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정 비용 절감·구별 빈부 격차 해소… 2017년까지 확정”
전문가·여야 “분권·자치에 역행… 행정 편의주의적 발상”
대통령 소속 지방자치발전위원회가 8일 대통령에게 보고한 ‘지방자치발전 종합계획’을 두고 지방자치 후퇴 논란이 일고 있다. 계획에는 서울특별시와 6개 광역시 구·군단위 기초의회 폐지, 서울특별시를 제외한 광역시의 구청장 임명제 등 풀뿌리 정치의 기초를 흔드는 논쟁적 내용들이 포함돼 있다.
위원회는 2017년까지 국민적 합의를 거쳐 개편안을 확정하겠다는 방침이다.
대통령 소속 지방자치발전위원회 심대평 위원장(오른쪽)이 8일 청와대 춘추관에서 서울과 6대 광역시의 구·군 단위 기초의회를 없애는 등의 내용을 담은 지방자치발전 종합계획을 발표하고 있다. | 연합뉴스
■ 지방자치 근간 흔들리나
위원회는 서울특별시와 광역시의 자치구의회를 없애는 방안을 제시했다.
광역시의 경우 구청장·군수 직선제를 폐지한 뒤 해당 시장이 인사청문회를 거쳐 구청장과 군수를 임명하는 방안을 1안으로 제시했다. 다만 서울시는 수도라는 상징성과 인구 등을 고려해 구청장 직선제는 유지하는 방안을 제안했다.
기초단체장 직선제를 유지하는 방안도 2안으로 제시됐지만, 무게는 1안에 실린다.
특별시 산하 구청장과 광역시 산하 구청장 및 군수의 과세 권한을 없애고, 기존 자치구세는 시세로 전환키로 한 것도 지방자치를 위협하는 조치로 해석될 수 있다.
위원회는 이 조치가 ‘주민 편의’를 위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당장 기초의회 폐지를 통해 구의회 운영에 드는 행정비용이 줄어들 것으로 기대했다.
구청장 등의 과세권한 폐지를 두고는, 세금이 걷히는 정도에 따라 각 구별 빈부격차가 심화되는 현상을 해소하기 위해서라고 밝혔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이같은 방안이 중앙행정 편의에 맞춘 획일적 발상이라고 비판했다.
인하대 이기우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각 지역 특성화를 살려서 그 지역에 맞는 행정을 펼칠 필요가 커지고 있는데, 그와 반대로 가는 것”이라며 “자치구가 아니라 행정구가 되면 관료적 획일주의가 판칠 가능성이 높아져 지역 특색이 살아나기 어렵다”고 말했다. 이어 “20여년 동안 자치구 제도를 실시해왔다. 거의 문제가 없었는데도 이렇게 개편하는 이유가 궁금하다”고 지적했다.
영국 런던이나 일본 도쿄 등 외국 대도시처럼 지역 실정과 역량에 맞게, 다양한 자치제도의 선택을 지역과 시민들의 판단에 맡겨야 한다는 의견도 제시됐다.
한 전문가는 “지금까지의 획일적인 구자치제가 잘못됐다고 해서 과거의 획일적인 집권제도로 단순히 돌아가는 것은 분권과 자치에 역행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 중앙 논리로 지역정치 말살하느냐
여야 가릴 것 없이 “지자체의 후퇴”라고 반발했다. 성임제 서울시 구의회의장협의회회장(강동구 의원)은 “20여년 퇴보하자는 것밖에 되지 않는다. 계속 이런 식이면 강력한 투쟁을 할 것”이라고 말했다. 안수일 울산남구의회의장은 “주민과 가장 가까운 곳에서 일하는 기초의회를 없애면 주민불편이 커질 것으로 우려된다”고 말했다.
송광운 광주 북구청장은 “광역시장들은 할 일이 많아 지금도 주민면담조차 제대로 하기 힘든데, 자치구까지 없애 시장이 모든 책임을 지도록 하는 것은 단체장과 직접 접촉하기를 바라는 주민들의 염원에 역행하는 처사”라고 밝혔다.
전국시장군수구청장협의회 구정태 전문위원은 “지방자치발전위가 자치 구·군의 의견수렴을 하지 않은 채 밀어붙여 절차상 하자가 있다”고 말했다.
정의당 정책위원회는 논평을 통해 “특별·광역시의 기초의회 폐지는 지방자치 발전에 역행하는 제도”라며 “단체장은 직선으로 해도 이를 견제할 의회를 구성하지 않겠다는 식의 행정편의주의적 발상은 어디서 나오는지 궁금할 따름”이라고 비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