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락당한 청문회…위증 처벌 피해 ‘변론의 장’ 활용

이용욱·유정인 기자

원세훈 전 국가정보원장과 김용판 전 서울경찰청장을 상대로 16일 열린 국정원 댓글사건 진상규명 국정조사특위의 청문회가 무력하게 끝났다.

두 사람은 청문회에 출석, 증인선서를 거부한 뒤 선별적으로 증언했다. 특위가 새로운 사실을 밝혀내지 못한 채 안하무인적 태도를 보인 두 증인에게 농락당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원 전 원장은 “국회에서의 증언·감정 등에 관한 법률에 따라 선서하지 않겠다”고 말했다. 김 전 청장은 “이 사건으로 형사재판이 진행 중”이라면서 “증언이 언론을 통해 외부로 알려지는 과정에서 진위가 왜곡되거나 잘못 알려지면 재판에 영향을 줄 수 있다”고 말했다.


1948년 제헌 헌법으로 국정조사 및 국정감사 제도가 도입된 후 국조나 국감에 출석한 증인이 증인선서를 거부한 것은 헌정사상 초유의 일이다.

두 사람은 자신들의 변론은 적극 펼친 반면 야당 의원들이 제기하는 핵심 의혹에 대해서는 “답변하지 않겠다” “기억나지 않는다”며 답변을 거부했다. 공직선거법 위반 등으로 기소된 이들은 검찰의 공소사실도 전면 부인했다.

원 전 원장은 대선개입 혐의로 기소된 데 대해 “선거법 위반 혐의에 동의할 수 없다”고 말했다. 대선개입 부서로 지목된 심리전단을 확대개편한 것을 두고는 “댓글작업은 대북 심리전 차원에서 이뤄졌으며 대선개입이 아니다”라고 했다.

새누리당 김재원 의원이 “노무현 정권 시절에도 당시 국정원이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찬성, 남북정상회담 찬성 등 정권 홍보 댓글 작업을 했느냐”고 묻자, “그렇게 보고를 받았다”고 답했다. 김 의원이 이어 “이것(댓글 작업)이 통상적인 국정원 업무라는 주장이냐. 과거 정부에서도 이렇게 했다는 거냐”고 재차 묻자, “그렇다”고 답했다.

김 전 청장은 대선 이틀 전인 지난해 12월16일 밤 11시에 ‘댓글 흔적을 발견하지 못했다’는 경찰 수사결과를 서둘러 발표한 배경에 대해 “몇몇 언론사에서 특종보도할 거라는 정황이 포착됐다”고 말했다. 언론사의 특종을 막기 위해 한밤중에 발표했다는 것이다. 경찰 수사의 축소·은폐 사실을 밝혀낸 검찰 수사에 대해선 “공소 내용 전부를 인정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명지대 신율 교수는 “(앞으로 청문회에서) 선서를 거부하는 게 트렌드가 되는 것 아니냐는 걱정이 든다”면서 “증인들은 지나치게 당당한 태도를 보이고, 의원들은 그동안 했던 이야기를 반복하는 등 시종 무기력한 모습을 보여주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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