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선주자 인터뷰

유승민 “문제는 경제, 성장 못하면 추락한다”

심진용 기자
유승민 국민의힘 대선 경선 후보가 지난 24일 서울 여의도 캠프 사무실에서 경향신문과 인터뷰하고 있다. 권호욱 선임기자

유승민 국민의힘 대선 경선 후보가 지난 24일 서울 여의도 캠프 사무실에서 경향신문과 인터뷰하고 있다. 권호욱 선임기자

국민의힘 대선 경선 후보인 유승민 전 의원은 “낡은 진보와 낡은 보수의 집권은 끝내고 이 시대의 문제를 해결하는 정부가 나와야 한다”며 “결국 문제는 경제”라고 말했다.

유 전 의원은 지난 24일 서울 여의도 캠프 사무실에서 진행된 대면 인터뷰에서 “평생 경제 문제를 고민했고, IMF 위기 속에 정치에 뛰어들 때도 먹고사는 문제만큼은 내 손으로 해결해보자고 도전했다. 그 초심으로 이번 대선에 모든 걸 쏟아부어 보겠다”며 이같이 말했다.

유 전 의원은 이날 인터뷰에서 “이대로 가면서 분배만 잘하면 된다고 체념하는 것 자체가 굉장히 위험한 병”이라고 거듭 경제 성장을 강조했다. 노동·연금개혁과 증세 등 민감할 수 있는 문제를 주요 공약으로 내건 이유는 “미래를 위한 것”이라며 “(지난 대선 최저임금 1만원 약속처럼) 엉터리 공약, 사과할 공약은 하지 않기로 마음 먹었다”고 했다. 부동산 해법 공약이 상대적으로 밋밋하다는 평가를 받는 데는 “‘로또 아파트’는 절대 안할 것”이라며 “나보고 ‘한 방’이 없다고 하는데, 그 ‘한 방’이 사실은 전부 사기”라고 말했다.

국민의힘 대선 주자 중 유 전 의원의 지지율은 윤석열 전 검찰총장, 홍준표 의원에 이어 장기간 3위에 머물고 있다. 그는 “관건은 결국 영남보수 유권자들”이라며 “받아주실 때까지 계속해서 찾아뵙고 설득할 것”이라고 말했다.

유 전 의원은 곽상도 국민의힘 의원의 아들이 대장동 개발 특혜 의혹을 받는 화천대유에서 퇴직금·성과급 명목으로 50억원을 받은 것을 두고는 26일 서면 인터뷰에서 “곽 의원은 제명, 출당 조치가 불가피하다”면서 “우리 당은 누가 됐건 모든 조사 다 받을테니 더불어민주당도 동참하라”고 말했다. 다음은 일문일답.

-4년 만의 대선 도전이다.

“(박근혜 대통령) 탄핵 직후 열린 이기기 힘든 대선이었지만, 보수의 희망은 살려야 한다는 생각으로 4년 전 출마했다. 제 입장에선 이번 대선이 본격적으로 도전하는 셈이다. 낡은 보수와 낡은 진보의 집권은 이번으로 끝내고, 이번에 나오는 정부는 대한민국을 다시 일으켜세우고 시대의 문제를 해결하는 정부가 돼야 한다.”

-왜 유승민인가.

“하나만 들라면 역시 경제다. 우리당 후보들 중에도 판사·검사 출신이 많은데, 판·검사 출신들이 할 수 있는 것과 나처럼 평생 경제를 고민해왔고 정치권 들어와서 안보 문제까지 두루두루 섭렵하고 겪어본 사람이 할 수 있는 것을 비교하면 문제해결 능력이 완전히 다르다고 생각한다. ‘대통령이야 아무나 뽑으면 어떠냐, 사람만 잘 쓰면 된다’고 하지만 그러다 실패한게 바로 문재인 대통령 아닌가. 김영삼 대통령 말기 때 IMF 위기가 왜 터졌나. 대통령은 나라가 가야될 방향만 갖추면 되고, 사람만 잘 뽑아쓰면 된다고 했지만 어디 그렇던가.”

-당선된다면 최우선 과제는.

“곧바로 부동산 가격 안정에 전력을 집중해서 초반 몇 달 안에 국민이 신뢰할 만한 공급계획과 세금·규제 관련 새로운 정책을 내놓을 거다. 임기 전반적으로는 경제 성장에 집중할 거다. 경제 성장으로 일자리를 만들고, 소득을 올려서 인구 감소와 양극화 문제까지 풀어야 한다.”

-본인이 생각하는 부동산 대책은.

