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공약 발표 연기' 홍준표의 ‘이남자’ 딜레마

박순봉 기자

국민의힘 대선 주자인 홍준표 의원이 ‘이남자’(20대 남자·넓게는 젊은 남성 유권자를 뜻함) 딜레마에 빠졌다는 평가가 나온다. 홍 의원은 최근 여론조사에서 여야를 합쳐서는 3위, 범야권 내 적합도에서는 1위를 하는 등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 홍 의원 캠프는 이 상승세의 핵심 견인 세력을 ‘이남자’로 보고 있지만 동시에 ‘이남자’를 의식하다보니 확장성에는 한계를 갖는 상황에 처했다. 홍 의원이 여성 정책 발표를 예고했다가 기한 없이 연기한 것이 대표적이다.

홍 의원은 지난 23일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다음주에는 상대적으로 부진한 여성층 설득을 위해 여성 부분 공약을 총괄 정리해 발표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홍 의원은 “사소한 말 몇마디로 오해를 하고 있는 여성층들의 마음을 돌리기 위해 여성 부분 공약을 총괄 정리해서 발표하고자 한다”고 말했다. 여성 정책 발표로 여성 지지층까지 확장을 해 지지율을 더 높이겠다는 취지였다.

이에 따라 홍 의원 캠프는 지난 26일에 다음날인 27일 여성 정책을 발표하겠다고 기자들에게 공지했다. 하지만 27일 당일 오전 홍 의원 캠프는 오후로 예정돼 있던 일정을 연기했다. 홍 의원 캠프 여명 대변인은 공지 메시지를 통해 “여성정책 발표는 연기됐다. 발표 일시 확정되는 대로 재공지 드리겠다”고 밝혔다.

홍준표 국민의힘 의원 페이스북 캡쳐

홍준표 국민의힘 의원 페이스북 캡쳐

여성정책 발표 일정이 무기한 연기된 것은 캠프 내 이견 때문이다. 홍 의원 캠프 내에서는 확장을 위해 여성 정책을 내놓아야 한다는 의견과 여성만을 타깃으로 한 정책을 내놓으면 20·30대 남성들이 이탈할 수 있다는 의견이 맞선 것으로 전해졌다. 여성 정책을 발표해도 실제 여성들이 지지층으로 돌아설 것인지에 대한 의구심도 무기한 연기 결정에 반영됐다. 결과적으로 핵심 지지층인 젊은 남성층의 반발을 막기 위해 여성 유권자로의 확장성을 포기하는 선택을 한 셈이다.

홍 의원이 ‘이남자’를 의식한 행보를 보인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앞서 지난 16일 국민의힘 대선 경선 1차 TV토론회에서 홍 의원은 조국 전 법무부 장관 가족에 대한 수사는 과도했다는 취지의 입장을 내놨다. 하태경 의원을 비롯한 다른 경쟁 주자들이 비판했고, 특히 ‘이남자’가 중심인 일부 ‘남초’ 인터넷 커뮤니티에서 홍 의원에 대한 비판이 나왔다. 그러자 홍 의원은 하루만인 17일 “국민이 아니라고 하면 제 생각을 바꾸겠다고 오늘 천명했다”며 “그게 민주주의이고 집단 지성이다. 조국 수사에 대한 제 평소 생각도 고집하지 않고 바꾸겠다”고 밝혔다. 홍 의원이 ‘먹거리 X파일’로 유명한 이영돈 PD를 영입하려다가 취소하는 과정에서도 ‘이남자’의 집단 반발이 영향을 준 것으로 전해졌다.

홍준표 국민의힘 의원이 지난 24일 오후 모교인 서울 성북구 고려대학교에서 열린 고려대 정경대학 학생회 초청 토크콘서트에서 발언하고 있다.  홍준표 캠프 제공

홍준표 국민의힘 의원이 지난 24일 오후 모교인 서울 성북구 고려대학교에서 열린 고려대 정경대학 학생회 초청 토크콘서트에서 발언하고 있다. 홍준표 캠프 제공

홍 의원이 ‘이남자’를 의식하는 이유는 자신의 상승세의 핵심 지지 기반이라고 판단하기 때문이다. 홍 의원은 앞서 이준석 대표와 윤석열 전 검찰총장 간 갈등에서 이 대표를 지지하는 발언을 하면서 이 대표와 지지층을 공유하게 됐다. 이후 모병제 도입 제안 등 홍 의원은 ‘이남자’들을 향한 구애를 꾸준히 하면서 ‘이남자’들의 지지가 굳건해진 것으로 보인다.

‘이남자’에만 집중할 경우 홍 의원으로선 한계에 봉착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홍 의원이 야권 내 적합도에서는 1위로 조사되고 있지만 여야를 막론한 후보 적합도 조사에선 3위에 머무르며 윤 전 총장에게 다소 밀리는 상황이다. 현재 지지층만으로는 역전까진 어렵다는 의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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