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장동 국감’‘팻말 국감’ 된 2021년 국정감사…“○○가 범인이다”

정환보 기자
5일 오전 정부세종청사에서 열린 국회 환경노동위원회의 환경부에 대한 국정감사에 앞서 더불어민주당(위)과 국민의힘(아래) 의원석에 관계자들이 대장동 의혹 관련 팻말을 부착하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5일 오전 정부세종청사에서 열린 국회 환경노동위원회의 환경부에 대한 국정감사에 앞서 더불어민주당(위)과 국민의힘(아래) 의원석에 관계자들이 대장동 의혹 관련 팻말을 부착하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여야가 국정감사 이틀째인 5일 ‘대장동 개발 비리 의혹’과 관련해 한 치도 물러서지 않는 공방을 벌이면서 국감이 진행된 상임위원회 곳곳이 파행으로 얼룩졌다.

경기 성남시 대장동 개발 사업에 대한 수사와 직접 관련이 있는 법무부와 경찰청을 피감기관으로 불러 세운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와 행정안전위는 물론, 국토교통부를 상대로 감사를 벌인 국토교통위와 곽상도 의원 아들 의혹이 제기된 문화재청을 감사한 문화체육관광위원회에서도 불꽃 튀는 난타전이 벌어졌다.

여야 의원들이 국감장에서 상대 당을 공격하는 정치적 구호를 담은 ‘피켓 시위’까지 벌이면서 국감이 진행된 12개 상임위 전체에서 크고 작은 차질이 빚어졌다.

■“특검 수사” 대 “곽상도·윤석열 의혹부터”

여야는 이날 대장동 의혹을 두고 법사위와 행안위에서 특히 치열한 공방을 주고받았다. 국민의힘은 이재명 경기지사를 대장동 개발 비리의 ‘몸통’으로 지목하며 특검 도입을 주장한 반면 더불어민주당은 야권과 법조계 인사가 얽힌 비리 전반에 대한 신속한 검찰 수사를 촉구하며 맞불을 놨다.

야당 의원들은 ‘이재명’ ‘특검’에 화력을 집중했다. 전주혜 국민의힘 의원은 “이 지사가 성남시장 당시 민간에 특혜를 주는 계약을 하면서 성남도시개발공사에 손해를 끼쳤는데 당연히 윗선을 수사해야 한다”고 했고, 같은 당 권성동 의원은 “서울중앙지검 전담수사팀이 친정권 성향 검사로 구성됐다”며 특검 도입 필요성을 강조했다.

이에 대해 박범계 법무부 장관은 “대선이 진행되는 시점에서 여야가 특검을 협상해야 하고, 합의돼 특검법이 통과된다고 해도 임명하고, 수사팀을 짜고, 수사를 개시하는 과정이 오래 걸린다”며 반대 입장을 재확인했다.

민주당도 공세의 고삐를 죄었다. 박성준 민주당 의원은 “큰 흐름의 꼬리로 수사 방향을 튼 것 아니냐. 김만배씨의 법조인맥 동원 의혹, 남욱 변호사의 정치권 동원 의혹, 정영학 회계사의 수익배분구조 설계 의혹 등에 대한 수사가 이뤄져야 한다”고 했고, 소병철 의원은 “곽상도 의원이 피의자로 영장에 적시돼 있다는 보도를 봤는데, 무슨 혐의냐”라고 했다.

여야 유력 대선주자들이 얽히고설켜 있는 대장동 의혹을 두고 벌인 난타전은 행안위의 경찰청 국감에서도 그대로 이어졌다.

