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권 교체” 외친 윤석열, 비전은 흐릿

유정인·심진용 기자

검찰총장 사퇴 넉 달 만에 대선 출마 선언…국민의힘 입당 즉답 피해

현 정부 비판 속 의제·정책 구체성은 떨어져…이제는 ‘검증의 시간’

<b>“공정·상식·법치”</b> 윤석열 전 검찰총장이 29일 서울 서초구 매헌윤봉길의사기념관에서 열린 대선 출마 선언 기자회견에 앞서 국민의례를 하고 있다. 국회사진기자단

“공정·상식·법치” 윤석열 전 검찰총장이 29일 서울 서초구 매헌윤봉길의사기념관에서 열린 대선 출마 선언 기자회견에 앞서 국민의례를 하고 있다. 국회사진기자단

윤석열 전 검찰총장(61)이 29일 “반드시 정권교체를 이뤄내야 한다”며 대선 출마를 공식 선언했다. 지난 3월 문재인 정부 검찰총장직에서 중도사퇴한 지 117일 만이다. 그의 메시지에서 ‘반(反)문재인’은 선명했다. 미래 비전과 국정운영 구상은 흐릿했다. ‘정치인 윤석열’로 집권 능력과 도덕성을 평가받아야 하는 ‘검증의 시간’이 시작됐다.

윤 전 총장은 이날 서울 서초구 매헌윤봉길의사기념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국민과 국가의 미래를 위해 모든 것을 바치고 헌신할 준비가 되었음을 감히 말씀드린다”며 “정권교체를 열망하는 모든 분들과 힘을 모아 확실하게 해내겠다”고 했다. 그는 “무너진 자유민주주의와 법치, 시대와 세대를 관통하는 공정의 가치를 기필코 다시 세우겠다”고 했다.

윤 전 총장은 출마 선언 상당 부분을 문재인 정부 비판에 할애했다. 그는 “더 이상 이들(현 정부)의 기만과 거짓 선동에 속지 않을 것”이라며 “부패하고 무능한 세력의 집권 연장과 국민 약탈을 막아야 한다”고 말했다. “무도한 행태” “공정과 상식을 무너뜨리고 자유와 법치를 부정하는 세력”이라고도 했다. 출마 선언문에서만 ‘정권교체’라는 단어를 7차례 썼다. 총장 재임기부터 현 정부와 대립각을 세우며 존재감을 키워온 만큼 정부의 실정을 부각하면서 대선 출마의 정당성을 찾으려는 것으로 풀이된다.

윤 전 총장은 검찰수장이 직을 중간에 내려놓은 지 4개월 만에 ‘대선 무대’로 직행하는 기록을 남기게 됐다. 독립성이 요구되는 사정기관장으로서 정치적 중립성을 위반했다는 지적을 피하기 어렵다. 이에 대해 윤 전 총장은 “결국 국민이 판단하실 문제”라고 말했다.

윤 전 총장은 국민의힘 입당 여부에 대해선 “정치철학 면에선 국민의힘과 생각을 같이하고 있다”고 했지만 입당 시기 등을 두고는 “이 자리에서 답변드리기 어려울 것 같다”며 즉답을 피했다.

윤 전 총장은 자신의 정치철학과 관련해 ‘자유민주주의’ ‘공정’ ‘상식’ ‘법치’ 등을 언급했다. 현 정부에 맞선 검찰총장 이미지를 정치적 화두로 정리하는 동시에 ‘자유민주주의’ 강조로 보수 정당 및 세력과의 접점을 마련하기 위한 것으로 읽힌다. 하지만 정치관이 추상적인 단어들로 설명되면서 대선 주자로서의 의제나 정책은 구체적으로 드러나지 않았다. 앞으로 시대정신과 조응하는 대선 의제를 어떻게 내보이느냐가 ‘정치인 윤석열’이 ‘반문’ 정서가 모이는 ‘보’에 그칠지, 스스로 물줄기를 내 대권 행로로 흐를지를 가르는 관건이 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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