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초선5적·언론10적? 민주당의 다양성 오히려 줄어들었다”읽음

윤호우 논설위원

장철민 민주당 의원

‘초선5적’ ‘언론10적’에 거명된 장철민 더불어민주당 의원(초선)이 5일 경향신문과 인터뷰했다. 장 의원은 “결과를 낳을 수 없더라도 끊임없이 이야기하면 어느 식으로든 당의 결정에 영향을 미치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말했다.  권호욱 선임기자 biggun@kyunghyang.com

‘초선5적’ ‘언론10적’에 거명된 장철민 더불어민주당 의원(초선)이 5일 경향신문과 인터뷰했다. 장 의원은 “결과를 낳을 수 없더라도 끊임없이 이야기하면 어느 식으로든 당의 결정에 영향을 미치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말했다. 권호욱 선임기자 biggun@kyunghyang.com

38세(1983년생)의 초선 의원이다. 서울대 학부에서 정치학을 전공했다. 2012년 홍영표 민주당 의원실에서 7급 비서로 일을 시작해 5급·4급 보좌관, 원내대표 정책조정실장(교섭단체 대표의원 행정비서관)으로 경력을 쌓았다. 지난해 4월 21대 총선 때 민주당 세가 약한 대전 동구에서 재선의 이장우 전 의원을 접전 끝에 꺾고 당선됐다. 당 싱크탱크인 민주연구원 부원장, 국회 환경노동위원회·예산결산특별위원회 위원으로 활동하고 있다.

더불어민주당 내에서 언론중재 및 피해구제 등에 관한 법(언론중재법) 개정안의 8월 국회 처리를 반대한 의원들이 ‘언론10적’이라 불리며 ‘문자폭탄’을 받았다. 지난 4월 재·보궐 선거 참패 반성문을 쓴 ‘초선5적’과 같은 일이 재연된 것이다. 그 ‘초선5적’과 ‘언론10적’에 모두 포함된 의원이 있다. 초선의 장철민(38)·이소영 의원이다. 지난 5일 국회의원실에서 만난 장 의원은 아직도 ‘5적’과 ‘10적’에 소환된 데 대한 경계를 풀지 못했다. 장 의원은 ‘초선5적’ ‘언론10적’이라는 표현을 쓰지는 않은 채, ‘저번’과 ‘이번’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장 의원은 “의석이 많아진 만큼 당내 다양성이 더 커져야 하는데 오히려 다양성의 폭이 줄어든 감이 있다”며 당 안팎의 경직된 흐름에 분명한 반대 입장을 피력했다. 두 차례에 걸친 혹독한 내부 비판을 거쳐서인지 30대의 초선답지 않은 농익은 답변들이 돌아왔다.

언론개혁 문제와 절차 언급했더니
법안 자체를 반대한다고 오해
국민의힘과 대화도 필요하지만
진보진영과 충분한 논의 거쳐야

- 최근 언론중재법 개정안 논의 과정에서 언론10적으로 거론됐는데.

“여기에 속하게 된 의원들이 모두 다 같은 생각을 가진 것은 아니다. 개별적으로 페이스북에 글을 쓰거나 워크숍에서 발언을 한 분들이다. 사실 정확히 10명만 있는 게 아니다. 저는 워크숍에서 언론중재법을 이런 식으로 처리하는 게 좋지 않다는 발언을 했다. 다음날 송영길 당대표가 이런 분들을 모아 비공개 간담회를 했다. 그것이 알려지면서 ‘언론10적’으로 거론됐다. 외부에 모여 10명이 공동적으로 정치적인 발언을 한 것이 아니다.”

- 워크숍에서 무엇이라고 발언했나.

“법안의 구체적인 내용을 언급한 것이 아니다. ‘다양한 언론개혁의 과제들이 남아 있는데 언론중재법 개정으로 끝나는 것이냐. 공영방송지배구조개선법, 포털 관련 법안 등 입법으로 가능한 것은 패키지로 통과시켰으면 좋겠다. 처벌하자는 방식의 접근이 아니라 언론 내부의 고민과 에너지가 모아지고 발전하는 계기의 틀을 만드는 게 더 중요하다.’ 이렇게 절차와 언론개혁의 문제를 언급했는데 법안 자체를 반대한다고 오해하더라.”

