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 르포

“장제원, 대통령 얼굴에 똥칠”···김기현 지지자도 “윤핵관 문제 모르는 사람 없어”

정대연 기자    조문희 기자

대통령실·윤핵관 행태에 ‘비판적’

후보 간 격화되는 비방에 대해서도

TK 당원·시민 “실망···민생 경쟁을”

국민의힘 김기현(왼쪽부터)·황교안·천하람·안철수 당 대표 후보가 지난달 28일 오후 대구 북구 엑스코에서 열린 제3차 전당대회 대구·경북 합동연설회에서 손을 맞잡고 인사하고 있다. 연합뉴스

국민의힘 김기현(왼쪽부터)·황교안·천하람·안철수 당 대표 후보가 지난달 28일 오후 대구 북구 엑스코에서 열린 제3차 전당대회 대구·경북 합동연설회에서 손을 맞잡고 인사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렇게까지 노골적으로 당무에 개입하는 경우는 못 봤습니다.” “장제원(의원)이나 윤핵관들이, 우리 경상도 말로 대통령 얼굴에 똥칠하는기라.”

대통령실 당무 개입 문제와 ‘윤핵관’(윤석열 대통령 측 핵심 관계자) 논란에 대해 대구·경북(TK) 지역 국민의힘 당원들이 전한 말이다. 경향신문은 국민의힘 3·8 전당대회 후보자 TK 합동연설회가 열린 지난달 28일과 이튿날인 1일 보수여당의 텃밭인 대구에서 여당 당원들과 대구시민들을 만났다. 연설회장 안팎에서 만난 당원들은 지지 후보와 상관없이 ‘윤심(윤 대통령 의중)’ 논란을 불러온 대통령실과 윤핵관에 대해 비판적인 인식을 나타냈다. 후보 간 격화되는 비방에 대해서도 TK 당원·시민 모두 “실망스럽다”며 “민생 경쟁을 해야한다”는 반응을 보였다.

김기현 국민의힘 당 대표 후보가 지난달 28일 오후 대구 북구 엑스코에서 열린 제3차 전당대회 대구·경북 합동연설회에서 정견발표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김기현 국민의힘 당 대표 후보가 지난달 28일 오후 대구 북구 엑스코에서 열린 제3차 전당대회 대구·경북 합동연설회에서 정견발표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김기현 지지해도 윤핵관엔 비판적

당원 성현덕씨(54·남·경북 고령)는 “윤핵관들은 자기들 기득권을 위할 뿐 윤 대통령을 위하는 게 아니다”라며 “자기 얼굴 안 드러내고 역할을 하는 게 진짜 측근”이라고 말했다. 성씨는 “(전당대회가) 너무 지저분하다. 안철수 후보까지 밟아버리는 건 도가 지나치다”고 강조했다. 당원 A씨(46·여·대구)는 “나경원 전 의원을 쫓아낸 과정, 특히 초선의원 연판장은 상상을 초월했다”며 “대통령실까지 나서고, 당은 이를 옹호하는 모습을 보면서 경악했다”고 밝혔다. 당원 B씨(42·남·경북 청도)는 “삼권 분립이란 게 있는데 도가 지나친 게 아닌가”라며 “국회의원들이 자신의 정체성을 포기하고 (당무 개입에 동조하고) 있는 게 제일 우려된다”고 말했다.

김기현 후보를 지지하는 당원들도 다른 후보 지지자들과 온도 차는 있었지만 대체로 비판적 입장이었다. 당원 김태형씨(69·남·대구)는 “윤핵관이 문제인 걸 모르는 사람은 없다. 대통령실도 안 그랬으면 좋았을 것”이라면서도 “자꾸 당내에서 ‘윤핵관’ ‘윤핵관’ 하면 진보에 눌린다. 보수층은 서로 비방하는 걸 싫어한다”고 말했다. 당원 조모씨(60·남·경북 청도)는 윤심 논란에 “친윤(석열계 후보) 쪽으로 많이 치우치는 것 같다”면서도 “윤석열 정부가 제대로 운영되려면 그 정도는 밀어줘야 하지 않겠나 싶은 마음도 든다”고 밝혔다.

