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선판 여론 유튜브는 안다

친윤석열 보수 일색···"여론 착시" 야권은 우려읽음

심진용 기자
[대선판 여론 유튜브는 안다] 친윤석열 보수 일색···"여론 착시" 야권은 우려

‘여론은 생물 같다.’

대선을 앞둔 여의도 정치인들이 종종 입에 올리는 말이다. 여론조사 숫자는 대선 경선, 본선의 주요 이벤트를 앞두고 하나의 흐름을 형성한다. 마치 살아 움직이는 듯한 이 추세는 어디서·어떻게·누가·어떤 의도로 개입하고 결정하는가. 2021년 현재 그 해답의 많은 부분이 유튜브에 있다.

유튜브는 시민들의 눈과 귀를 가장 끈질기게 붙잡아 두는 동영상 플랫폼으로 확고히 자리잡았다. 영향력은 파괴적이다. 여론이 거의 모든 것을 좌우하는 정치 영역에서는 특히 그렇다. 특정 후보·정당에 대한 호불호가 만들어지는 공론장의 역할은 2000년대 초반 온라인 커뮤니티·카페에서 2010년대 페이스북·트위터 등 텍스트 기반 플랫폼과 포털사이트 댓글 게시판을 거쳐 이제는 유튜브로 완전히 넘어갔다.

20대 대선을 6개월 앞둔 지금 TV와 신문만으로는 잡아낼 수 없는 정치적 흐름이 유튜브에서 만들어지고 있다. 진보와 보수를 자처하는 수많은 유튜버들이 저마다 보유한 수십만명의 구독자를 상대로 각자의 지지 후보들을 밀고, 상대 후보를 깎아내린다.

경향신문 취재 결과 더불어민주당을 지지하는 10여개의 대표 채널이 도합 300여만명의 구독자(중복 있음)를 상대로 10월 대선 경선을 앞두고 콘텐츠들을 활발히 생산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대부분 유력 주자인 이재명 경기지사에게 우호적이고, 2위 후보인 이낙연 전 민주당 대표에게는 비판적 논조를 띤다. 2016년 박근혜 당시 대통령 탄핵 촉구 촛불집회와 2019년 조국 전 법무부 장관 사태를 계기로 급성장한 이들은 당원·지지자 여론 형성에서 ‘열쇠’ 역할을 한다. 여당 내 이견을 내는 정치인들에게는 ‘문자 폭탄’을 조장하며 극단적 여론을 생산한다는 비판을 받기도 한다.

보수 유튜브 채널은 규모와 영향력에서 진보 유튜브 채널을 압도한다. 진성호방송과 신의한수 2개 채널 구독자 수만 300만명에 육박한다. 보수 야당은 지난해 총선 전까지만 해도 “여론전에서 처음으로 진보를 압도하고 있다”며 보수 유튜브에 힘을 실었지만, 총선 참패 후 분위기가 조금 달라졌다. 극단적인 견해를 표명하는 보수 유튜버들의 득세가 선거 패배의 한 요인이 됐다는 내부 평가까지 나왔다.

정치 분야 유튜버들은 지지 후보에게는 과하다 싶을 정도의 상찬을, 경쟁 후보에게는 극단적인 수위의 비난을 가한다. 이 과정에서 강력한 ‘팬덤’과 ‘안티’가 형성된다. 정치인들의 반응은 두 가지다. 당황스러워하거나 그 흐름에 적극 편승한다. 정치판 저변의 조류를 결정짓는 유튜브의 세계, 그 영향력의 허와 실을 짚어봤다.

[대선판 여론 유튜브는 안다] 친윤석열 보수 일색···"여론 착시" 야권은 우려

‘진성호방송’ ‘신의한수’ 등
구독 140만 막강 파워 과시
경쟁후보·이준석 공격 앞장
중도층 이탈 원인 제공 등
총선 참패 후 야권 거리 두기
잠룡들 채널은 영향력 미미

구독자수 146만명으로 보수 진영 정치분야 1위 유튜브 채널인 진성호방송은 1일 ‘홍준표·유승민 망했다’는 제목으로 영상을 내보냈다. 진성호 전 한나라당(국민의힘 전신)의원은 국민의힘 대선 주자인 홍준표 의원과 유승민 전 의원 측이 정홍원 당 대선 경선 선거관리위원장을 흔들고 있다며, 이준석 대표마저 이들을 비판하고 나섰다고 주장했다. 여론조사 역선택 방지조항을 둘러싼 대선 주자간 논란에서 확실하게 윤석열 전 검찰총장 편에 선 것이다. 진 전 의원은 전날 방송에서는 윤 전 총장의 육영수 여사 생가 방문 소식을 전하며 “대단히 성공적인 행보였다”고 평가했다.

보수 진영 유튜브 채널들을 살펴보면 윤 전 총장을 향한 지지 성향이 두드러진다. 윤 전 총장과 경쟁 중인 홍 의원과 유 전 의원에 대해서는 원색적인 표현까지 동원하며 비난하는 내용이 다수다.

구독자 142만명으로 보수 진영 대표 유튜브 채널로 거론되는 신의한수는 이 대표와 윤 전 총장 사이 ‘투스톤’ 갈등 국면에서 철저하게 윤 전 총장을 감쌌다. 이 대표를 향해서는 ‘윤석열 군기잡기’ ‘최악 리더십’ ‘과대망상증’이란 노골적인 표현의 제목을 붙여가며 비판했다. 구독자수 3위(89만명)의 배승희변호사 채널에는 윤 전 총장 캠프 국민통합특보를 맡았던 민영삼씨가 특보 해촉 당일인 지난달 22일 방송에 나와 이 대표를 비판했다. 민씨는 앞서 이 대표 사퇴를 거론했다가 논란이 불거지면서 캠프에서 해촉됐다.