- 언론중재법은 숙려를 해서 패키지로 가자는 뜻인가.

“이 법은 단순한 법이 아니라 민주주의에 관련된 법이다. 법안 자체보다 법안이 토론되고 논의되는 과정이 내재적으로 우리 사회를 발전시킨다고 보았다. 숙려라고 하는 것이 내용 수정뿐만 아니라 민주주의가 어떻게 나아가야 할 것이냐는 상을 모으는 과정이다. 이런 과정이 너무 적었다는 걱정이 있었다.”

- 국민의힘은 여전히 대안을 내놓고 있지 않다. 이렇게 되면 27일 본회의에서 단독 처리될 가능성이 있지 않나.

“단독 처리할 가능성도 있지만, 국민들도 함께 생각하는 계기를 만들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언론노조나 정의당의 주장이 나의 입장과 가장 비슷하다. 언론개혁 자체를 반대하는 것은 아니다. 국민의힘과 논의하는 것도 필요하지만 진보 진영과 충분히 대화해 진보 블록 안에서 논의를 풍성하게 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본다.”

자기 이야기만 하고 끝내선 안 돼
생각 다르면 당이 변하게 설득해야
초선들 짓눌렸다 평가하긴 일러

이준헌 기자

이준헌 기자

- 지난 4월 재·보선 참패 이후 당내 문제를 비판하다 초선5적으로 몰렸다.

“요즘 의원총회에 가면 거의 매번 이야기하고 문제를 제기한다. 재·보궐 선거 이후 성명서를 낼 때나 이번이나 고민의 지점은 같다. 당내 민주주의에 대해 끊임없이 이야기하고자 한다.”

- 과거에도 ‘천신정’(천정배·신기남·정동영), ‘조금박해’(조응천·금태섭·박용진·김해영) 등처럼 내부 문제를 제기한 그룹이 있었다. 초선5적과 어떻게 다른가.

“예전보다 의석이 많아져 1.5배의 다양성을 가져와야 하는데 오히려 의석이 많다 보니까, 거꾸로 다양성이 발휘되지 못하는 역설적 상황이다. 민주주의의 장점은 다양성이다. 제가 가진 고민을 다른 구성원들에게 설득하는 작업에 게으르지 말아야 한다는 생각이다. 결과를 낳을 수 없더라도 끊임없이 이야기하면 어느 식으로든 영향을 미치지 않을까 생각한다. 예전의 정풍 운동이 ‘(구세력을) 몰아내자’ ‘내 이야기가 옳다’라는 것과 느낌이 다를 수 있다. 생각이 다르면 당이 변하도록 설득해야 한다. 자기가 하고 싶은 이야기하고 끝내면 안 된다. 설득력을 얻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 강성 당원들의 문자폭탄으로 입은 피해는.

“피해라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보내온 문자에 구체적인 내용들도 있었다. 예의를 갖춘 글은 감사하다. 언론중재법에 대해서는 좋은 이야기가 많았다. 답변도 해줬다.”

- 답변도 해주나.

“1000개가 넘어가면 못한다. 100개 수준은 한다. 이번에는 그런 게 없었는데, 지난번(초선5적)에는 혐오·조롱·저주의 언어가 있었다. 그런 것은 저의 정신건강도 소중해서 잘 안 본다. 예의 있는 문자는 다 본다.”

- 재·보선 참패 후 초선들의 공동선언문에 참여하게 된 이유는.

“선거 후 상황을 보며 초선들이 신속히 모여 의견을 펴는 것이 필요하다고 생각했다. 5명 외에도 비슷한 생각을 가진 초선 의원들이 더 있었을 것이다. 하지만 계속 인원이 추가되면 내용이 복잡해질 것 같아, 우선 5명이 발언하자 해서 결정했다. 전략적 판단은 전혀 없었고 단지 진솔한 수준의 반성이라는 방향성만 있었다.”

- 조국 사태에 대한 반성을 주장해 강성 당원들이 거세게 반발했는데. 선언문에서 “오히려 검찰개혁의 당위성과 동력을 잃은 것은 아닌가 뒤돌아보고 반성한다”고 했다.

“처음에는 5명의 생각이 달랐다. 계속 이야기하면서 모아졌던 부분은 검찰개혁의 당위성은 공감했지만 조국 장관 사태로 검찰개혁 추진이 더 어려워졌다는 점이다. 조국 전 장관에 대한 비판이 아니었다. 오해가 있었다.”

