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언 거칠어진 이재명 ‘공천학살·팬덤정치·사법리스크’ 역공···자충수 우려도읽음

김윤나영 기자
29일 오전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더불어민주당 국민통합 정치교체 추진위원회 당대표 후보자 초청 공개토론회에서 이재명후보가 인사말을 하고 있다./국회사진기자단

29일 오전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더불어민주당 국민통합 정치교체 추진위원회 당대표 후보자 초청 공개토론회에서 이재명후보가 인사말을 하고 있다./국회사진기자단

더불어민주당 8·28 전당대회 대표 선거에 출마한 이재명 후보가 예비경선 전까지 이어오던 침묵을 깨고 거친 발언을 이어가고 있다. 이 후보는 자신을 둘러싼 ‘팬덤 정치’ ‘공천학살 우려’ ‘사법 리스크 논란’을 적극 반박하며 다른 후보들을 역공하고 나섰다. 당권 확보를 위한 지지층 결집 호소 전략으로 볼 수 있지만, 거친 발언이 자칫 당 분열을 촉발하는 자충수가 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욕하고 싶은 의원 비난 플랫폼’ 신설 논란

이 후보는 지난달 30일 경북 안동에서 지지자들과 만나 ‘문자메시지 폭탄’ 문제의 해결책으로 “당에 온라인 플랫폼을 만들어 욕하고 싶은 의원을 비난할 수 있게 해 ‘오늘의 가장 많은 비난을 받은 의원’, ‘가장 많은 항의 문자를 받은 의원’ 등을 해보고자 한다”고 제안했다. 문자폭탄의 원인으로는 “당원들이 당에 의사를 표현할 통로가 없어 의원들의 번호를 알아내 문자를 보내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자 당내 일부는 “국회의원들의 소신 발언을 막는 처사”라고 반발했다. 이 후보의 경쟁자인 박용진 후보는 1일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자신과 반대의견을 내놓은 소신을 숫자로 겁박하고자 하는 의도”라며 “민주당의 근간이었던 정치적 자유주의, 다양성과 토론의 종언이 될 것”이라고 비판했다. 강훈식 후보도 SNS에 “온라인 인민재판과 같이 흐를 수 있다”고 우려를 나타냈다.

논란이 커지자 이 의원 측은 이날 해명자료를 내고 “발언 일부만 갖고 취지를 왜곡한 것”이라며 “오히려 이 의원은 (지지자들에게) 욕설과 폭력적인 의사표현 방식의 자제를 당부했다”고 밝혔다.

이 후보는 의원들에 대한 지지층의 집단적인 의사표현은 두둔했다. 이 후보는 지난달 31일 대구시민 토크쇼에서 ‘개딸·양아들’(개혁의 딸·양심의 아들)로 불리는 강성 지지층에 대해 “우리 당원들이 당의 당직자들에게, 국민이 국민의 대리인에게 얼마든지 말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며 “월급 주고 권한을 위임했고 오로지 국민만을 위해 존재하는 게 바로 정치인데, 국민과 당원들의 적극적인 활동 자체를 문제 삼는 것이야말로 문제”라고 말했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1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국방위원회 전체회의에 참석해 발언하고 있다./국회사진기자단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1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국방위원회 전체회의에 참석해 발언하고 있다./국회사진기자단

‘공천학살·사법리스크’ 반박

이 후보는 공천학살·사법리스크 논란도 적극 반박했다. 지난달 31일 대구시민 토크쇼에서 일부 비이재명계 의원들이 제기한 공천학살 우려를 두고 “정치적 목적에 의해 공격하려는 것”이라고 규정했다. 이 의원은 “저를 보고 혹시 공천할 때 마음대로 하고 자기편만 챙길 것이라는 의심들을 하지 않느냐”라며 “(저를) 못 믿는 게 아니라 안 믿는 것”이라고 맞받았다.

이에 대해 비이재명계 의원들은 “이 후보의 입김으로 6·1 지방선거 공천 과정이 불투명했던 전례가 있다”고 반박했다. 최고위원 후보인 윤영찬 의원은 이날 YTN 라디오에서 “이 후보가 왜 인천 계양 공천을 받았는지 투명하지 않았다. 박지현 전 공동비상대책위원장이 ‘이 후보가 전화해서 적극적으로 (공천을) 요구했다’고 폭로까지 했다”며 “(이 후보가 당대표가 되면) 사당화의 우려가 있다”고 말했다.

이 후보가 자신의 사법리스크에 대해 직접 선을 긋고 나선 점도 당내에선 엇갈린 반응이 나온다.

이 후보는 지난달 30일 강릉시 토크콘서트에서는 부인 김혜경씨의 경기도 법인카드 유용 의혹 관련 조사를 받던 참고인이 숨진 채 발견된 것을 두고도 “나와 무슨 상관이 있나”라고 말했다. 그는 “나라가 ‘무당의 나라’가 돼서 그런지 아무 관계도 없는 일을 특정인에게 엮는다”고 했다.

당 안팎에서는 이 의원이 자신의 사법 리스크 의혹을 방어하려다가 유가족의 마음을 고려하지 않은 것은 부적절하다는 지적이 나왔다. 양금희 국민의힘 원내대변인은 지난달 31일 논평에서 “아무리 정치가 비정하고 잔인하다 하더라도 최소한 죽음 앞에서는 추모부터 하는 것이 인간의 도리”라고 밝혔다.

이처럼 이 후보가 각종 논란에 대한 발언 수위를 높이는 것은 전당대회 압승을 위해 지지자 결집을 노리는 전략을 본격화한 것으로 풀이된다. 당 일각에선 이러한 태도가 당 분열을 부추길 수 있다는 우려가 적지 않게 나온다.

한 초선 의원은 이날 통화에서 “이 후보의 편 가르는 듯한 태도가 당내 민주주의에 도움이 안 된다”며 “의원들 상당수가 사법리스크·공천에 대해 우려하지만 이 후보 극성 지지자들로부터 ‘수박’(겉과 속이 다른 정치인을 뜻하는 은어)으로 몰릴까 말을 못한다”고 말했다. 한 재선 의원은 “과다 대표된 강성 지지자들에게만 의존해 당내 갈등을 부추기면 민심에서 멀어질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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