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 ‘불시·기습’ 강조…한·미 군사훈련에 ‘즉각 대응’ 예고

박은경 기자

김정은 명령 받고 “불의에 조직”…ICBM 실전 능력 과시

발사에 9시간 걸려…‘반격’ 효용성 적어 ‘제1격용’ 분석도

훈련 지도 주체로 최근 첫 등장 ‘미사일총국’ 내세워 눈길

북한은 19일 전날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화성-15형’ 시험발사 사실을 밝히면서 ‘기습훈련’이란 점을 강조했다. 명령부터 실제 발사까지 9시간 넘게 걸렸지만 ‘불의’ ‘기습’이라는 표현으로 ICBM 운용과 실전 능력을 과시한 것이다. 지난 7일 존재가 확인된 신설 조직인 미사일총국을 훈련 지도 주체로 내세운 점도 눈길을 끈다.

조선중앙통신은 이날 “영예로운 전투명령을 받아안은 제1붉은기영웅중대는 18일 오후 평양국제비행장에서 대륙간탄도미싸일 화성포-15형을 최대사거리체제로 고각발사하였다”고 밝혔다. 특히 이번 ICBM 발사 훈련이 김정은 당 중앙군사위원장의 명령에 따라 불시에 계획된 것이라고 강조했다.

통신은 “훈련은 사전계획 없이 18일 새벽에 내려진 비상화력전투대기지시와 이날 오전 8시에 하달된 조선로동당 중앙군사위원회 위원장 명령서에 의하여 불의에 조직되었다”고 설명했다.

전날 새벽 전투대기 중이던 제1붉은기영웅중대는 오전 8시 김 위원장의 명령서를 받고 오후 5시22분쯤 화성-15형을 발사하기까지 약 9시간20분이 걸렸다. 상당한 시간이 소요됐음에도 ‘기습’이라고 강조함으로써 한·미 군사적 움직임에 대한 즉각적 대응을 예고했다. 지난달 방한한 로이드 오스틴 미국 국방방관이 미 전략자산의 적시적인 한반도 전개를 약속했는데, ‘적시적 전개’에 ‘불시적 도발’로 응수하겠다는 경고 메시지로 읽힌다.

임을출 경남대 극동연구소 교수는 “이번 ICBM 기습발사훈련은 북한의 위협 수준이 나날이 고도화하고 있으며, 오인오판에 의한 충돌 가능성을 한층 높여 준다는 측면에서 이전과는 차원이 다른 위협”이라고 분석했다.

북한이 지난 6일 당 중앙군사위원회 회의에서 “전쟁준비태세 완비”를, 17일 외무성 담화에서는 “지금까지 보지 못했던 지속적이고 전례 없는 강력한 대응”을 강조했는데 이번 ICBM 기습훈련으로 실제 행동에 나섰다는 것이다.

북한은 이번 발사가 “적대 세력들에 대한 치명적인 핵반격 능력”을 구축하기 위한 노력이라고 밝혔지만 명령 후 9시간이 지나 발사했다는 점에서 반격인 ‘제2격’(second strike)으로서의 효용성이 없다는 분석이다.

공격을 받은 후 즉각적인 반격이 이뤄져야 상대의 행동을 제약하는 ‘억제력’을 발휘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에 일각에서는 북한이 ICBM을 오직 선제공격에 해당하는 ‘제1격’(first strike) 용도로만 쓸 수 있을 것으로 본다.

전문가들은 북한이 이번에 발사한 ICBM이 화성-15형 개량형일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장영근 항공대 교수는 “지난해 11월3일 발사한 장거리 탄도미사일은 노즐과 탄두부 길이 등으로 볼 때 개량형 화성-15형으로 추정됐는데 당시 실패한 개량형 화성-15형을 다시 발사한 걸로 추정된다”며 “2017년 화성-15형 발사 때보다 탄두 중량을 줄이고 일부 엔진 성능을 개량한 것”이라고 분석했다. 홍민 통일연구원 북한연구실장도 발사 제원으로 볼 때 이번 발사는 실전화된 화성-15형의 성능 개선과 안정성 확보를 위한 개량 버전 실험 가능성이 있다고 분석했다.

통신이 공개한 ‘발사훈련명령서’를 통해 훈련 지도 주체가 미사일총국이라는 사실도 확인됐다

미사일총국은 2000년대 초 제2경제위원회 산하 미사일 담당 총국에 기원하고 있으며 2016년 로켓공업부로 확대개편됐고 대북 제재 명단에 오른 이후인 최근에는 미사일총국으로 변경된 것으로 보인다.

지난 7일 당 중앙군사위원회 확대회의 보도를 통해 미사일총국의 부대기가 처음 확인됐는데, 기존에 미사일을 시험발사할 경우 주로 언급되던 당 중앙위원회 군수공업부나 국방과학 부문 등을 제치고 전면에 등장했다.

홍 실장은 “미사일총국은 당 중앙군사위와 군수공업부의 지휘·감독 아래 미사일 개발, 생산, 관리 등을 맡는 실무총괄부서로 보인다”면서 “‘발사훈련을 지도’했다는 표현으로 봐서 정규군 편제 속에서 발사훈련이나 실험을 지도하는 역할도 부여된 것으로 판단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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