김형동 국민의힘 의원이 ‘검찰과 경찰이 합동수사를 논의한 적이 있느냐’고 묻자 김창룡 경찰청장은 “아직 없다”고 답했다. 그러자 김 의원은 “수사를 특검으로 넘기는 게 낫지 않느냐”고 했다. 반면 박완주 민주당 의원은 “검경이 이중으로 조사하고 자금을 추적하는 것은 비효율적이라고 판단한다”고 말했다. 김 청장은 “한국토지주택공사(LH) 사건처럼 정부 합동수사본부를 꾸리는 것도 효율적이라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김 청장은 경찰이 지난 4월 금융위원회 산하 금융정보분석원(FIU)으로부터 화천대유의 수상한 자금 흐름을 통보받고도 9월에야 수사에 들어간 데 대한 여야의 질타에 “초기 판단이 잘못된 점에 대해서 드릴 말씀이 없다”며 “FIU의 자료 분석에 적극적이지 못했던 부분을 뼈아프게 받아들이고 있다”고 했다.

■‘( ) 자가 범인이다’…팻말국감·구호국감

국토부 국정감사장에서도 여야는 정면 충돌했다. 여당은 이명박·박근혜 정부 당시 규제완화 문제 등을 거론하며 대장지구 특혜의혹의 ‘원천 책임론’을 제기했다. 야당은 화천대유가 막대한 이익을 챙기도록 한 사업 설계 문제 등을 거론하며 이 지사에 대한 의혹제기로 맞섰다.

진성준 민주당 의원은 “박근혜정권이 택지개발촉진법 폐지 추진, 분양가상한제 폐지, 개발이익부담금 감면 특혜 등으로 대장동 개발사업에 천문학적 돈잔치의 꽃길을 깔았다”고 했고, 김은혜 국민의힘 의원은 “대장지구 개발은 서민을 위한 임대주택 비율이 당초 계획보다 줄어든 반면 이익은 소수에게 집중된 사기극”이라고 했다.

문체위의 문화재청 등에 대한 국감에도 ‘대장동 불똥’이 튀었다. 김의겸 열린민주당 의원은 2017년 당시 공문 등을 근거로 “성남의뜰에서 대장지구 내 문화재 발견 구간과 미발견 구간 분리 허가 신청서를 보낸 지 이틀 만에 전결 허가가 떨어졌다. 신청서 하단에 곽 의원 아들 곽병채씨 이름이 버젓이 쓰여 있다”면서 “27살짜리가 보낸 신청서를, 대한민국의 문화재청이 마치 기다렸다는 듯 이틀 만에 허가를 한 것”이라고 했다. 김 의원은 “곽 의원이 영향력을 행사했을 가능성이 대단히 높다고 본다”고 했지만, 김현모 문화재청장은 “절차상 하자가 없다”고 반박했다.

이날 국감은 대장동 사건과 연관성을 찾기 힘든 국방부, 농림축산식품부, 산업통상자원부 등에 대한 국감에서까지 여야 간 말싸움 등으로 감사중지가 반복되는 파행이 이어졌다.

야당 의원들 좌석 앞에는 ‘특검 거부하는 자가 범인이다’는 등의 손팻말이 거의 모든 상임위에 등장했고, 여당 의원들은 국감을 보이콧하거나 ‘돈 받은 자가 범인이다’는 피켓 문구를 내걸며 맞섰다. 야당이 만든 팻말에는 ‘이재명 판교 대장동 게이트’라는 표현이, 여당은 ‘아빠의 힘’ ‘50억 클럽’이라는 문구가 등장했다.

특히 국방위에서는 피켓을 등장시킨 야당의 행태에 여당이 강력 반발하면서 국감이 열리지 못했다. 김병주 민주당 의원은 “축구하려고 왔는데 수영복 입고 나타나 수영하자는 꼴”이라고 했다.

교육위에서는 피켓 대신 특검 수용을 촉구하는 문구가 담긴 마스크와 리본이 야당 의원들 사이에서 등장했다. 박찬대 민주당 의원은 “여야 간사가 (피켓을 내리기로) 합의했는데도 마스크에 문구를 새겨 오는 것은 국감을 조롱하는 것”이라고 했고, 정경희 국민의힘 의원은 “여야 간사 합의는 피켓에 관한 것이었고, 리본과 마스크 착용 문제는 아니었다”고 받아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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