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TMI

남에선 개 식용 반대…북에선 여전히 “민족음식”

박은경 기자

1985년 김일성이 ‘단고기’라 이름 붙여

김정은 시대에도 병사들 먹이려 ‘동원령’

평양에 있는 평양단고기집의 모습. 사진 노동신문·뉴스1

평양에 있는 평양단고기집의 모습. 사진 노동신문·뉴스1

“우리 민족음식이 제일이라는 생각으로 봉사자의 긍지와 보람을 느끼곤 합니다.”

문재인 대통령이 개 식용 금지 문제를 언급한 이후 국민의힘 대선후보 토론에서도 쟁점으로 떠오른 이슈가 됐지만 북한에서는 여전히 단고기(개고기)가 민족음식으로 인정받고 있다.

평양만 해도 통일거리의 평양단고기집, 동대원구역의 신흥단고기집, 대동강구역종합식당 의암단고기집, 문흥단고기집 등 유명한 식당들이 많다.

새로운 식당도 꾸준히 생기고 있다. 재일본 조선인총연합회 기관지 조선신보는 지난달 31일 서성구역종합식당 와산단고기집 책임자를 인터뷰하면서 관련 소식을 비중 있게 다뤘다. 인터뷰에 응한 유금숙 책임자는 단고기를 “우리 민족음식”으로 표현하면서 자부심을 드러냈다.

2019년 새로 개업한 이 식당은 규모가 크지 않은 전문 단고기집이지만 올해 평양시 단고기 요리 경연대회에서 종합 1위를 했다. 노포들 사이에서 떠오른 신흥 세력인 셈이다.

조선신보는 이 같은 비결로 고기와 국물의 배합 비율, 삶기, 불세기 조절, 양념장 만들기 등에서 영양학적 가치와 약리적 효과를 잘 살린 점을 높이 평가했다.

북한은 단고기 음식으로 삼복더위를 이겨내는 것을 민족의 우수한 풍습으로 여기고 있다.

초복이었던 지난 7월 11일에는 대외선전매체 우리민족끼리가 “우리 인민들이 창조한 우수한 풍습에는 한여름의 가장 더운 때인 삼복 철에 땀을 흘리면서 단고기장을 먹는 풍습도 있다”고 소개했을 정도다.

단고기라는 이름은 1985년 김일성 주석이 직접 붙였다. 김일성·김정일 시대에는 단고기의 약용 효과를 전문적으로 연구하기도 했다.

자유아시아방송(RFA)는 1990년대 초에는 김일성 주석과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동맥경화증세가 심해지자 만청산 연구원에서 개 사료에 갖가지 한약재들을 첨가해 고기의 건강기능성을 높이기 위한 연구가 진행했다고 전했다.

통일거리에 있는 평양단고기집은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지시로 김일성 주석의 80세 생일이었던 1992년 문을 열었다. 이 식당은 좌석만 600석이 넘는다.

단고기에 대한 애정은 김정은 시대에 와서도 여전한 듯 하다. 지난 여름 삼복 더위철에 ‘병사의 날’을 만들고, 병사들에게 단고기를 먹이기 위해 단고기 동원령이 내려졌다는 보도까지 나왔다.

반면 한국에서는 개 식용 문제가 사회적 이슈가 되면서 ‘보신탕’, ‘사철탕’ 같은 간판은 대부분 사라진 상태다.

지난 9월 문재인 대통령은 “이제는 개 식용 금지를 신중하게 검토할 때가 되지 않았는가”라며 개 식용 금지를 관련 부처에서 검토하라고 지시했다. 여야 대선 주자들도 의견을 밝히면서 대선후보 토론회에서도 쟁점으로 떠올랐지만, 북한에서 이같은 논의는 여전히 먼 이야기인 듯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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