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행법 허점 파고든 치밀한 각본

구교형 기자

국회 국가정보원 국정조사특위의 16일 청문회에 증인으로 출석한 원세훈 전 국정원장(62)과 김용판 전 서울지방경찰청장(55)이 증인선서를 거부했다.

일반적으로 국회에 출석한 증인들은 “양심에 따라 숨김과 보탬이 없이 사실 그대로 말하고 만일 진술이나 서면답변에 거짓이 있으면 위증의 벌을 받기로 맹서합니다”라고 선서한다.

국회 관계자는 “1948년 제헌의회 때부터 과거 기록을 살펴본 결과 증인이 증인선서를 거부한 사례를 발견하지 못했다”며 “헌정 사상 전례가 없는 초유의 일로 보인다”고 말했다. 국회 증언·감정법 3조 1항을 보면, 증인은 형사소송법 148조 또는 149조에 해당하는 경우 선서·증언 또는 서류제출을 거부할 수 있도록 돼 있다. 형사소송법 148조는 형사소추를 당하거나 유죄판결을 받을 염려가 있는 증언은 거부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다.


두 사람은 이런 현행법의 허점을 파고들었다. 국회 증언·감정법은 선서한 증인이 허위진술을 한 때는 1년 이상 10년 이하의 징역에 처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그러나 이 법은 국회에 출석한 증인이 위증·불출석·국회모욕죄 이외의 진술로 인해 어떤 불이익도 받지 않도록 하고 있다. 선서를 거부해 위증의 벌이 면제된 두 사람을 다른 죄로 처벌할 방도가 없는 것이다. 법조계 인사들은 “위증에 따른 형사처벌은 피하면서 검찰 공소사실은 조목조목 반박하는 ‘일석이조’의 효과를 노린 것 같다”고 분석했다.

두 사람은 청문회가 TV에 생방송되는 것도 흔쾌히 수용했다. 만약 두 사람이 생방송을 거부한다는 의사를 밝혔다면 현행법에 따라 청문회 일부 또는 전부를 공개하지 않을 수도 있다. 대신 이들은 청문회를 자신들의 변론의 장으로 활용했다. 여당 의원들의 우호적 질문에는 억울함을 호소했고, 야당 의원들의 민감한 질문에는 “전혀 사실무근이다” “답변하지 않겠다”는 말을 되풀이했다.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의 박주민 사무차장은 “두 사람이 변호인과 상의 끝에 동행명령은 승낙하되 증인선서는 거부하기로 사전조율을 한 것 같다”며 “치밀하게 준비된 각본”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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