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캠프에 의원 많으면 이긴다’는 옛말?···추미애, 이준석, 오세훈으로 보는 달라진 선거

박순봉 기자

당내 경선에서 지지하는 의원들이 많으면 승리한다는 공식이 최근 연이어 깨졌다. 이런 흐름은 여야 가리지 않고 나타나고 있다. 더불어민주당 대선 경선에서 추미애 전 법무부 장관이 ‘SK계’의 지원을 받은 정세균 전 국무총리를 누르고 3위로 올라섰다. 국민의힘의 6·11 전당대회에선 혈혈단신의 이준석 대표가 당선됐다. 지난 4·7 서울시장 보궐선거 경선에서도 많은 당협위원장의 지지를 받은 나경원 전 의원이 상대적으로 캠프가 빈약하다고 평가받은 오세훈 서울시장에게 패했다.

코로나19 확산으로 인한 대면 만남의 감소가 큰 영향을 준 것으로 해석된다. 동시에 정치인들이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적극 활용하면서 온라인 선거 운동이 더 큰 효과를 발휘하게 됐다. 과거처럼 ‘관광버스 선거 운동’이 가능해지지 않았고, 국회의원이나 당협위원장들의 지역에서의 영향력이 감소한 것으로도 풀이된다.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  연합뉴스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 연합뉴스

■의원수 중요하다는 건 옛말?

정세균 전 총리 캠프에는 약 30여명의 현역 의원들이 있었다. 소위 SK계 의원들의 지지를 받은 것이다. 반면에 추미애 전 장관의 캠프에는 현역 의원은 한 명도 없다. 그럼에도 정 전 총리는 경선 초반 ‘빅3’ 자리를 추 전 장관에게 내줬다. 추 전 장관은 지난 12일까지 치러진 경선 결과 누적 득표율 11.35%로 6명 후보들 중 3위를 기록했다. 4.27% 지지율로 4위로 내려앉은 정 전 총리는 결국 지난 13일 “백의종군을 하겠다”며 대선 경선을 중도에 포기했다. 추 전 장관의 선전에는 윤석열 전 검찰총장과의 대립 구도 등 다른 요소도 반영돼 있다. 하지만 캠프 내 의원수로만 보자면 ‘다윗의 승리’에 가깝다.

국민의힘에서도 이런 흐름은 뚜렷하다. 지난 4·7 서울시장 보궐선거 경선에서 오세훈 서울시장의 승리 사례가 대표적이다. 오 시장은 현역 의원들의 지원을 사실상 받지 못했다. 반면에 나경원 전 의원은 다수의 전직 의원들과 당협위원장들이 포진하면서 ‘공룡 캠프’로 불렸다. 하지만 결과는 오 시장의 승리였다.

이 같은 흐름은 지난 6·11 국민의힘 전당대회에서 더욱 뚜렷해졌다. 이준석 대표 캠프는 실무진 2명뿐이었다. 현역 의원은 고사하고 캠프의 규모 자체가 매우 작았다. 반면에 경쟁 상대인 주호영 의원, 나경원 전 의원 등 다선 중진 의원들은 다수의 현역 의원들의 지지를 받았다. 그럼에도 이 대표는 압도적 승리를 거두며 ‘30대 당대표’라는 역사를 써냈다.

더불어민주당 대선 예비후보인 추미애 전 법무부장관  연합뉴스

더불어민주당 대선 예비후보인 추미애 전 법무부장관 연합뉴스

■코로나19와 SNS

이 같은 흐름의 중심에는 코로나19 확산이라는 특수 상황이 있다. 이전처럼 넓은 공간에 사람들이 모일 수도 없고, 후보가 대면 선거 운동을 많이 할 수 없는 상황이라 많은 의원들의 지지가 큰 의미가 없어진 것이다. 이는 당협위원장들이나 현역 의원들의 지역 영향력이 강하지 않다는 의미로도 해석된다. 정치권 관계자는 기자와 만나 “관광버스를 대절할 수도 없고, 사람들을 많이 만날 수도 없다”며 “현역 의원들의 활용도가 경선에서 그리 높지 않다”고 말했다.

SNS나 유튜브 등 새로운 매체가 여론을 주도하고 이 매체들을 정치인들이 활용하는 빈도가 높아진 것도 영향을 줬다. 이준석 대표는 SNS를 유용하게 활용하는 대표적 정치인으로 평가받는다. SNS를 통해 즉각적으로 메시지를 내고 누구보다 빠르게 현안에 대응한다. 이것이 곧 기사화로 이어지면서 회자되는 점유율을 높인 것이다. 오히려 대규모 캠프에선 의사 결정 과정이 복잡해 현안 대응 속도도 늦어지는 부작용도 있다. 국민의힘 관계자는 기자와 만나 “홍준표 의원이나 이준석 대표처럼 직접, 그리고 빨리 SNS에 글을 쓰는 정치인들은 다른 정치인들보다 이슈를 선점할 수 있는 기회를 갖게 되는 것”이라고 말했다.

검찰개혁을 내세우고 있는 추 전 장관도 SNS를 통해 윤석열 전 총장에 대한 비판 메시지를 연일 내고 있다. 또 지지자들이 자발적으로 만든 ‘미애로합의봐’ 등 패러디 사진을 올리는 등 SNS를 통한 표심잡기에 적극 나서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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