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샌드위치'된 윤석열, 분위기 전환 가능할까

심진용 기자
윤석열 전 검찰총장(오른쪽)이 지난 12일 최장집 고려대 명예교수와 서울 한 식당에서 만나고 있다. 윤석열 전 검찰총장 측 제공

윤석열 전 검찰총장(오른쪽)이 지난 12일 최장집 고려대 명예교수와 서울 한 식당에서 만나고 있다. 윤석열 전 검찰총장 측 제공

‘밖에서는 이재명 경기지사, 안에서는 최재형 전 감사원장.’

지난달 29일 대선 출마를 선언하고 보름이 지난 윤석열 전 검찰총장이 안팎으로 치이고 있다. 더불어민주당 소속 이재명 경기지사의 지지율이 오르면서 윤 전 총장의 지지율이 떨어지고, 야권 내부에선 최재형 전 감사원장이 치고 올라오는 ‘샌드위치’ 상황이 된 것이다. 코로나19 4차 대유행으로 예정했던 일정마저 꼬이고 있다. 비공개로 진행하는 민생 행보도 ‘반문(재인)’ 외 별다른 메시지를 내놓지 못하고 있고 ‘불통’ 비판은 계속되고 있다. 윤 전 총장으로선 분위기 전환이 필요한 시점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윤 전 총장은 쿠키뉴스 의뢰로 한길리서치가 조사해 14일 내놓은 대선 후보 가상대결에서 이재명 경기지사에게 오차범위를 벗어나 2위로 밀렸다. 이 지사가 43.9% 지지율을 기록했지만, 윤 전 총장은 36%에 그쳐 7.9%포인트 차이가 벌어졌다. 최근 대선 후보 1차 예비경선을 치른 민주당의 컨벤션 효과가 반영됐다는 설명이지만, 견고해 보이던 ‘윤석열 대세론’에 균열 조짐이 일고 있다. 윤 전 총장은 출마 선언 전인 지난달 같은 기관 조사에서 45.8% 지지율로 이 지사(34.5%)를 10%포인트 이상 앞섰으나 한 달이 채 되지 않아 10% 가까이 지지율이 떨어진 셈이다. 윤 전 총장은 범야권 차기 대선 후보 지지도 조사에서도 27.6%에 머무르며 30%선이 무너졌다. 지난달 같은 조사에서 윤 전 총장이 36%를 찍은 지지율과 비교하면 야권 내에서도 압도적인 1등 주자의 위상이 흔들리고 있다.

윤 전 총장 측은 대선 출마 선언에 이어 전국 순회 민심 행보로 지지세를 올리겠다는 구상을 세웠지만 코로나19 재유행으로 발걸음이 꼬였다. 대구와 광주 방문 계획이 코로나19로 취소됐다. 지역 방문은 지난달 6일 대전 이후 진도가 나가지 않고 있다. 무산된 지방 일정을 서울 시내 식당 방문, 부동산중개소 방문 등으로 대체했지만 ‘문재인 때리기’ 이상의 메시지는 내놓지 못했다. 그마저도 비공개 면담 후 사후통보하는 방식으로 일정을 소화했다. ‘불통’ 행보라는 비판이 제기됐다.

윤 전 총장은 지난 12일 진보 성향의 최장집 고려대 명예교수와 만난 사실을 이날 공개했다. 최근 행보가 보수 일색이라는 비판을 의식한 것으로 보인다. 윤 전 총장은 이 자리에서 “정권교체를 하지 않으면 개악을 ‘개혁’이라 말하는 ‘개혁꾼’들, 독재·전제를 민주주의라 말하는 선동가들, 부패한 이권 카르텔이 지금보다 더욱 판치는 나라가 된다는 확신을 갖고 있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이 대담 역시 비공개로 치러졌다. 자유주의와 대통령 권력 분산, 개헌 등 정치철학 차원의 논의가 이뤄졌지만 세부내용은 전언 형태로만 알려졌다.

특히 야권 내 잠재적 경쟁자인 최재형 전 감사원장이 발빠르게 움직이면서 윤 전 총장은 더욱 주춤하는 모양새로 비춰지고 있다. 최 전 원장은 14일 권영세 국민의힘 대외협력위원장과 만찬 회동하면서 국민의힘 입당이 한발 앞으로 다가온 분위기다. 여전히 입당 문제를 매듭짓지 못하고 있는 윤 전 총장과 대비되어 보인다는 지적이 나온다. 최 전 원장 측근인 김영우 전 의원이 이날 KBS라디오에서 윤 전 총장을 향해 “(경쟁 없이) 처음부터 꽃가마 타고 부전승하겠다는 것”이라고도 꼬집었다.

윤 전 총장으로선 반등의 계기가 필요하지만 당장 뾰족한 해법을 찾기가 쉽지 않다. 지역 방문 일정을 어떻게 재개해 유권자들과의 접촉점을 늘릴 수 있을지부터가 고민이다. 국민의힘과의 관계 설정도 최 전 원장이 먼저 입당하면 윤 전 총장으로선 선택지가 더욱 좁아질 수밖에 없다. 최 전 원장을 뒤따르는 모양새가 될 수 있어 대선 주자로서 바람직한 모양새는 아니라는 지적이 나온다.

한편 윤 전 총장은 15일 서울 종로구 반기문재단 사무실에서 반기문 유엔 전 사무총장을 만난다. 반 전 사무총장은 2017년 보수 진영의 유력 대선주자로 기대를 모았지만, 대권 도전 3주 만에 불출마를 선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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