윤 전 총장에 쏠리는 보수 유튜브 민심은 주시청층의 여론이 철저하게 반영된 결과로 풀이된다. 정권교체를 최우선 순위에 둔 전통적인 보수 야권 지지자들의 민심이 윤 전 총장으로 집중되는 상황에서, 이들 방송의 논조 또한 주시청층의 수요를 따르고 있는 것이다. 슈퍼챗(실시간 후원) 의존도가 높은 유튜브 방송 특성상 주시청층 여론은 특히 영향이 크다.

윤 전 총장 지지 성향이 도드라지는 만큼 경쟁자인 홍 의원이나 유 전 의원을 향한 비판·비난도 이들 방송에서 주요하게 나타나는 특징이다. 전직 대통령 박근혜씨 지지자들이 갖고 있는 이들에 대한 반감이 방송에도 이어지고 있다는 설명이다. 유 전 의원은 대표적인 박씨 탄핵 인사로 꼽히고 있고, 홍 의원은 당대표 시절 박씨 출당 결정을 내린 바 있다.

이들 유튜브 채널들은 2017년 박씨 탄핵 정국에서 목소리를 키우기 시작했고, 지난해 4·7 총선 국면에서 또 한차례 덩치를 키웠다. 신의한수의 경우 탄핵 정국에서 구독자수 20만명을 넘어섰고, 총선을 앞둔 2019년 10월 100만명을 돌파했다. 황교안 당시 자유한국당(국민의힘 전신) 대표는 총선을 앞두고 주요 유튜버들을 행사에 초대하거나 본인이 직접 방송에 출연하는 등 보수 유튜브 채널에 크게 힘을 실었다.

지난해 총선 참패 이후 보수 유튜브 채널을 향한 야권의 시각은 일변했다. 강경보수 유튜버들의 목소리가 득세하면서 중도 진영이 오히려 이탈했다는 지적이 나왔다. 또 정치 유튜브 시장에서 보수가 진보에 비해 우세한 것처럼 보이면서 전체 여론에 대한 착시 현상까지 일으켰다는 지적이 나왔다. 이준석 대표는 지난달 2일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2021년 들어 세상은 왜 (보수) 유튜버들 예측 반대로 돌아가는지도 고민해 봐야한다. 조회수 모으는 것과 표 모으는 것이 다르다”고 남기는 등 보수 유튜버들을 꾸준히 비판해왔다.

내년 대선을 앞두고 지난해 총선과 같은 상황이 되풀이될 수 있다는 우려가 국민의힘 내부에서 나온다. 극단적인 제목이나 표현들이 중도층의 거부감을 일으킬 수 있다는 것이다. 홍 의원은 지난달 22일 SNS에서 “일부 유튜브들이 대선을 앞두고 또 왜곡된 식견과 자극적인 섬네일(미리보기 사진)로 보수 우파 어른들을 거짓선동하고 있다”며 “정권교체에 오히려 방해가 될 수 있다”고 직격했다.

윤 전 총장 측도 중도 확장성 면에서 보수 유튜브 채널의 압도적인 지지를 마냥 반기지는 못하고 있다. 윤 전 총장 측 한 관계자는 이날 기자와 통화하면서 “지지해주시는 것은 당연히 고마운 것”이라면서도 “캠프 차원에서 그런 방송에 적극적으로 호응한다거나 하기는 쉽지 않다”고 말했다.

이들 유튜브 채널들의 영향력에 대해서는 국민의힘 내부에서 평가가 엇갈린다. 시청층이 극렬 보수성향으로 편향돼 있어 영향력 또한 제한적이라는 주장이 나오지만 구독자 100만명이 넘고, 평균 방송 조회수 10만회 이상인 이들을 무시하기는 쉽지 않다. 최근 윤 전 총장 캠프에 합류한 이상일·김영환 전 의원은 신의한수 방송에 꾸준히 출연해왔다. 보수 유튜버들의 집중 포화를 받고 있는 유승민 전 의원은 최근 펜앤드마이크TV에 출연해 “박 전 대통령이 더 이상 대통령직을 수행할 수 없다고 생각했다”며 계속되는 탄핵 책임론에 항변했다.

야권 대선 주자들도 자체적인 유튜브 채널을 운영 중이다. 윤 전 총장 측은 광고전문가 출신의 유현석 홍보실장이 캠프 유튜브를 총괄한다. 최재형 전 감사원장 측은 최근 신의한수 출신 박창훈씨를 영입해 유튜브 기획 역할을 맡겼다. 홍 의원 측이 2018년 시작한 TV홍카콜라채널은 현재 구독자 45만명으로 야권 대선 주자 가운데 최다 구독자 수를 자랑한다.

다만 현재로선 대선 주자들의 자체 유튜브 채널은 기존 보수 채널들에 비해 파급력이 떨어진다는 평가다. 윤 전 총장 측이 청년세대를 겨냥해 최근 업로드한 ‘민지(MZ)야 부탁해!’ 방송은 청년 세대의 일반적인 정서와 동떨어져 있다는 비판을 받았다. 원희룡 전 제주지사의 유튜브 정책드라마 <희룡부동산>은 조회수 12만회를 기록하며 호평을 받았지만, 공식채널인 원희룡TV 구독자수는 1만명 수준에 그치고 있다. 최근 최 전 원장이 영화배우 박효준씨가 운영하는 ‘먹방’ 채널인 버거형 방송 촬영에 나서는 등 정치 바깥 영역의 유튜브 진출 시도도 나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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