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거제 개편, 총선 앞두고 새해 정치 화두로

조문희·탁지영 기자

윤 대통령·김진표 의장, 새해 벽두 나란히 ‘소선거구제 문제점’ 지적

중대선거구제 대안 거론…각 당 이해 엇갈려 국회 논의 시작은 아직

선거제도 개편이 2023년 새해 첫 정치권 의제로 떠올랐다. 국가 의전서열 1·2위인 윤석열 대통령과 김진표 국회의장이 나란히 선거제도 개편 필요성을 언급하면서다. 윤 대통령은 중대선거구제에 무게를 실었지만, 국회에 발의된 법안은 현행 준연동형 비례대표제 폐지부터 권역별 비례대표제 도입까지 스펙트럼이 다양하다. 양당과 국회 정치개혁특별위원회 논의에 따라 2024년 총선 판도가 완전히 뒤바뀔 수 있다.

윤 대통령은 2일 조선일보 신년 인터뷰에서 “소선거구제는 전부 아니면 전무로 가다 보니 선거가 너무 치열해지고 진영이 양극화되고 갈등이 깊어졌다”며 선거제 개편을 시사했다. 소선거구제는 1개 지역구에서 의원 1명이 당선되는 제도다. 득표 1위를 선출해 대표성이 크지만 다른 후보를 향한 표는 모두 사표가 된다는 단점이 있다. 지역별 선호 정당이 양극화된 한국 정치 풍토에서 지역주의를 오히려 강화한다고도 평가된다.

김 의장도 국회에서 “현행 소선거구 제도가 승자독식의 선거제도로 정치권의 대립과 갈등을 증폭시킨다는 비판을 받아왔다”며 윤 대통령의 문제의식을 공유했다. 김 의장은 이어 “호남에서도 보수 정치인들이, 대구·경북에서도 진보 정치인들이 당선돼서 지역 표심을 반영할 수 있는 정치제도를 만들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했다.

소선거구제 대안으로 우선 거론되는 제도는 중대선거구제다. 1개 지역구에서 의원 2~4명을 선출하는 제도로, 소선거구제와 비교할 때 사표 발생을 줄인다는 평가를 받는다. 윤 대통령도 “중대선거구제를 통해 대표성이 좀 더 강화되는 방안을 검토해 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윤 대통령이 의제를 제시했지만 국회는 아직 중대선거구제 논의를 시작하지 못했다. 국회 정개특위는 현재까지 선거법 심사에 돌입하지 않았다. 정개특위 국민의힘 간사인 이양수 의원은 “먼저 의원총회를 열어 당내 여론을 수렴해야 한다”고 말했다. 당 전체적으로 선거 판도가 바뀌는 데다 지역별 의원들의 유불리도 다르기 때문에 정개특위 일방의 논의 진행은 어렵다는 뜻이다. 이 의원은 중대선거구제 검토라는 대통령 발언이 당과 사전에 협의된 바가 없다고 말했다.

중대선거구제를 둘러싼 여야 셈법에도 차이가 난다. 여당은 중대선거구제 도입으로 손해보지 않는다는 게 중평이다. 통상 국민의힘 계열 정당이 1위를 하던 영남에서는 민주당 의원이, 민주당이 당선되던 호남에서는 국민의힘 의원이 2·3위로 새로이 당선돼 지역별 손익이 상쇄되는 반면, 국민의힘이 열세인 수도권에선 여당의 이익이 더 크다는 분석이다. 수도권은 의원 수가 많아, 국민의힘 당선이 늘어나면 민주당으로선 의석 배분에서 상대적 손실이 생긴다.

김진표 국회의장 “올 3월 중순까지 총선 선거제 확정”

중대선거구제가 파벌·기득권 정치를 강화할 수 있다는 반박도 있다. 이재명 민주당 대표는 “소수당과 신인이 진출하기 용이하다는 주장도 있지만 기득권, 유명하고 경제력이 큰 사람의 장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연동형 비례대표제가 여야 간 최대 쟁점으로 부각될 가능성도 있다. 정개특위 소위에 상정된 법안을 보면 국민의힘은 준연동형 비례대표제 폐지를, 민주당은 권역별 비례대표제를 선호하는 성향이 짙다. 국민의힘 의원들은 정당 득표율에 따라 비례대표 의원 수를 배분하는 과거 병립형 비례대표제로 돌아가자고 제안한다. 준연동형 비례제 가 당초 목적과 달리 위성정당 난립과 양당 체제 공고화로 이어졌다는 문제의식에서다.

민주당 김두관·이상민·김영배 의원은 전국을 권역으로 나눠 해당 권역의 비례대표 의원을 선출하자는 입장이다. 심상정 정의당 의원도 “비례성과 대표성이 강화되는 안을 대안으로 제시해야 한다”고 국민의힘 구상에 반대 의사를 표했다.

의원 정수, 비례 의석 비율도 논의 대상이다. 이상민 의원은 지역구 의원을 대폭 줄이고 비례대표 의원을 173명으로 늘리자고 주장한다. 김영배 의원은 국회의원 정수를 330명으로 늘려 비례대표를 110석으로 만들자는 입장이다.

김 의장은 “3월 중순까지 내년 총선 선거제도를 확정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오는 4월10일까지 마쳐야 하는 일정을 감안해 타임라인을 정한 것으로 풀이된다. 비례제 논의가 ‘다당제’ 도입으로 이어지는 만큼, 권력구조 개헌 논의 가능성도 거론된다. 선거법 개정 시한이 3개월여밖에 남지 않았다는 점에서 비관론도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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