- 여당 중진인 홍영표 의원의 비서와 보좌관을 거쳐 국회의원이 됐다. 홍 의원이 대표적인 친문 의원이어서, 장 의원이 초선5적과 언론10적으로 거론되는 것에 의아해하는 분들도 있다.

“요즘은 그런 말을 하는 분이 없다. 홍 의원은 이런 이슈에 대해 단 한마디도 제게 안 한다. 제 판단으로 한다. 홍 의원과 생각이 다르고 입장이 다른 게 당연하다는 생각이 든다. 홍 의원은 원내대표 출신 4선이고 나는 초선이다. 같으면 이상하다. 홍 의원은 문재인 정부의 성공에 대한 책임에 저보다 더 강한 의식을 가질 수 있다. 저는 과거보다 현재와 미래에 초점을 둬야 한다. 10년과 20년 이후의 민주당에 대해 고민하고 비전에 대한 책임을 갖고 있다.”

- 당내 비판으로 초선 5명의 결기가 약화됐다는 시각이 있다.

“평가하기는 아직 이르다. 과거 정풍 운동은 정치세력 교체라는 시대적인 목표가 있었다. 지금 젊은 정치세력은 그 철학과 태도, 방향성이 아직 모아지지 않았다. 이런 상황에서 정치세력을 교체하자고 하는 것은 너무 성급한 생각이다. 시행착오를 거치면서 한 단계 한 단계 나은 정치 발전의 상을 만들어가는 시기다. 숙성이 덜 되어 있을 뿐 그런 시기가 올 것이다.”

국민과 양방향 소통 잘 안 되면서
180석 이후에 문제점들 노출
민주당 자체는 별 이상 없으나
국민들 설득에는 게을렀다

우리 시대의 변화에 대한
여당의 정확한 진단과 대응 없인
대선서 충청 표심 얻기 힘들 것

- 국민의힘에서 이준석 대표가 선출되면서 젊은 정치인에 대한 관심이 높아졌다. 장 의원은 이 대표와 나이가 비슷하다. 민주당에서 젊은 정치인들의 목소리가 충분한가.

“젊은 정치인들은 우리가 숫자가 더 많다. 더 다양한 목소리가 나온다. 원래 야당은 의원들 중심이고 여당은 정부와 당, 청와대 등 여러 목소리가 있다. 젊은 초선 의원의 발언을 키워나가기에 어려운, 복잡한 의사소통 구조이다. 하지만 우리 당의 장점은 젊은 정치인의 숫자가 많고 이념적 스펙트럼도 다양하다는 것이다.”

- 민주당 초선들이 86세대 정치인들에 눌려 있다는 평가도 있다.

“어쩔 수 없다. 주어진 환경이다. 86세대와 그 위 세대들을 대신할 수 있을 만큼 젊은 정치인들이 우선 능력을 갖춰야 한다. 생물학적 나이가 많다고 ‘그만해’라고 하면 안 된다. 토론을 통해 국민들의 지지를 얻어서 (이들 세대를) 이겨내야 하는 것이다. 인위적인 방식은 가능하지 않다.”

- 지금 민주당이 시민들의 요구에 부응하고 있다고 생각하나.

“여론을 형성해 나가면서 더 성실하게 국민에게 이야기를 하고 설득하는 작업이 부족하다. 또 국민들의 이야기를 받아들이며 수정하는 측면이 부족하다. 양방향 소통이 잘 안되면서 180석 이후 문제점이 생긴 게 아닌가 생각한다. 민주당의 가치나 존재이유, 역사의식, 시대정신 자체에는 문제가 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국민 설득에 게을렀다.”

- 의원이 된 후 자신의 의정활동을 점수로 매긴다면.

“지역 이슈는 열심히 하고 잘했다고 생각한다. 정당정치를 발전시키고 싶은 국회 이슈에서 아직 60점이다.”

- 민주당이 도덕적으로 국민의힘보다 우위에 있다고 생각하나.

