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세균, 민주당 대선 경선 후보 사퇴 "백의종군하겠다"

곽희양 기자
정세균 민주당 대선후보가 지난 9일 서울 여의도 후보 캠프 사무실에서 경향신문과 인터뷰하고 있다. 권호욱 선임기자

정세균 민주당 대선후보가 지난 9일 서울 여의도 후보 캠프 사무실에서 경향신문과 인터뷰하고 있다. 권호욱 선임기자

더불어민주당 대선 주자인 정세균 전 국무총리가 13일 경선 후보를 전격 사퇴했다. 화려한 정치경력과 탄탄한 조직력에도 불구하고 전날까지 경선 선거인단 누적 득표율이 4%대에 그치자 내린 결단이다. 다만 지지 후보를 밝히지는 않았다. 정 전 총리의 지지자를 흡수하려는 이재명 경기지사와 이낙연 전 민주당 대표의 경쟁이 치열해질 것으로 보인다.

정 전 총리는 이날 오후 국회 소통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저는 이제 평당원으로 돌아가 하나 되는 민주당, 새로운 대한민국을 위해 백의종군하겠다”고 밝혔다. 정 전 총리는 ‘다른 후보를 지지하느냐’는 취재진의 질문에 “민주당을 지지한다”고 즉답을 피했다.

정 전 총리는 회견 직전 서울 여의도 캠프 사무실에서 긴급회의를 열고 후보직 사퇴를 결정했다. 이날 회의에서는 “적어도 호남 경선까지 더 지켜봐야 한다”며 사퇴를 만류하는 목소리도 있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그러나 오는 25·26일 호남 순회경선에서 유의미한 득표율을 얻기 어려울 것으로 분석되면서 캠프 내에서는 중도 사퇴 의견에 힘이 실렸다.

정 전 총리의 경선 후보 사퇴는 충청권 경선 전략이 실패하면서 이어진 결과로 풀이된다. 그는 당초 지난 4·5일 충청 순회경선에서 두 자릿 수의 지지율을 얻어 1·2위 주자를 추격할 계획이었지만 실제 득표율은 7.84%에 머물렀다. 지난 11일 대구·경북(3.60%)과 지난 12일 강원(6.39%) 경선 결과 역시 좋지 않았다. 국민과 일반당원 50여만명이 참여한 12일 1차 국민선거인단 득표율 역시 4.03%를 얻는 데 그쳤다.

4.27%라는 정 전 총리의 누적 득표율은 그의 화려한 정치경력과 탄탄한 조직세에 비하면 초라하다는 평가를 받았다. 특히 조직세가 미미한 추미애 전 법무부 장관(누적 득표율 11.35%)에게 3위 자리를 내주면서 완주 의지가 꺾였다. 이 같은 낮은 득표율은 팬덤의 부재와 정책 차별화의 실패 때문으로 보인다. 중도·통합 이미지를 가진 정 전 총리는 민주당 강성 지지층에게 별다른 매력을 주지 못했다는 평가다. ‘경제 대통령’이라는 선거 슬로건은 미래 비전을 담는 데 한계가 있다는 지적도 받았다.

정 전 총리가 특정 후보 지지를 선언하지 않는 이유는 자신이 ‘캐스팅 보트’로서 역할을 할 수 없다는 점을 고려한 것으로 풀이된다. 누적 득표율 31.08%인 이 전 대표에게 4.27%의 지지율을 보태준다 해도, 이 지사(누적 득표율 51.41%)를 따라잡는 데는 한계가 있다. 반대로 이 지사는 과반 득표율을 유지하고 있는 까닭에 이 지사 지지선언으로 얻을 정 전 총리의 ‘지분’은 사실상 없다. 정 전 총리 캠프 관계자는 “특정 후보 지지선언을 하지 않는 이유는 ‘캐스팅 보트’로서 역할이 주어지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정 전 총리의 4.27% 지지율을 가져가기 위한 이 지사와 이 전 대표의 경쟁은 치열할 것으로 보인다. 정 전 총리 지지율은 판세를 좌우할 만큼은 아니지만 추격의 발판을 삼거나 승리를 굳히는 데 도움을 줄 수 있다.

이 전 대표 입장에선 호남에서 승리하기 위해선 같은 호남 출신인 정 전 총리의 지지가 절실하다. 이 전 대표는 지난 7월 정 전 총리와 오찬 모임을 갖고 “민주정부 4기 탄생을 위해 함께 노력한다”고 약속했다. 하지만 이후 거론되는 두 주자간 단일화설에 정 전 총리가 선을 그으면서 흐지부지됐다.

반면 이 지사 측은 정 전 총리의 지지세를 받으면 호남에서 승리를 확정짓는 데 한결 유리해진다고 본다. 이 지사는 이날 호남지역 공약을 발표하며 정 전 총리에 대해 “존경하는 정치 선배”라며 “앞으로 정권재창출에 핵심적인 역할을 맡아주시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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