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군부 서열 1위’ 박정천 해임 미스터리···문책? 군 전술 전환?

박광연 기자
지난해 9월 북한 최고인민회의 제14기 제7차 회의에서 발언하는 박정천. 조선중앙통신|연합뉴스

지난해 9월 북한 최고인민회의 제14기 제7차 회의에서 발언하는 박정천. 조선중앙통신|연합뉴스

박정천 전 북한 노동당 중앙군사위원회 부위원장이 군부 서열 1위 자리에서 내려온 것과 관련해 남한 무인기 탐지 실패에 따른 문책론, 건강 이상설, 야전·작전 중심으로의 전술 전환 등 다양한 분석이 제기되고 있다.

통일부 당국자는 3일 정부서울청사에서 기자들과 만나 “박정천 신분 변동과 관련해선 북한이 이번 전원회의를 하며 그 이후에 공식적으로 경질 이유를 밝히지 않았다”며 “여러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향후 동향과 보도를 주시하겠다”고 밝혔다.

노동신문 등 북한 공식매체들은 지난달 26~31일 진행된 노동당 중앙위원회 제8기 제6차 전원회의 결과를 지난 1일 보도하며 박 전 부위원장을 중앙군사위 부위원장직에서 소환하고 당 비서직에서 해임했다고 밝혔다. 전원회의에 참석한 박 전 부위원장은 당·정·군 최고위 간부들과 함께 주석단에 앉아있었다. 그러나 인사와 관련된 조직문제 표결시 손을 들지 못한 채 고개를 숙이고 있는 모습이 조선중앙TV의 공개 영상에 포착됐다.

박 전 부위원장은 전원회의 이후 김 위원장이 참석한 주요 행사에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김덕훈·조용원·최룡해·리병철 당 정치국 상무위원이 참석한 지난달 31일 신년경축대공연과 지난 1일 금수산태양궁전 참배에 불참하며 정치국 상무위원직에서도 물러났을 것으로 추정된다.

박 전 부위원장은 포병사령부 사령관과 총참모부(남한 합동참모본부 격) 포병국장 등 포병 분야에서 주요 경력을 쌓아왔다. 북한이 지난해 11월 진행된 한·미 대규모 공중연합훈련(비질런트 스톰)에 강하게 반발할 당시 그는 두 차례 담회를 통해 한·미를 맹비난했다.

북한군 서열 1위였던 박정천 노동당 중앙군사위원회 부위원장 겸 노동당 비서가 지난달 26~31일 열린 노동당 중앙위원회 제8기 제6차 전원회의에서 해임됐다고 조선중앙TV가 지난 1일 보도했다. 박정천 전 부위원장이 ‘조직 문제’에 대해 거수하지 못하고 고개를 숙이고 있다. 연합뉴스

북한군 서열 1위였던 박정천 노동당 중앙군사위원회 부위원장 겸 노동당 비서가 지난달 26~31일 열린 노동당 중앙위원회 제8기 제6차 전원회의에서 해임됐다고 조선중앙TV가 지난 1일 보도했다. 박정천 전 부위원장이 ‘조직 문제’에 대해 거수하지 못하고 고개를 숙이고 있다. 연합뉴스

통일연구원 북한연구실은 전날 발표한 ‘북한 제8기 제6차 당 중앙위원회 전원회의 분석 및 향후 정세 전망’ 보고서에서 “박정천 해임 배경은 문책성 경질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며 “그가 맡았던 역할로 보면 작전상 실책이나 전략물자 군수 관련 차질 등의 가능성이 있어 보인다. 당 중앙군사위 부위원장으로서 특정 사안에 대한 책임을 물었을 가능성도 있다”고 분석했다.

일각에선 북한이 지난달 26일 남측 영공을 침범하는 무인기 도발을 단행했을 당시 남측이 무인기를 북측으로 보내 맞대응한 상황을 박 전 부위원장이 탐지하지 못해 경계 실패 책임을 졌다고 추정한다.

반면 정성장 세종연구소 북한연구센터장은 “박정천 교체가 문책성 인사인지는 불분명하다”며 “전원회의 주석단에 계속 자리를 잡고 있었고, 전원회의 기간 중에 그의 해임을 정당화할 비판이 제기되지 않은 점을 고려할 때 세대교체나 건강상 이유로 퇴진했을 가능성이 있다”고 밝혔다.

박 전 부위원장이 맡았던 중앙군사위 부위원장과 당 비서의 후임으로 리영길 전 국방상이 임명됐다는 점에서 북한의 전략·전술 변화 차원이라는 평가도 있다. 김 위원장은 전원회의 연설에서 남한을 겨냥한 전술핵 다량 생산을 올해 핵무력 정책의 기본방향으로 제시한 상태다.

국가정보원 유관 기관인 국가안보전략연구원은 지난 1일 보도자료에서 “리영길은 군단장 등을 역임한 야전·작전통이라는 점에서 북한이 새로 도입한 공세적 전략·전술을 운영하기에 적합한 인물을 기용한 것으로 볼 수 있다”고 분석했다.

박수일 신임 총참모장과 강순남 신임 국방상 임명도 유사한 맥락으로 평가된다. 통일연구원 북한연구실은 “박수일은 사회안전상, 1군단 및 8군단 군단장, 총참모부 제1부총참모장 겸 작전총국장 출신으로 역시 작전통으로 통한다”며 “리영길과 더불어 최근 전술핵무기 실전화 및 작전화 구도의 연속선상에서 박수일 발탁 배경을 짐작해볼 수 있다”고 밝혔다.

북한연구실은 또 “강순남은 군단장 출신으로 인민무력성 부상을 지낸 바 있어 역시 야전 작전에 밝은 인물”이라며 “군사부문 인적 교체는 대체로 작전통으로의 교체가 두드러진다”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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