“실효성 있는 공급대책을 내놔야 한다. 재개발·재건축·용적률 규제를 확 풀고, ‘그린 없는’ 그린벨트도 주택용지로 쓸 수 있다고 생각한다. 그렇게 민간개발 방식으로 수도권에 100만호를 공급한다는 계획이다. 가격 내리겠다는 신뢰만 준다면 부동산 가격은 잡힌다고 본다.”

-‘반값아파트’ ‘원가아파트’ 같은 경쟁 후보 공약에 비해 밋밋하다는 지적도 있다.

“그런 얘기도 있지만 ‘로또아파트’는 절대 안할 거다. ‘반값이다’ ‘원가다’ 하는 거 다 로또 아닌가. 3기 신도시에 청년 원가주택 30만호를 공급한다는게 윤 전 총장 공약이다. 그게 가능하다고 쳐도, 집없는 청년이 몇명인가. 30만명에 못 들어간 다른 청년들에게는 얼마나 불공정한가. 국민들이 정말로 원하는건 부동산 시세를 낮춰달라는 거다. 나보고 ‘한 방’이 없다고 하는데, 그 ‘한 방’이 사실은 전부 사기라는 거다.”

-공공임대주택 50만호 공급 공약도 내놨다. 공공임대에 비판적인 입장 아닌가.

“내 공약은 이재명식 기본주택이나 문 대통령 공공임대와 결이 다르다. 공공임대는 자기 돈으로 월세·집세·내집마련의 사다리를 탈 수 없는 사람들, 쪽방촌과 고시원을 벗어나지 못하는 사람들을 위한 주거복지 차원에서 얘기해야지, 중산층까지 섞어버리면 안된다. 중산층은 내 집 마련의 사다리를 오를 수 있게 해야 한다.”

-성장을 강조하는데, 이미 한계에 다다른게 아닌가.

“전혀 그렇지 않다. 다른 나라들 사례를 보면 국민소득 3만달러 이후 천차만별이다. 아일랜드처럼 8만달러까지 치고 올라간 나라가 있는가 하면 그리스처럼 오히려 추락한 나라도 있다.”

-경제성장이 꼭 필요한가.

“더 이상 성장해봐야 과거처럼 고용 창출 안되고, 1~2% 성장률이면 충분하다, 이대로 가면서 분배만 잘하면 된다고 체념하는 것 자체가 위험하다고 본다. 자전거도 달리다 서면 넘어진다. 인구구조나 양극화 문제가 워낙 심각해서 현상유지는 커녕 2만달러, 1만달러 수준으로 오히려 추락할 가능성도 큰 게 우리 경제다. 인구구조 바뀌면서 일할 사람이 없고, 이대로 가면 복지에 쓸 돈도 없어진다. 기업을 봐도 30년 전 1등하던 삼성이 지금도 1등이다. 대한민국을 더 성장하는 경제로 만들고, 인구 문제와 양극화 문제를 어떻게 푸느냐에 따라 망할 수도 흥할 수도 있는 분기점에 있는게 지금 대한민국이다.”

-노동개혁도 강조했다.

“노동시장이 안바뀌면 성장할 수가 없다. 우리 같은 위기에 처했던 유럽의 스웨덴, 독일, 네덜란드, 덴마크가 다 노동개혁을 거쳤다.”

-어떤 노동개혁인가.

“핵심은 노동 플러스 복지 개혁이다. 노동과 복지를 같이 개혁해야 성공한다. 자유로운 해고를 할 수 있게하되, 실업자 보호하는 사회안전망은 확실하게 해주고, 해고자 재취업을 위한 적극적인 노동정책도 같이 펼쳐야 된다.”

-증세 필요성도 이야기했다.

“일단 세금은 최대한 아껴써야 하지만, 복지 수준이 전반적으로 올라가려면 지금 세금으로는 안된다. 조세부담률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보다 한참 낮은데 복지는 평균 수준으로 갈 수 있나.”

-부가세 인상인가.

“증세 효과가 제일 큰 게 법인세, 소득세, 부가세인데 법인세는 노동개혁 하면서 건드릴 부분이고 소득세는 이미 문 정부 들어 많이 올려놨다. 부가세 인상은 역진적이라고 하지만, 다른 나라들에 비해 우리 부가세 수준이 낮은 것도 사실이다.”

-당선되면 임기 내 무조건 증세인가.

“그렇게 말할 수는 없고, 복지 비용이 올라가는 속도나 국가채무, 재정적자까지 보면서 결정해야 할 문제다. 세금 올려서 무사한 정권이 없었다고 하고, 그러니 문 정부도 계속 국채만 발행하고 있는 건데 결국 다 아이들 빚으로 남는 것 아닌가. 복지 하려면 증세로 갈 수밖에 없다. 아니면 복지는 더 못한다고 설득해야될 문제다.”