■총선 승리 전략에 따라 표심 갈려

당·정 간 적절한 견제가 내년 총선에 유리할지, 당·정이 한몸이 돼야 선거 승리를 가져올 수 있을지에 대한 생각 차에 따라 지지 후보가 달랐다. 김 후보를 지지하는 조씨는 “당에서 대통령이 당선됐는데, 일을 할 수 있게끔 제대로 밀어줘야 한다”며 “(더불어)민주당에서 (공격)하고 있는데 당에서까지 (공격)하면 일을 못 하지 않느냐”고 말했다. 반면 천하람 후보를 지지하는 당원 장대환씨(34·남·대구)는 “김 후보는 여기저기 빚진 게 많아서 당 대표가 되면 대통령의 공천 요구를 거절하지 못할 것”이라며 “(당·정 마찰보다) 그게 더 큰 문제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안 후보를 지지하는 B씨는 “결국 남의 토끼나 집 나간 토끼를 잡아야 선거에서 승리한다”며 “때로는 당 대표가 대통령실과 각을 세우는 게 총선에도 득이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안철수 국민의힘 당 대표 후보가 지난달 28일 오후 대구 북구 엑스코에서 열린 제3차 전당대회 대구·경북 합동연설회에서 정견발표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안철수 국민의힘 당 대표 후보가 지난달 28일 오후 대구 북구 엑스코에서 열린 제3차 전당대회 대구·경북 합동연설회에서 정견발표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김기현이 될 것” 다수…부동산 의혹, 판세에 영향 미미

지지 후보에 상관없이 대부분 “주변에 김 후보를 지지하는 당원이 많다”며 김 후보 당선을 예상했다. 성씨는 “영남·수도권 당원협의회가 다 김 후보 쪽으로 가니까 결국 김 후보가 되긴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일부는 결선 투표로 가면 승부가 뒤집어질 수 있다는 희망 섞인 전망을 내놨다. 장씨는 “처음엔 천 후보가 결선에 가기 힘들다고 봤는데, 안 후보 지지율이 내려오는 걸 보면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최모씨(50대·여·경북 포항)는 “황교안 후보가 충분히 결선에 갈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김 후보를 둘러싼 부동산 투기 의혹이 판세에 미치는 영향은 미미한 것으로 보였다. 김씨는 “김 후보는 문재인 정부가 아무리 때려도 살아남았다”고 말했다. 당원 C씨(62·여·울산)는 “김 후보 땅 많은 건 울산서는 다 안다”며 “불법을 저지르고 한 것도 아닐 텐데, 같은 당 사람들이 이런다”고 불만을 나타냈다. 김 후보를 지지하지 않는 경우 “국민 정서에 안 맞는 것 같다”면서도 “대선도 아닌데 별다른 변수가 안 될 것”이라는 반응이 대부분이었다.

■당내 기반 약한 안철수, 지지 강도 약해

안 후보는 한때 여당 지지층 대상 여론조사에서 1위까지 올랐다가 대통령실 공세와 천 후보 등장 이후 선두인 김 후보와 격차가 많이 벌어졌다. TK 당원 인터뷰에서는 지난해 대선 후 입당한 안 후보의 여당 내 지지 기반이 단단하지 않은 게 이 같은 결과의 원인이라고 분석할 수 있는 말들이 나왔다.

B씨는 “안 후보의 정치적인 지향이나 방향이 선명해 보이지 않는다”면서도 “김 후보 당선은 막아야 하지 않을까 생각해 안 후보를 뽑을 생각이다. 안 후보를 전적으로 지지하지는 않는다”라고 말했다. 천 후보를 가장 선호하지만, 김 후보 당선을 막기 위한 현실적인 카드로 안 후보를 뽑겠다는 설명이다. 성씨도 “안 후보는 정통보수에는 안 맞지만, 지금 후보 중에는 그나마 낫다고 본다”고 말했다. 울산에서 단체로 김 후보 응원을 위해 TK 합동연설회를 찾은 C씨는 “오늘 같이 온 당원 중 2명은 안 후보를 지지한다더라. 인상이 선해서”라고 말했다. 천 후보를 지지하는 A씨는 “안 후보는 정치인으로서 매력이 없다”면서도 “김 후보와 안 후보가 결선에 간다면 그래도 안 후보를 뽑을 것”이라고 밝혔다.

