 선출 안하는데 우리는 왜 선출하냐’고 접근하는 건 피상적인 비교일 수밖에 없다. 교육감 직선제는 되돌릴 수 없고 되돌려서도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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