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크라전 불똥 튈라···북한, 나토 사무총장 방한에 “신냉전 불구름”

박광연 기자
방한 중인 옌스 스톨텐베르그 북대서양조약기구(나토) 사무총장이 지난 29일 서울 종로구 외교부에서 박진 외교부 장관과 만나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사진 크게보기

방한 중인 옌스 스톨텐베르그 북대서양조약기구(나토) 사무총장이 지난 29일 서울 종로구 외교부에서 박진 외교부 장관과 만나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북한이 30일 옌스 스톨텐베르그 북대서양조약기구(나토) 사무총장의 한국·일본 방문에 대해 “아시아태평양 지역에 신냉전의 불구름을 몰아오는 대결행각, 전쟁의 전주곡”이라고 비난했다. 최근 우크라이나 전쟁 상황에 대한 우려를 부쩍 표명해온 북한이 전쟁의 여파가 한반도에 끼칠 영향을 경계하는 모습이다.

북한 공식매체인 조선중앙통신은 이날 국제정치연구학회 연구사 김동명 명의 ‘나토 사무총장의 행각은 ‘아시아판 나토’ 창설을 부추기자는 것인가’라는 글에서 이같이 밝혔다. 방한 중인 옌스 스톨텐베르그 나토 사무총장이 윤석열 대통령과 외교부·국방부 장관 등을 만나고 일본을 방문하는 행보를 겨냥했다.

통신은 “우크라이나를 대리전쟁 마당으로 만들어 놓은 군사기구의 고위책임자가 자기의 작전 영역도 아닌 수륙만리 떨어진 동반구의 아시아태평양 지역에 날아든다는 사실 자체가 우려를 키우고 있다”며 “나토는 유럽에서 써먹던 집단적 대결 수법을 아시아태평양에도 복사하려 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통신은 “미국과 서방의 (우크라이나에) 탱크 제공 결정으로 우크라이나 사태가 새로운 고비를 맞고 있는 때”에 스톨텐베르그 총장이 한국·일본을 방문했다며 “열이면 열, 백이면 백 좋은 일이 하나도 없다”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추종세력들과 결탁하여 저들의 패권적 지위와 질서 유지에 복무하는 아시아판 나토를 조작하자는 것이 미국 주도의 나토가 노리는 총적 지향점”이라고 밝혔다.

북한 당국은 최근 우크라이나 전쟁과 관련한 입장을 집중적으로 발신하고 있다. 김정은 국무위원장 여동생인 김여정 노동당 부부장은 지난 27일 담화에서 우크라이나에 대한 미국과 서방의 주력 탱크 지원을 비난했다. 권정근 외무성 미국담당 국장은 전날 담화에서 미국이 제기한 북한과 러시아의 무기거래설을 일축했다.

앞선 담화들이 우크라이나 전황과 직접 관련됐다면 이날 입장은 우크라이나 전쟁이 나토를 매개로 한반도 정세에 미칠 영향을 우려하는 데로 나아간 것으로 풀이된다. 미국 주도 나토가 우크라이나에서 러시아와 대립하는 것처럼 한반도에선 미국 중심의 한·미·일 군사협력이 북한·중국·러시아를 압박하고 있다는 경계심으로 해석된다.

김정은 위원장은 지난 1일 공개 신년사 성격의 노동당 전원회의 보고에서 “미국은 일본, 남조선과의 3각 공조 실현을 본격적으로 추진하면서 동맹 강화의 간판 밑에 아시아판 나토와 같은 새로운 군사쁠럭(블럭)을 형성하는데 골몰하고 있다”고 밝힌 바 있다.

북한은 지난 13일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의 주요 7개국(G7) 순방을 두고 “기시다가 발을 들여놓을 나라들이 모두 나토 성원국들이라는 점에 보다 큰 위험성이 있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북한은 한반도 주변의 신냉전 정세를 비난하면서 이를 적극 활용하고 있다. 한·미·일 군사협력에 대응한다는 명분으로 중국·러시아에 더욱 밀착하며 핵무기 고도화에 천착하고 있다는 비판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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