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술핵 포사격’ 내부에도 알린 북한…‘식량난’ 주민들 결속 도모

박광연 기자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지난해 12월31일 평양에서 열린 600㎜ 초대형방사포 증정식에 참석해 박수치고 있다. 조선중앙통신|연합뉴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지난해 12월31일 평양에서 열린 600㎜ 초대형방사포 증정식에 참석해 박수치고 있다. 조선중앙통신|연합뉴스

북한이 전술핵 공격용이라고 주장하는 초대형 방사포 사격 사실을 주민들에게도 알렸다. 사격 당일 대외에 즉각 밝혔음에도 다음날 내부에 다시 알린 것은 이례적이다. 식량난 등 어려운 상황 속에서도 핵 개발에 집중해야 할 필요성을 선전하며 체제 결속을 꾀하려는 의도로 풀이된다.

북한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은 21일 2면에 ‘장거리 포병구분대의 방사포 사격훈련 진행’이라는 제목의 글을 게재했다. 북한군이 전날 오전 7시 동해상으로 600㎜ 초대형 방사포 2발을 발사했다는 내용으로 전날 발사 직후 조선중앙통신에 공개된 보도와 같다.

북한은 통상 미사일 발사 등 도발적 군사 행동의 상세 내용을 다음날 공식 매체를 통해 공개해왔다. 이번 포 사격은 이례적으로 약 2시간 뒤 조선중앙통신에 즉각 공개됐고, 동일한 내용이 다음날 노동신문에도 실린 것이다.

인터넷 홈페이지에서 확인할 수 있는 조선중앙통신과 달리 노동신문은 대다수 북한 주민들이 접하는 종이 매체다. 전날 조선중앙통신 보도에 이어 조선중앙TV 방송, 이날 노동신문 기사를 통해 포 사격 사실을 주민들에게 알리려는 북한 당국의 의지가 반영된 것으로 해석된다.

특히 최근 식량 수급 등 생활난이 가중된 상황에서 핵무기 고도화에 몰두해야 하는 당위성을 설명해 주민들 불만을 달래려는 취지로 풀이된다. 외부의 군사적 압박이 강해지는 정세를 근거로 체제 방위를 위한 핵 우선 개발의 불가피성을 강조하는 식이다.

신문은 “미국과 남조선 괴뢰들은 올해에 들어와서만도 벌써 몇 차례나 연합공중훈련을 벌려놓고 군사적 긴장도를 높이고 있다”며 “앞으로도 미 전략자산의 남조선 전개 빈도와 강도를 계속 높이겠다고 떠들어대고 있다”고 밝혔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참석한 600㎜ 초대형방사포 증정식이 지난해 12월31일 평양에서 개최됐다. 조선중앙통신|연합뉴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참석한 600㎜ 초대형방사포 증정식이 지난해 12월31일 평양에서 개최됐다. 조선중앙통신|연합뉴스

주민들의 희생으로 핵 개발 성과를 만들어냈다고 과시하는 의도도 엿보인다. 신문은 “사격에 동원된 600㎜ 방사포는 우리 군대의 최신형 다연발 정밀 공격무기체계로서 적의 작전비행장당 1문, 4발을 할당해둘 정도의 가공할 위력을 자랑하는 전술핵 공격수단”이라고 주장했다.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지난해 12월31일 노동당 중앙위원회 제8기 제6차 전원회의를 마치고 600㎜ 초대형 방사포 증정식까지 열며 남한 전역을 겨냥한 “우리 무력의 핵심적인 공격형 무기”라고 극찬한 바 있다. 남한 군 당국은 북한의 초대형 방사포를 단거리 탄도미사일로 평가하고 있다.

북한이 대외적 위기와 군사적 성과를 강조하는 것은 그만큼 내부 상황이 악화하고 있음을 시사한다는 시각도 있다. 통일부 당국자는 이날 기자들과 만나 “여러 경로를 통해 관련 정황과 정보를 수집하고 관계기관 평가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북한) 일부 지역에서 최근 아사자가 속출한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 당국자는 “전년 대비 (식량) 생산량이 감소했다”며 “북한 당국에서 식량 공급, 유통 정책을 바꾼 동향이 있어서 (식량) 유통 문제일 가능성도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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