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P “탄핵 절차 중단 의도”…NHK “위안부상 철거 영향”
“박 대통령은 퇴임하는 척한 것이다.”
“진퇴를 국회에 맡기겠다”고 한 박근혜 대통령의 29일 대국민담화를 보는 외국 언론들의 시선은 냉랭했다.
워싱턴포스트는 이날 박 대통령이 “국회에서 정한 일정과 절차에 맞춰 퇴진하겠다”고 밝힌 것은 야당이 추진하고 있는 탄핵절차를 중단시키려는 의도가 있다고 분석했다. 박 대통령의 담화 내용대로 대통령 임기를 단축하려면 개헌이 필요하고 이는 결국 탄핵 논의를 멈추는 결과를 낳을 거라는 해석이다. 존 델루리 연세대 정치학과 교수는 “박 대통령은 담화에서 공식 퇴임 의사를 밝힌 것이 아니라 퇴임하는 척한 것”이라며 “탄핵 논의를 길게 끌고 가려는 의도”라고 말했다.
워싱턴포스트는 “한국에서 정치적 부패 스캔들은 낯선 것이 아니지만 박 대통령의 최측근 최순실은 공직에 오른 적이 없으면서도 ‘그림자 대통령’을 자처하며 대북정책부터 대통령의 옷장까지 모든 것에 관여했다는 점에서 유례없는 정치 스캔들이었다”고 설명했다.
뉴욕타임스는 “박 대통령 담화대로라면 한국 사회는 대통령 탄핵 등 정치적 불확실성 속에 몇 개월을 지내야 한다”고 지적했다. “만약 국회가 탄핵을 추진한다면 헌법재판소에서 탄핵심판을 벌이는 6개월간 선출직이 아닌 ‘매우 인기 없는(deeply unpopular)’ 황교안 국무총리가 대통령 업무를 대신 수행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AP통신은 “박 대통령은 1960년 대통령직에서 물러나 하와이로 망명한 이승만 초대 대통령 이후 처음으로 자진 사퇴하는 대통령이 될 것”이라고 보도했다. 또 이승만 정권 이후 계승된 정부가 박 대통령의 아버지인 박정희 전 대통령의 쿠데타로 전복됐지만 그 또한 1979년 피살됐다는 사실을 언급했다.
알자지라는 이날 “박 대통령이 자신의 운명을 국회에 맡겼다”며 “공식적으로 물러난 것은 아니지만 임기 단축을 비롯한 자신의 권한을 국회 의석 다수를 차지하고 있는 야당에 맡겼다”고 보도했다.
BBC도 “박 대통령이 사임을 발표한 게 아니라 사임을 제안한 것”이라며 “하지만 당장 물러나지 않아도 대통령의 권한은 매우 제한적이 될 것”이라고 해석했다. CNN, 가디언, 로이터 등도 이날 박 대통령의 담화를 속보로 전했다.
일본 NHK는 이날 박 대통령의 담화를 생중계한 뒤 자국에 미칠 파장을 분석했다. 이 방송은 “다음달 일본 도쿄에서 개최될 한·중·일 정상회담에 박 대통령이 참석하기 어렵게 됐고 한·일 위안부 합의 후 평화의 소녀상 철거 문제에도 한국 정부가 적극적으로 나서기 어려운 상황이 됐다”고 보도했다. 아사히신문은 이날 인터넷판 ‘호외’로 관련 소식을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