“기득권을 유지하려는 것이 보수정당의 정체성이라면 기득권을 해체하려는 민주당의 정체성은 지금도 유효하다. 그러기 위해 가장 중요한 것은 이중잣대를 버리는 것이다. 우리가 더 도덕적이고 스스로 더 엄격한 정치를 해나가야 한다. 그래야 우리의 정체성이 제대로 만들어질 수 있다. 지금은 정체성의 위기라기보다 도덕적 우위를 상실하면서 강력한 수단을 잃어버렸다. 스스로 반성해야 할 부분이다. 개혁 법안을 만들기 위해서는 스스로 투명성·청렴성을 성찰해야 한다.”

- 오랫동안 노동 전문 보좌진으로 활동했고 지금 환경노동위 위원이다. 중대재해처벌법의 경우 입법과 시행령 마련 과정에서 원래 취지에서 뒷걸음질했다는 비판이 많다.

“중대재해처벌법은 구체적인 조문이 어떤 결과를 낳을지에 대한 확신이 부족했다. 구체적인 시행령에 대해 할 말이 많지만 법안 성격상 이 정도로도 의미가 있다고 본다. 더 나아가는 것도 힘들고 더 후퇴하면 만들 필요가 없었다. 법 자체를 만든 것이 중요하다. 지금 대기업에서 산업안전 전문가를 많이 채용하면서 이들 인력을 구하기 힘든 상태라고 한다. 기업이 인력에 투자하기 시작했다는 점이 중요하다. 변화가 시작됐다. 현장이나 시스템의 개혁이 뒤따라 이뤄져야 한다. 중대재해법을 만병통치약처럼 기대해서는 안 된다.”

- 어떻게 해야 산업재해 사망자를 줄이는 효과를 가져올 수 있나.

“기업이 투자하지 않으면 안 된다. 실제 사고 원인을 정확하게 진단하고 공유하는 피드백이 이뤄져야 한다. 여기에 더해 돈과 사람이 투여되어야 한다. 이런 것은 단기간에 이뤄지지 않는다. 시간과 노력이 필요하고 공동체 자체의 의사소통 구조를 잘 만들어야 한다. 중대재해법 제정으로 계기는 잘 만들었다.”

- 양경수 민주노총 위원장이 구속되면서 정부와 민주노총 간 갈등이 커졌다. 10월 총파업까지 예정돼 있는데.

“방역에 관한 문제의 답을 정치적으로 찾는 것이 가능한 일인지 의문스럽다. 바람직하지 않다.”

- 지난해 총선 당시 대전 동구에서 재선의 이장우 전 의원(미래통합당)을 물리쳤다. 대선 때 충청 표심을 예상하면.

“민주당이 이기기 어려운 지역에서 당선됐다. 정치 변화에 대한 유권자들의 기대 덕분이다. 이준석 당대표도 국민의힘에서 이런 변화의 필요성을 갖고 당선됐다. 대선에서 우리 당이 어떻게 바뀌겠다는 이런 차원이 아니라, 우리 시대가 어떻게 가야 한다는 설득력을 가져야 한다. 그것을 만들지 못하면 대선에서 이기기 어렵다. 후보 간 경쟁력이나 네거티브 캠페인이 이전에 비해 힘을 쓰지 못한다. 시대 변화에 대한 정확하고 설득력 있는 진단과 대응이 정말 중요하다.”

[논설위원의 단도직입]“내가 초선5적·언론10적? 민주당의 다양성 오히려 줄어들었다”

경향티비 배너
Today`s HOT
젖소 복장으로 시위하는 동물보호단체 회원 독일 고속도로에서 전복된 버스 아르헨티나 성모 기리는 종교 행렬 크로아티아에 전시된 초대형 부활절 달걀
훈련 지시하는 황선홍 임시 감독 불덩이 터지는 가자지구 라파
라마단 성월에 죽 나눠주는 봉사자들 코코넛 따는 원숭이 노동 착취 반대 시위
선박 충돌로 무너진 미국 볼티모어 다리 이스라엘 인질 석방 촉구하는 사람들 이강인·손흥민 합작골로 태국 3-0 완승 모스크바 테러 희생자 애도하는 시민들
경향신문 회원을 위한 서비스입니다

경향신문 회원이 되시면 다양하고 풍부한 콘텐츠를 즐기실 수 있습니다.

  • 퀴즈
    풀기
  • 뉴스플리
  • 기사
    응원하기
  • 인스피아
    전문읽기
  • 회원
    혜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