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문점 ‘첫 방문’ 권영세 통일장관, 북한에 “지도부 미래 생각하라” 대화 촉구읽음

판문점 | 통일부 공동취재단 | 박광연 기자

권영세 “북한 도발, 문제 해결에 도움 안돼”

“허심탄회하게 대화하자” 북에 결단 촉구

새로운 제안보단 “북한의 태도 변화” 강조

권영세 통일부 장관이 29일 오후 경기 파주시 판문점 남측 구역을 둘러보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권영세 통일부 장관이 29일 오후 경기 파주시 판문점 남측 구역을 둘러보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권영세 통일부 장관이 29일 취임 후 처음 판문점을 찾아 “주민들뿐 아니라 지도부의 미래를 생각해서라도 하루빨리 핵·미사일 개발과 도발을 멈추라”고 북한에 대화를 촉구했다. 북한에 새로운 제안을 내놓기보다는 북한의 태도를 변화시키는 데 힘을 싣겠다고 밝혔다.

권 장관은 이날 남북 군사분계선이 위치한 경기 파주시 판문점을 둘러본 뒤 기자들과 만나 이같이 말했다. 권 장관의 판문점 방문은 지난 5월 취임하고 처음이다. 통일부 장관이 판문점을 찾은 건 문재인 정부 당시인 2020년9월 이인영 당시 장관 방문 이후 2년여 만이다.

권 장관은 판문점 남측에 위치한 제3초소와 중립국감독위원회·군사정전위원회 회의실 등을 살펴봤다. 2019년11월 탈북 어민 2명이 북송될 당시 어느 통로가 이용됐는지 등을 유엔사 관계자에게 물었다. 판문점 북측 건물인 판문각을 배경으로 기념 사진을 찍은 권 장관은 2018년 판문점 선언 당시 남북 정상이 만난 하늘색 도보다리 등을 둘러봤다.

이날 판문점 북측 지역 바깥에서 북한군 움직임은 없었다. 판문각 안에서 마스크를 낀 북한 군인들이 망원경 등으로 권 장관 일행을 바라보는 모습이 포착됐다.

권 장관은 판문점 남측 자유의집에서 기자들과 만나 “최근 북한의 연이은 미사일 발사와 도발로 한반도의 긴장이 높아졌고 남북 관계가 그야말로 얼어붙어 있다”며 “작은 훈풍이라도 불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판문점에 왔다”고 방문 취지를 설명했다.

권 장관은 최근 연이은 도발을 비판하며 대화의 장으로 나올 것을 북한에 촉구했다. 그는 “북한의 도발 행위는 남북 관계뿐 아니라 현재 북한이 제기하는 문제를 해결하는 데도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는다”며 “북한이 지금과 같이 핵과 미사일을 개발하고 도발을 하면 번영은 고사하고 북한 체제 안전조차 유지하는 데 더 어려움만 가중시킬 것”이라고 말했다.

권 장관은 “언제 어디서든 어떤 형식의 대화라도 북한이 원하면 나갈 의지가 있다”며 “핵 문제뿐 아니라 정치군사적 대결 상태 해소와 이산가족 등 인도적 문제를 포함한 남북 간 상호 관심사를 허심탄회하게 대화해 해결책을 찾아나갔으면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북한 당국에 대화에 나서는 “용기 있는 결단”을 촉구했다.

29일 오후 경기 파주시 판문점 북측 지역 판문각에서 북한 병사들이 판문점을 방문한 권영세 통일부 장관과 취재진을 살펴보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29일 오후 경기 파주시 판문점 북측 지역 판문각에서 북한 병사들이 판문점을 방문한 권영세 통일부 장관과 취재진을 살펴보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북한은 윤석열 정부가 제안한 비핵화 로드맵 ‘담대한 구상’과 이산가족 문제 관련 회담, 코로나19 방역 협력 등을 거부하거나 무응답으로 일관하고 있다. 이에 대해 권 장관은 새로운 제안을 내놓기보다는 북한의 호응을 유도하는 데 초점을 맞추겠다는 뜻을 밝혔다.

권 장관은 “북한에 새로운 대화를 (제안)하는 것보다는 북한이 어떻게 해야 대화의 장으로 나올 수 있는지를 고민하고 실천해나갈 때”라고 말했다. 그는 “당분간 북한은 지금과 같은 태도를 쉽사리 바꿀 거라고 생각하지 않는다”며 “우리의 원칙을 지키며 북한의 태도 변화를 기다릴 것”이라고 말했다.

윤석열 정부 대북정책은 북한 핵위협을 억제(Deterrence)하고 제재·압박으로 핵개발을 단념(Dissuasion)시키며 북한을 대화(Dialogue)의 장으로 이끌겠다는 ‘3D’ 원칙을 근간으로 하고 있다.

권 장관은 “지금처럼 남북이 서로를 믿지 못하는 상황에서는 우리가 아무리 좋은 제안을 해도 실질적이고 지속적인 남북관계 진전을 기대하기 어렵다”며 “꾸준한 대화를 통해 무너진 신뢰를 회복하는 길밖에는 없다”고 강조했다. 그는 “우리 정부는 북한에 대해 적대 의지를 갖고 있지 않다”는 입장을 재확인했다.

앞서 정부는 북한이 진정성을 갖고 비핵화 협상장에 복귀하면 그에 상응하는 경제적 지원을 선제적으로 단행하겠다고 밝혔다. 권 장관은 ‘북한이 비핵화 진정성을 어떻게 보여줘야 하나’라는 질문에 “객관적 조건 몇개를 충족하면 진정성이 있다고 판단하는 건 적절치 않다”며 “선언적 행위와 구체적 행동 두 가지가 다 필요할 텐데, 이 부분은 북한이 대화에 나왔을 때의 모습을 보며 평가할 수 있을 것”이라고 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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