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토론과 SNS가 만나면…18대 대선 新 풍속도

김광호 기자

TV토론과 댓글, 찬조 연설과 동영상 리트윗…. 18대 대선에서 ‘퓨전(융합) 미디어 선거’가 새로운 흐름으로 자리잡고 있다.

대규모 전파성과 실시간 속보성 때문에 직접 민주주의 시대의 씨앗으로까지 평가받는 소셜네트워크 서비스(SNS)가 불러온 효과다. TV 등 기존 미디어만이 제공할 수 있는 대규모 콘텐츠에 SNS의 즉각적인 ‘반응성’이 결합하면서 나타난 결과인 것이다.

실상 전통적 선거전 문법에서 TV토론과 찬조 연설이 차지하는 비중은 낮다. 지지층을 공고히 하는 강화 효과만 있을뿐 그 자체로 판의 변화를 줄 만큼의 파괴력은 없고, 공정성에만 초점을 맞춘 과도한 제약으로 TV토론과 찬조연설을 ‘따분한’ 것으로 치부되던 게 현실이다.

하지만 이번 대선에서 그런 통상의 공식은 깨지고 있다. 새누리당 박근혜, 민주통합당 문재인, 통합진보당 이정희 후보가 치열하게 격돌한 지난 4·10일의 1·2차 TV토론 지상파 4사의 시청률은 각각 36.2%, 37.9%를 기록했다. 종편·보도 채널까지 합치면 43.6%(10일)에 달했다.

12일 문재인 후보 측 윤여준 국민통합추진위원장의 TV 찬조연설은 네티즌들의 폭발적 반응으로 드물게 찬조연설 재방송 기록도 남기게 됐다. 이전 대선에선 보기 드문 기현상이다.

이처럼 TV토론이 폭발적 반응을 얻게 된데는 SNS를 통한 실시간 반응들이 기폭제가 됐다. 단적인 것이 토론회 직후 SNS 등을 통해 잇따르던 토론회 평가식 ‘댓글 퍼레이드’다.

1·2차 토론 후 SNS 등에선 ‘박근혜 대 이정희’ 후보의 설전이 붙고 그 와중에 다소 소외된 문재인 후보를 풍자하는 촌철살인의 댓글 촌평들이 이어졌다.

‘이정희 “난 잃을 게 없다”, 박근혜 “난 읽을 게 없다”, 문재인 “난 낄 데가 없다”’거나, SBS의 짝짓기 프로그램을 연상시키는 비유도 이어졌다. “여자 1호와 여자 2호가 싸우는 사이 남자 2호는 고기를 굽고 있다”는 식이다. 또 ‘이정희: 나는 혼내러 왔다. 박근혜: 나는 혼이 나갔다. 문재인: 나는 혼자였다’고 토론장 분위기를 꼬집었다. 한 트위터리안의 글은 가수 임재범씨의 노래 가사를 이용, ‘이정희 후보의 거친 발언과 불안한 그네공주(‘박 후보’)의 눈빛과 그걸 지켜보는 문재인. 그건 아마도 전쟁같은 토론~~’이라고 압축했다.

이처럼 유권자들은 스마트폰 등을 이용해 토론회를 본 소감과 평가를 올리고, 다른 SNS 이용 유권자들과 공유하고 다시 그 반응을 체크하는 것이 이제 일상이 됐다. 토론회가 열린 날의 경우 자정까지 꾸준히 관련 트윗이 게시되는 것도 그런 이유다. SNS 공간안에서 순식간에 토론회를 토론·평가하고 사실상 토론 승부를 결정내는 것이다. 그간 지루하고 재미없는 양비론식 전문가들의 승패없는 고담준론이나 아전인수 해석은 이제 설 자리를 잃은 셈이다.

이처럼 SNS를 기반으로 한 기술적 변화는 기존 TV토론의 가장 난점이 ‘평가 불가’라는 한계를 무너뜨리면서 그 가능성의 경계를 크게 확장시키고 있다.

찬조 연설도 비슷한 구조다. 한번 일회성으로 지나가고 말던 찬조연설이 인터넷이나 SNS를 통해 동영상 형태로 남아 계속 유통되면서 생명력을 얻게된 것이다. 윤 위원장 찬조연설의 경우 이들의 지속적 리트윗으로 포털사이트 검색어 1위를 한동안 유지하기도 했다. 아예 13일 가수 이은미씨의 문재인 후보 찬조연설은 방송전부터 검색어 1위로 오르기도 했다. 찬조연설 자체가 관심의 대상이 된 것이다.

윤희웅 한국사회여론연구소 조사분석실장은 “예전의 TV토론이나 찬조연설을 방송하면 그것으로 끝이었지만, SNS를 통해 사전 홍보도 되고 토론 후에도 상당기간 피드백이 이뤄지면서 시청하지 않은 유권자들에게도 영향을 주고 여론을 형성하는 상황”이라며 “이런 효과가 지지 후보 변경까지는 어려울 수 있지만, 아직 후보를 결정하지 않은 중도층엔 판단의 근거를 제공할 수 있어서 현재 박빙의 선거 상황에선 중요한 변수가 될 수 있다. 그점에서 오늘 3차 TV토론도 중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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