-증세나 노동개혁이나 선거 앞두고 부담 큰 공약이다.“4년 전에 최저임금 1만원 공약 냈다가 바로 그 다음해 중소기업중앙회 신년인사회 가서 사과했다. 경제 상황 좋아지면 하겠다는 거였지만, 잘못 낸 공약이었다고 했다. 이번에는 엉터리 공약, 사과할 공약은 안하기로 마음 먹었다.”

-나토식 핵공유를 주장하는데 한반도 긴장 고조나 북중 밀착 우려가 있지 않나.

“북한 핵무기가 실전 배치되고 그게 언제든 우리나라 전역을 공격할 수 있게 될 때 그 방어책은 뭐냐고 묻고 싶다. 설마 우리한테 쏘겠느냐는 희망 말고 대책이 뭐냐는 거다. 북한과 중국은 이미 밀착할대로 한 상태다. 오히려 핵공유가 중국을 실질적으로 압박할 수 있는 카드라고 본다. 그간 중국 중심 6자회담으로 뭘 얻었나. 유엔 안보리 제재를 해도 중국이 말을 안들어서 효과가 없지 않았나.”

유승민 국민의힘 대선 경선 후보가 지난 24일 서울 여의도 캠프 사무실에서 경향신문과 인터뷰 하고 있다. 권호욱 선임기자

유승민 국민의힘 대선 경선 후보가 지난 24일 서울 여의도 캠프 사무실에서 경향신문과 인터뷰 하고 있다. 권호욱 선임기자

-대장동 특혜 의혹과 고발사주 의혹은 어떻게 보나.

“(두 의혹 모두 진상규명을) 빨리 해야한다. 대선이 5개월여밖에 남지 않았다. 올해 안으로 수사가 완결됐으면 한다. 특검을 안할 이유도 없다. (대장동 의혹은) 정황 증거로 볼 때 이재명 지사가 완전 무관하다고 말하는 것을 믿기 어렵다. 증거가 드러나면 책임을 져야한다.”

-곽상도 국민의힘 의원 아들이 대장동 특혜 의혹 업체에서 퇴직금 50억을 받았다.

“곽 의원은 제명, 출당조치가 불가피하다. 우리 당은 누가 됐건 모든 조사 다 받을테니 민주당도 동참하라. 특검하자. 국정조사도 하자. 못할 이유 뭐 있나. 조사하자면서 왜 피하나. 이낙연·추미애 후보 등 대선주자들은 물론 민주당 의원님들도 동참해달라.”

-지지도는 계속 국민의힘 내 3위다.

“결국 영남 보수다. 대구·경북에서 마음을 돌려 주시면 지금 지지율 숫자는 한꺼번에 올라간다. 내가 수도권 중도층이나 젊은층에서 반대할 이유가 있는 사람은 아니지 않나. 지금처럼 영남 보수 지지를 못받고 3등에 머물러 있으니 중도층·젊은층도 저 사람으로 정권교체 되겠느냐는 의구심이 있는 거다. 그 부분이 내게는 제일 관건이다.”

-영남 보수 마음을 돌릴 방법이 있나.

“계속 찾아뵙고 제 입장 말씀드리는 수밖에 없지 않겠나. 내가 비록 박근혜 대통령 탄핵에 찬성했지만 홍준표 의원처럼 박 대통령 대해 말을 바꾼 적은 한번도 없다. 홍 의원은 쓰면 뱉고 달면 심키면서 엄청나게 말을 바꿨다. 2017년에 ‘춘향인 줄 알았는데 향단이더라’ 하더니 자기 필요하면 또 친박 용서하자고 한다. 나는 그렇게 왔다갔다한 적은 없다. 정치하면서 한번도 내 소신 버린 적 없고, 양심에 따라서 해왔다고 계속 이야기하지만 아

직은 잘 안 통하고 있다.(웃음)”

[대선주자 인터뷰] 유승민 “문제는 경제, 성장 못하면 추락한다”

Today`s HOT
러시아 미사일 공격에 연기 내뿜는 우크라 아파트 인도 44일 총선 시작 주유엔 대사와 회담하는 기시다 총리 뼈대만 남은 덴마크 옛 증권거래소
수상 생존 훈련하는 대만 공군 장병들 미국 컬럼비아대학교 불법 집회
폭우로 침수된 두바이 거리 인도네시아 루앙 화산 폭발
인도 라마 나바미 축제 한화 류현진 100승 도전 전통 의상 입은 야지디 소녀들 시드니 쇼핑몰에 붙어있는 검은 리본
경향신문 회원을 위한 서비스입니다

경향신문 회원이 되시면 다양하고 풍부한 콘텐츠를 즐기실 수 있습니다.

  • 퀴즈
    풀기
  • 뉴스플리
  • 기사
    응원하기
  • 인스피아
    전문읽기
  • 회원
    혜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