막판 대역전극 쓴 김동연···3지대 신인에서 민주당 잠룡으로

김윤나영 기자
김동연 더불어민주당 경기도지사 당선인이 2일 경기 수원시 마라톤빌딩에 마련된 캠프 개표상황실에서 당선이 확실시되자 손하트를 그려보이고 있다.  수원 | 성동훈 기자

김동연 더불어민주당 경기도지사 당선인이 2일 경기 수원시 마라톤빌딩에 마련된 캠프 개표상황실에서 당선이 확실시되자 손하트를 그려보이고 있다. 수원 | 성동훈 기자

김동연 더불어민주당 경기지사 후보(65)가 막판 대역전극을 썼다. 김 당선인은 윤석열 정부 출범 22일 만에 치러지는 불리한 선거구도에서 윤 대통령 측근 김은혜 국민의힘 후보를 꺾는 파란을 일으켰다. 제3지대 신인 정치인에서 민주당의 대선 주자로 자리매김할 발판을 마련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김 당선인은 6·1 지방선거 개표 결과 49.06%를 얻어 김은혜 후보(48.91%)를 0.15포인트 차이로 이겼다. 김 당선인은 개표 초반 김은혜 후보에게 5%포인트 정도 밀렸다가 시간이 흐를수록 조금씩 차이를 좁혀갔다. 개표를 96.59% 마친 2일 오전 5시32분 처음으로 동률을 기록하더니, 김은혜 후보를 0.02%포인트 앞질렀다. 최종 표 차이는 불과 8913표였다.

김 당선인은 이날 오전 7시10분쯤 경기 수원시 선거사무소에서 “변화를 바라는 도민과 국민의 간절함과 열망이 오늘의 승리를 만들어주셨다”며 “민주당의 변화와 개혁의 씨앗을 위해서라도 제가 할 수 있는 바를 다하겠다”는 소감을 밝혔다.

경기도는 전국에서 가장 초박빙 격전지였다. 지난 대선에서 이재명 전 경기지사와 후보 단일화한 김 당선인과 윤석열 대통령의 당선인 시절 대변인을 지낸 김은혜 후보가 맞붙어 치열한 경쟁을 벌였다. 윤 대통령은 지난 대선 경기도에서 5.32%포인트 졌지만, 윤석열 정부 컨벤션 효과로 김은혜 후보가 지지율을 치고 올라왔다. 경기지사 선거는 각종 여론조사에서 엎치락뒤치락했다.

김 당선인은 인물 경쟁력을 내세워 불리했던 구도를 극복했다. 일꾼 대 말꾼 구도를 강조하고 정치교체·민주당 혁신을 약속하며 표심에 호소했다. 투표율은 50.6%에 그쳐 4년 전(57.8%)보다 7.2%포인트 낮았으나, 민주당 지지층과 중도층이 결집한 것으로 풀이된다. 방송 3사(KBS·MBC·SBS) 출구조사에서 김 당선인은 50대 이하 모든 연령층에서 우위를 보였다. 특히 50대가 김 당선인의 손을 들어준 것이 결정적 승리 요인으로 꼽힌다. 김은혜 후보의 허위 재산 신고, 강용석 무소속 후보와의 단일화 무산도 영향을 미친 것으로 분석된다.

민주당 지도부는 이 전 지사를 배출한 경기도를 가까스로 지켜내면서 최악의 참패를 면했다. 가장 많은 인구가 몰린 수도권에서 1승을 챙겨 재기의 여지를 남겼다. 박지현 민주당 공동비상대책위원장은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올린 글에서 “경기 승리는 우리가 인물을 바꾸고 쇄신의 의지를 보인다면 국민들은 언제든지 기회를 준다는 증표가 될 것”이라고 했다. 지방선거와 함께 치른 인천 계양을 국회의원 보궐선거에 당선된 이재명 전 지사도 ‘나 홀로 생환’의 부담을 덜게 됐다.

김 당선인은 판자촌에서 태어난 흙수저 출신의 경제 관료다. 노무현·이명박·박근혜 정부에서 요직을 거쳐 문재인 정부 초대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을 지냈다. 지난해 8월 새로운물결을 창당하고 대선에 출마했다. 정치교체를 연결고리로 지난 3월 이재명 전 경기지사와 대선 후보 단일화를 한 뒤 더불어민주당과 합당했다. 경기지사 선거에 ‘이재명 정신 계승’을 내걸고 출마했다. 이번 승리로 이 전 지사와 나란히 대선후보급으로 체급이 커졌다는 평가를 받는다.

김 당선인 앞길에는 만만치 않은 과제가 놓였다. 경기도 31개 시장·군수 선거는 민주당이 9 대 22로 참패했다. 김 당선인은 국민의힘 소속 시장·군수, 도의원과 협치해 성과를 내야 한다. ‘이재명 정책 계승’을 내건 김 당선인이 자신만의 정책 성과를 낼 수 있을지도 관건이다. 도정에서 실력을 증명해야 야권 잠룡의 반열에 오를 수 있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당내 지지세력이 적은 그가 이 전 지사와의 관계를 어떻게 설정할지도 숙제다. 김 당선인은 지난달 18일 관훈클럽 초청토론에서 이 전 지사의 배우자 김혜경씨의 법인카드 사적 유용 의혹에 대해 “분명히 문제가 있다”면서 진상규명에 협조할 뜻을 밝힌 바 있다. 김 당선인이 이 전 지사와 척을 진다면 당내 입지가 좁아질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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