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철수 "예스까 노까, 일본군 발언"···이준석 "전범 취급"

박순봉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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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의힘과 국민의당의 합당 신경전이 감정 싸움으로 악화하고 있다. 국민의당 인사가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를 향해 “철부지 애송이”라고 부르자, 이 대표는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를 “요란한 승객”이라고 비유한 뒤 “꼭 태워야 하느냐”며 합당 자체에 회의적 입장을 내놨다. 안 대표가 합당 가부를 밝히라는 이 대표를 과거 일본군 발언을 들어 비판하자, 이 대표는 즉각 “전범몰이”라고 반박했다. 양당 간 합당 논의가 멀어지는 것은 물론 감정의 골도 깊어지고 있다.

이 대표는 4일 CBS 라디오에 출연해 국민의당이 합당 의사가 없다고 강조했다. 그는 “무슨 말까지 나올지 모르겠지만, (국민의당은) 합당에 대한 의지가 그냥 별로 없는 것”이라며 “(합당에) ‘노’라고 했을 때 오명을 감당하기 싫으니까 어디에다가 뒤집어씌울까, 그 생각을 하는 것”이라고 했다. 안 대표를 향해선 “(국민의힘이란 버스에) 타시면 참 좋은데, 버스가 혁신하면 타겠다, 버스 기사가 기분 나쁘게 쳐다본다, 이러면 그냥 문 닫고 가는 것”이라며 “꼭 요란한 승객을 태우고 가야 하나”라고 말했다.

이 대표가 전보다 강하게 국민의당을 비판하고 나선 것은 국민의당에서 이 대표를 “철부지 애송이”라고 부르면서 감정이 악화했기 때문으로 보인다. 합당 실무협상단인 김윤 국민의당 서울시당위원장은 전날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우리는 한편으로 여론을 조작해 정권을 도둑질한 도둑놈들과 싸우고, 다른 한편으로 국운이 걸린 정권교체를 앞에 두고 제 분수를 모르고 제멋대로 장난질하는 철부지 애송이도 제압해야 한다”고 적었다.

그러자 이 대표는 SNS에 연이어 2개의 글을 올려 반격했다. 이 대표는 “이제 철부지에 애송이까지 나온다. (이것이) 국민의당의 중도공략 화법인가 보다”라며 “37살 당 대표에게 저렇게 말하면서 2030(세대)에게 어떻게 비춰질지는 모르겠다”고 했다.

국민의힘-국민의당 합당 관련 실무협상단 회의가 지난 7월27일 국회에서 열리고 있다. 왼쪽부터 국민의당 김윤 서울시당 위원장, 권은희 단장, 국민의힘 성일종 단장, 오신환 전 의원.  국회사진기자단

국민의힘-국민의당 합당 관련 실무협상단 회의가 지난 7월27일 국회에서 열리고 있다. 왼쪽부터 국민의당 김윤 서울시당 위원장, 권은희 단장, 국민의힘 성일종 단장, 오신환 전 의원. 국회사진기자단

이 대표는 또 “이준석이 당 대표가 아니라 철부지 애송이로 보이니까 정상적인 질문에 정상적인 답변이 안 나오는 것”이라며 미국 드라마 <밴드 오브 브라더스>의 ‘We salute the rank, not the man(우리는 지위에 경례하는 것이지 사람에 경례하는 것이 아니다)’라는 대사가 담긴 영상을 첨부했다. 이는 앞서 구혁모 국민의당 최고위원이 “제1야당의 당 대표나 당 대변인의 자리는 분명 철부지 애송이는 아닐 것”이라며 가수 렉시의 노래 ‘애송이’의 가사가 나오는 노래 영상을 첨부한 데 대한 반격으로 보인다.

안 대표도 이날 오후 중앙일보 유튜브에 출연해 반격에 나섰다. 안 대표는 이 대표가 합당 가부를 ‘예스(Yes), 노(No)’로 묻는 것을 2차 세계대전 당시 일본군 발언에 빗댔다. 안 대표는 “일본이 싱가포르를 침략했을 때 그곳을 점령하던 영국군과 담판을 벌이면서 ‘예스까 노까(예스인가 노인가)’라고 했다”면서 “이런 역사적 사실을 모르고 하지 않았을까”라고 말했다. 일본군이 ‘항복이냐 아니냐’를 물었던 것처럼 이 대표가 압박하고 있다고 우회적으로 비판한 것이다.

안 대표는 “지지층 마음이 상하면 (합당) 시너지가 나지 않을 수 있다”면서 “시간보다 더 중요한건 시너지 나는 통합이고, 그게 안 되는 통합이라면 정권교체에 아무 도움 안 되는 것”이라고 말했다. 당내에서 안 대표의 독자출마 가능성이 거론된 것을 두고는 “개인적으로 생각해본 적도 없고, 당에서 의논해본 적도 없다”고 선을 그었다.

이 대표는 이날 밤 SNS에 “이제 누가 대화중에 ‘기냐 아니냐’ 하면 전범 취급 당하겠다”면서 “친일 몰이를 넘어 전범몰이는 신박하다”고 썼다.

합당 실무협상에 실패한 양당 간 신경전이 과열되면서 합당 논의 자체가 사실상 물건너가는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국민의당으로선 합당에 나설 이렇다할 인센티브도 없다. 이런 상황에서 국민의당 일각에선 안 대표가 대선 출마해야 한다는 주장도 제기된다. 안 대표의 국민의힘 경선 참여나 야권 후보 단일화 과정이 새로운 합당 논의의 단초가 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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