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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의 비밀···‘세계 최강’ 북한 해커들은 어떻게 양성되나

박은경 기자

[북한TMI] “어려운 북한 소식, 알기 쉽게 풀고 입체적으로 전달하는 코너입니다.”

북한 평양의 과학기술전당에서 컴퓨터를 사용하는 시민들. 북한에서는 전체 인구의 1%도 안되는 특권층만이 인터넷에 접속할 수 있다.                                                                                                                                                                                                         AP·연합뉴스

북한 평양의 과학기술전당에서 컴퓨터를 사용하는 시민들. 북한에서는 전체 인구의 1%도 안되는 특권층만이 인터넷에 접속할 수 있다. AP·연합뉴스

폐쇄되고 고립된 ‘은둔의 왕국’ 북한에서는 전체 인구(약 2525만명) 중 1%도 안 되는 특권층만이 인터넷에 접속할 수 있다. 역설적이지만, 가장 통제된 환경에서 극소수의 인터넷 인구를 가진 북한이 세계 최강의 해커 군단을 이끌고 있다.

대부분 국가의 해커들은 10대 때부터 자신의 방에서 은둔하며 해킹 기술을 익힌다. 개인 컴퓨터 보급률도 낮고 인터넷 접근도 불가능한 북한에서는 어떻게 해커를 양성하는 것일까.

■구소련 올림픽 대표 양성 같은 북한 해커 훈련

북한 해커 훈련 방식은 구소련이 올림픽 출전 선수를 양성하는 과정과 흡사하다는 평가를 받는다. 될성부른 ‘떡잎’을 발굴해 국가의 전폭적 지원으로 집중교육을 시키고, 해외 전지훈련을 거쳐 사이버 전장(戰場)으로 내보낸다는 것이다.

자유아시아방송(RFA), BBC, 미국의 소리(VOA) 등 보도를 종합하면, 북한은 1980년대부터 사이버 인재 양성을 위한 시스템을 구축해왔다. 전국 소학교(초등학교)에서 선발된 수학·과학 인재들은 과학영재학교인 금성제1, 제2중학교로 입학해 본격적인 컴퓨터 전문 교육을 받게 된다. 이들에게는 최고급 사양의 컴퓨터 등 최상의 교육 환경이 주어진다. 북한은 중학교에 해당하는 초급중학 3년과 고등학교에 해당하는 고급중학 3년 과정으로 학제를 구분한다. 금성중학교에서는 6년간 수학을 기반으로 알고리즘 작성, 프로그래밍 등 전문지식을 집중적으로 가르친다. 이 때문에 금성중학교는 미래의 북한 해커를 양성하는 ‘본산’으로 꼽힌다.

이들 중 우수 인재들은 김일성종합대학의 컴퓨터과학대학, 평양컴퓨터기술대학, 김책공업종합대학, 이과대학, 함흥의 컴퓨터기술대학 등에 입학한다. 대학에서 명령어 자동화, 전산화 연산, 기술정찰 등의 심화 학습을 통해 세계적 수준의 ‘사이버 전사’로 길러진다.

북한 대학생들의 프로그래밍 능력은 이미 국제대회에서 입증된 바 있다. 지난해에는 북한 김일성종합대, 김책공업종합대학 등 대학생들이 국제프로그래밍 대회인 코드쉐프에서 6월부터 12월까지 7연승을 거뒀다. 코드쉐프는 인도 소프트웨어 기업이 개최하는 국제 인터넷 프로그래밍 대회로, 매달 전 세계 80여 개국 1만∼3만여 명의 대학생이 참여한다.

■선발 엘리트들 1년 간 해외 훈련…中 기업 ‘위장 취업’도

일부는 북한군 총참모부 산하의 김일군사대학(구 지휘자동화대학, 일명 미림대학), 정찰총국 산하 모란봉대학 등에 진학해 3~5년간 ‘사이버 전사’ 훈련을 받는다. 김일군사대학에서 세계 최고 수준의 해킹 전문가들이 매년 100~110명씩 배출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 중에서도 선발된 엘리트들은 1년간 중국이나 러시아에서 해외 훈련을 받는다. 북한 당국은 컴퓨터 인재 양성을 위해 고등교육과정에 있는 인재들을 해마다 50~60명씩 유학을 보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해외 훈련이 끝난 후에는 여러 해킹 부대에 배치돼 ‘실전’에 투입된다.

북한의 한 학교에서 학생들이 헤드셋을 착용한 채 교육을 받고 있다. 북한에서는 과학수학 영재들을 대상으로 중학교 때부터 컴퓨터 프로그래밍 등을 교육시킨다.                                                                                                                                            노동신문·뉴스1

북한의 한 학교에서 학생들이 헤드셋을 착용한 채 교육을 받고 있다. 북한에서는 과학수학 영재들을 대상으로 중학교 때부터 컴퓨터 프로그래밍 등을 교육시킨다. 노동신문·뉴스1

‘사이버 전사’들에게 최고의 생활 환경이 제공되고, 가족들에게 평양에서 살수 있는 기회를 주는 등 특권을 준다. 식량 보조금, 높은 급여, 해외 근무 기회 등도 이들이 얻을 수 있는 혜택이다. 일각에서는 일부 북한의 사이버 전사들이 중국 기업에 위장 취업한다는 주장도 제기한다. 중국 기업의 소프트웨어 관련 기술자로 취업해 평소에는 ‘위안화’를 벌고, 북한의 지령이 떨어지면 해킹 공격으로 전자 화폐 등을 노리는 ‘이중생활’을 한다는 것이다.

유엔 대북제재위원회 전문가 패널 보고서에 따르면 북한은 2015년부터 2018년까지 세계 17개국의 금융기관과 가상통화거래소를 대상으로 35차례(한국 10차례) 해킹으로 최대 20억달러(2조3000억원)를 탈취했다.

과거 북한이 집중해 온 국제범죄는 담배 밀수, 위조 지폐, 필로폰 등 불법 마약 제조 등이었다. 북한 외교관들은 1970년대에는 주로 마약밀매, 1980년대 들어서는 위조지폐 유통에 동원됐다가 국제적 망신을 사기도 했다. 최근에는 가성비 높고 적발도 어려운 해킹 기술을 앞세워 더 은밀하게 막대한 이익을 챙기고 있다. 이같이 세계 최고 수준의 해킹 군단을 구축할 수 있었던 근간은 탄탄한 인재풀과 촘촘하게 짜여진 양성 시스템이다.

미국 비영리연구기관인 스틴슨센터의 마틴 윌리엄스 연구원은 최근 ‘뉴요커’와 인터뷰에서 “재래전은 비싼 무기 개발·도입이 필수지만 해킹은 뛰어난 인재만 있으면 된다”면서 “북한이 다른 자원은 부족해도 인재는 부족하지 않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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