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리 안되는 윤석열의 말, 정책 실언에 우려 가중

심진용 기자
윤석열 전 검찰총장이 3일 오후 서울 은평구 국민의힘 은평갑 당원협의회를 방문해 인사말을 하고 있다. 국회사진기자단

윤석열 전 검찰총장이 3일 오후 서울 은평구 국민의힘 은평갑 당원협의회를 방문해 인사말을 하고 있다. 국회사진기자단

윤석열 전 검찰총장이 잇따른 실언으로 논란을 자초하고 있다. 정책 관련한 실언은 대선 주자로서의 신뢰도에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특히 논란이 일고 나면 “다른 사람에게 들은 말을 전한 것”이라는 식으로 해명하는 사례가 반복되면서 ‘콘텐츠 부족’을 스스로 드러내고 있는 것 아니냐는 비판도 이어진다.

윤 전 총장은 3일 기자들과 만나 최근 실언 논란에 대해 “검사 시절에는 재판부와 조직 수뇌부, 같은 팀원들을 설득하는 것이 직업이었고 정치는 조금 다른데, 제가 아마 설명을 자세하게 예시를 들어 하다보니 오해를 불러일으켰던 것이 아닌가”라며 “앞으로 조심하겠다”고 말했다.

윤 전 총장의 잇따른 실언은 대부분 정책 관련 메시지에서 촉발했다. “가난한 사람은 부정식품이라도 먹을 수 있도록 선택의 자유를 존중해야 한다”는 발언은 국가의 과도한 규제와 단속·처벌을 비판하는 과정에서 나왔다. “페미니즘의 정치적 악용이 남녀간 건전한 교제도 막는다”는 발언은 저출생 대책을 설명하면서 나왔다. 문재인 정부의 ‘주52시간제’와 코로나19 방역 정책을 비판하며 꺼낸 ‘주120시간 노동’과 ‘대구 민란’ 발언 역시 정책과 관련한 메시지였다. 외교 정책과 관련해서는 한·미동맹 우선 원칙을 강조하다 “중국이 사드(고고도 미사일 방어체계) 배치 철회를 주장하려면 자국 국경 인근에 배치한 장거리 레이더를 먼저 철수해야 한다”는 발언으로 논란을 일으켰다.

정책 메시지에서 나온 실언은 대선 주자로서 신뢰도에 타격을 줄 것이라고 지적된다. 먹거리 안전이나 외교 현안에서 정제되지 않은 발언으로 국민들이 믿고 국정운영을 맡길 수 있겠느냐는 우려가 제기되는 부분이다. 부정식품 발언을 두고는 국민 건강권을 도외시한다는 비판도 나온다. 잇따른 설화로 2017년 대선가도에서 조기 낙마한 반기문 전 유엔 사무총장과 비교되기도 한다. 반 전 총장의 경우 단순한 말 실수가 거듭되면서 작지 않은 타격을 입었는데, 윤 전 총장의 실언은 정책 관련 메시지에서 나온 경우가 대부분이기 때문에 더 심각하다는 것이다.

결국 윤 전 총장의 ‘콘텐츠 부족’을 드러내고 있다는 평가도 나온다. 구설수에 오를 때마다 “들은 얘기”라는 식으로 수습하는 경우가 계속되면서다. ‘주120시간 노동’에 대해 윤 전 총장은 “게임 개발 현장에서 나온 이야기를 전한 것”이라고 해명했다. 페미니즘 발언에는 “그런 주장을 하는 분이 있기 때문에 언급한 것”이라고 했다. 부정식품 발언은 밀턴 프리드먼의 <선택할 자유>에서 따왔다고 했다. 인용 발언들이 논란이 되고 있는 셈이다. 윤 전 총장이 자기 소신이나 철학을 가다듬을 시간이 부족했던 탓에 타인의 말을 인용하면서 정책을 설명하는 경우가 이어지고 그 과정에서 실수가 반복되고 있다는 지적이다.

윤 전 총장이 전직 의원 등 정치권 인사들을 대거 영입하며 대선 캠프를 확대 편성한 직후에도 ‘페미니즘’ 발언 등 논란이 계속되면서 우려는 한층 더 커지고 있다. 이때문에 캠프 내부에서 메시지를 조율하고 정리하는 작업이 선행돼야 한다는 비판이 이어지고 있다.

윤 전 총장 캠프는 이날 3선의 장제원 국민의힘 의원이 종합상황실의 총괄실장을 맡았다고 밝혔다. 윤 전 총장의 외부 일정을 근접 보좌하는 수행실장은 이용(초선·비례) 의원이 맡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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