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경원·주호영, 선거도 지고 정치도 졌다읽음

심진용 기자

경험 부족·계파 논쟁 부각 등 실책

나, 1년간 세 번의 패배로 큰 타격

나경원 전 의원, 주호영 의원

나경원 전 의원, 주호영 의원

6·11 국민의힘 전당대회에서 모두 합쳐 ‘18선’의 중진 의원 4명이 ‘이준석 돌풍’에 속절없이 무너졌다. 특히 당대표 경선 초반 ‘양강’으로 꼽혔던 나경원 전 의원과 주호영 의원은 이번 패배로 적지 않은 타격을 입은 것으로 평가된다. 두 사람은 ‘이준석 바람’에 네거티브로 일관하면서 내용면에서도 졌다는 지적이 나온다.

나 전 의원과 주 의원은 이준석 대표의 ‘경험 부족’을 집중 공격했지만 실익은 없었다. 주 의원이 이 대표의 경험 부족을 지적하며 ‘동네 뒷산’으로 공격했던 게 대표적이다. 이 대표는 “팔공산 등산”이라고 반격하면서 대구에서만 5차례 당선된 주 의원의 이력을 부각했다. 나 전 의원도 이 대표를 ‘스포츠카’에 비유하며 “당대표는 화물트럭을 끌고 좁은 골목길을 다닐 수 있어야 한다”고 공격했지만, “전기차 주문했다”는 이 대표의 응수에 밀렸다.

4·5선 경력에 원내대표 출신인 두 사람은 메시지 내용에서도 ‘0선’인 이 대표를 앞서지 못했다. 이 대표는 지난 3일 보수의 중심지인 대구·경북(TK) 합동연설회에서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을 인정해야 한다”는 파격적인 주장을 내놨다. 반면 나 전 의원은 ‘박정희 마케팅’, 주 의원은 ‘TK 소외론’을 부각하며 기존 정치문법을 따랐을 뿐이다.

계파 공격도 중진들의 실책으로 꼽힌다. 나 전 의원은 이 대표를 ‘유승민계’로 공격하는 데 치중했다. 주 의원도 “이 후보는 유승민 전 의원과 너무 친하다”고 공격했다. 네거티브 공세로 두 사람의 이미지만 손상됐다는 평가가 많다.

당내에서도 “선거에서는 지더라도 정치에서는 지면 안 된다는 말이 있는데, 두 사람은 정치에서 좀 많이 실점했다”(하태경 의원)는 비판이 나왔다. 이종훈 정치평론가는 기자와 통화하면서 “신랄하게 이야기하자면 중진들의 바닥이 드러난 것 아닌가 싶다”며 “선거전에서 실력도 제대로 보여주지 못했고, 네거티브 등 대응 자체도 세련되지 못했다”고 말했다.

대권 도전까지 고심했던 나 전 의원은 지난해 총선과 서울시장 경선에 이어 이번 패배까지 최근 1년간 세 번의 패배로 정치적 행보에 타격이 클 것으로 전망된다. 직전 원내대표이자 당대표 권한대행으로, TK 표심을 기대했던 주 의원은 14% 득표율에 그치면서 체면을 구겼다. 다만 당원투표 1위(40.93% 득표)를 기록한 나 전 의원은 당심에서는 저력을 확인한 만큼 내년 대선에서 다시 역할을 맡게 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경향티비 배너
Today`s HOT
부활절 앞두고 분주한 남아공 초콜릿 공장 한 컷에 담긴 화산 분출과 오로라 바이든 자금모금행사에 등장한 오바마 미국 묻지마 칼부림 희생자 추모 행사
모스크바 테러 희생자 애도하는 시민들 황사로 뿌옇게 변한 네이멍구 거리
코코넛 따는 원숭이 노동 착취 반대 시위 젖소 복장으로 시위하는 동물보호단체 회원
불덩이 터지는 가자지구 라파 크로아티아에 전시된 초대형 부활절 달걀 아르헨티나 성모 기리는 종교 행렬 독일 고속도로에서 전복된 버스
경향신문 회원을 위한 서비스입니다

경향신문 회원이 되시면 다양하고 풍부한 콘텐츠를 즐기실 수 있습니다.

  • 퀴즈
    풀기
  • 뉴스플리
  • 기사
    응원하기
  • 인스피아
    전문읽기
  • 회원
    혜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