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야 원구성 합의, 내년 대선 후엔 국민의힘이 법사위원장

심진용·곽희양 기자
박병석 국회의장(가운데)과 더불어민주당 윤호중 원내대표(왼쪽), 국민의힘 김기현 원내대표가 23일 상임위원장 배분 등을 논의하기 위해 국회 의장실에서 만나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국회사진기자단

박병석 국회의장(가운데)과 더불어민주당 윤호중 원내대표(왼쪽), 국민의힘 김기현 원내대표가 23일 상임위원장 배분 등을 논의하기 위해 국회 의장실에서 만나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국회사진기자단

여야가 진통 끝에 법사위원장 자리를 포함한 국회 원구성 합의에 성공했다. 지난해 6월 더불어민주당이 18개 국회 상임위원장을 독식하며 1년 넘도록 이어진 ‘원구성 대치’에 마침표를 찍은 셈이다. 여야는 박병석 국회의장이 내놓은 중재안에 따라 교대로 법사위원장을 맡기로 하고, 18개 상임위원장 자리를 여야 11대7로 배분하기로 23일 합의했다. 핵심 쟁점이던 법사위 체계자구심사권도 일부 축소하기로 했다.

윤호중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와 김기현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이날 저녁 박 의장 주재로 회동 후 원구성 합의를 발표했다. 여야 의석수에 따라 상임위원장을 배분하기로 하되, 법사위원장의 경우 전·후반기에 여야가 교대로 맡기로 했다. 내년 대선 이후 국회 후반기가 시작되면 국민의힘이 법사위원장 자리를 맡게 된다.

이에 따라 민주당이 전반기에 운영위, 법사위, 기재위, 과방위, 외통위, 국방위, 행안위, 산자위, 복지위, 정보위, 여가위 등 11개 상임위원장을, 국민의힘이 정무위, 교육위, 문체위, 농림축산위, 환노위, 국토교통위, 예결특위 등 7개 위원장을 맡는다.

여야는 법사위 체계자구심사권을 일부 축소하는 데도 합의했다. 법사위 심사 범위를 ‘체계와 자구 심사’로 한정하는 내용의 국회법 조항을 추가하기로 했다. 법사위 심사기한도 현행 국회법상 120일에서 60일로 단축하기로 했다.

여야는 지난해 21대 국회 출범 직후부터 법사위원장 배분을 두고 극한으로 갈등했다. 여당은 야당이 그간 법사위원장을 맡아 체계자구심사권을 앞세워 법안 처리를 고의로 지연하는 등 ‘발목잡기’에 열중해왔다며, 여당이 법사위원장을 맡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야당은 법사위원장은 최소한의 견제 장치이며, 국회 관례에 따라서도 야당이 맡는 것이 당연하다고 맞섰다. 갈등은 결국 18개 상임위원장을 여당이 독식하는 초유의 사태로 이어졌다.

여야는 이날 합의 직전까지도 진통을 거듭했다. 윤·김 원내대표는 이날 하루에만 3차례 공개 회동했다. 법사위원장을 여야가 교대로 맡는 데는 의견 합치를 이뤘지만, 체계자구심사권 문제를 두고 접점을 찾지 못했다.

민주당 내부에서는 ‘체계와 자구 범위를 벗어나 심사해서는 안된다’는 박 의장 중재안에 대해 구체적이지 못하고, 실효성이 떨어진다는 비판이 나왔다. 윤 원내대표는 이날 오후 의총 후 기자들과 만나 “중재안이 선언적인 수준에 그치기 때문에 충분한 제도개혁에 이르지 못한다는 게 의원들 의견”이라고 말했다. 민주당은 박 의장 중재안 대신 체계자구심사의 정의를 보다 구체적으로 법제화하는 방안과 별도의 심사기구를 만들어 체계자구심사권을 이관하는 방안을 고려하기도 했다.

국민의힘은 이날 오전 의총까지 박 의장 중재안에 대체로 우호적인 방향으로 논의를 벌였지만, 체계자구심사권을 명시적으로 축소하거나 아예 이관한다는 민주당 방안에 대해서는 절대로 수용할 수 없다고 맞섰다. 법사위를 통한 야당의 견제 기능을 무력화한다는 이유였다.

이날 여야 합의는 내년 대선에 대한 고려가 반영된 것으로 풀이된다. 민주당은 내년 대선까지 ‘여당 독주’ 프레임이 이어지는 것을 경계했다. 민주당 한 재선 의원은 “야당이 법사위원장 자리를 고집하면서 형성하려고 했던 여당 독주 프레임에서 벗어나게 됐다”고 말했다. 국민의힘도 내년 대선을 앞두고 제1야당의 존재감을 보이기 위해서는 상임위원장 확보가 필요했다. 대선 이후를 대비하기 위해서도 후반기 법사위원장을 가져와야한다는 의견이 많았다. 국민의힘 한 중진의원은 통화에서 “내년 대선에서 이기더라도 지금 의석 비율로는 여당에 끌려갈 수밖에 없다”며 “법사위원장 자리를 가져오는 게 무조건 필요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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