천하람 국민의힘 당 대표 후보가 지난달 28일 오후 대구 북구 엑스코에서 열린 제3차 전당대회 대구·경북 합동연설회에서 정견발표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천하람 국민의힘 당 대표 후보가 지난달 28일 오후 대구 북구 엑스코에서 열린 제3차 전당대회 대구·경북 합동연설회에서 정견발표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천 후보에 대해서는 청년 정치인으로서 당을 개혁할 거란 기대와 함께 “아직은 안 된다”는 시기상조론이 많이 나왔다. A씨는 “보수·진보 상관없이 정치를 바꿔보려 하고 소신을 지키는 정치인을 지지해 왔다”며 “천 후보 지지율이 높아지면 당 주류와 싸워볼 수 있는 규모의 정파로는 성장할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김씨는 “천 후보가 여당 불모지(전남 순천)에서 정치하는 건 칭찬할 만하다”며 “이정현 전 대표처럼 순천에서 국회의원에 당선되고 나서 당 대표를 하면 좋을 것”이라고 말했다.

천 후보가 김용태·허은아 최고위원 후보 및 이기인 청년최고위원 후보와 함께 ‘이준석계’로 분류되면서 초반 급부상했지만, 이준석 전 대표와 한 묶음으로 여겨진다는 점은 지지도 추가 상승을 제약하는 요인으로 분석된다. 조씨는 “김 후보를 안 찍으면 천 후보를 찍을 것”이라면서도 “이 전 대표처럼 자꾸 뒷말하고 그러지만 않으면 된다”고 말했다. 최씨는 “천 후보만 보면 다르게 볼 수 있는데, 이준석계라서 싫다”고 말했다.

황 후보에 대해서는 국무총리 때 전직 대통령 박근혜씨 탄핵, 당 대표 때 2020년 총선 패배에 책임이 있는데 출마했다는 비판이 많았다. 김씨는 “박근혜 정부 때 책임이 있고 총선에서 당을 망쳤는데 자중해야 한다”고 말했다. B씨는 “왜 출마했는지 의아하다”며 “이미 정치 생명이 끝난 분이라 솔직히 언급할 가치가 없다”고 냉소적 반응을 보였다. 반면 최씨는 “지난 정권에서 사회주의·공산주의로 갈 뻔했는데 황 후보가 나라를 위해 싸우는 모습을 유튜브로 봤다”며 “황 후보는 가장 깨끗한 정통우파”라고 밝혔다.

황교안 국민의힘 당 대표 후보가 지난달 28일 오후 대구 북구 엑스코에서 열린 제3차 전당대회 대구·경북 합동연설회에서 정견발표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황교안 국민의힘 당 대표 후보가 지난달 28일 오후 대구 북구 엑스코에서 열린 제3차 전당대회 대구·경북 합동연설회에서 정견발표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당원·시민 “말싸움 말고 민생 논쟁해야”

누구를 지지하는지, 당원인지 여부와 상관없이 지금의 전당대회 진행 상황에 대해서는 비판적인 평가가 대부분이었다. 집권여당답게 말꼬리잡기가 아닌 민생 대책을 두고 논쟁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왔다. 조씨는 “전당대회가 너무 난잡하다. 서로 헐뜯는 걸 보면서 마음이 착잡하다”며 “집권여당이니 경제 활성화에 집중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김씨는 “전당대회에서 당의 비전, 민생 얘기를 해야지, 후보들끼리 말싸움만 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당원이 아닌 대구시민들은 전당대회에 큰 관심이 없다고 했다. 어려운 경기와 당원투표 100%로 변경된 전당대회 규칙의 영향으로 풀이된다. 대구 칠성시장에서 만난 상인 김성수씨(50·남)는 국민의힘을 지지하지만 “딱히 마음 가는 사람이 없다. (뉴스에 민생 얘기는 안 나오고) 너무 전당대회 얘기만 나온다”고 말했다. 또 다른 상인 김모씨(66·남)도 지난 대선에서 윤 대통령을 뽑았지만 “경제가 어려우니까 다들 전당대회에 관심이 없다”고 밝혔다. 역시 전통적 여당 지지자인 상인 D씨(70대·남)는 “당 대표가 누군지 누가 신경쓰겠나”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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