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 토론회에 소환된 노무현·이명박·박근혜 전직 대통령들···정치 보복 논란

박순봉 기자
국민의힘 홍준표(왼쪽부터), 원희룡, 유승민, 윤석열 대선 경선 후보들이 18일 오후 부산MBC에서 제4차 TV 토론회를 하기 앞서 기념 촬영하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국민의힘 홍준표(왼쪽부터), 원희룡, 유승민, 윤석열 대선 경선 후보들이 18일 오후 부산MBC에서 제4차 TV 토론회를 하기 앞서 기념 촬영하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18일 부산에서 열린 국민의힘 대선 경선 4차 TV토론회에선 전직 대통령들이 소환됐다. 경쟁 주자들이 윤석열 전 검찰총장이 검사 시절 했던 전직 대통령들에 대한 수사를 우회적으로 비판했다. 감옥에 있는 전직 대통령들에 대한 동정심이 남아 있는 영남 민심에 구애하기 위한 것으로 보인다. 원희룡 전 제주지사는 윤 전 총장을 향해 각 전직 대통령 수사는 “정치 보복이냐, 아니면 정의실현이냐”고 물었다. 홍준표 의원은 전직 대통령 박근혜씨 수사를 거론하면서 “대통령의 통치 행위는 처벌 대상이 되느냐”고 윤 전 총장을 압박했다.

이날 토론회에선 ‘무속 논쟁’ 등 네거티브 공방은 줄었고 상대적으로 정책 논쟁이 늘어났다. 부산·울산·경남 지역에서 토론회가 치러진 만큼 가덕도 신공항, 분권 강화 등이 다뤄졌다. 부동산 정책, 복지 정책과 증세, 경제 살리기 방안도 토론했다. 이준석 대표가 “토론회에 핵과 주술밖에 없다”고 경고하는 등 당내 우려가 반영된 결과로 보인다.

■국민의힘 토론회에 소환된 전직 대통령들

부산MBC에서 개최된 국민의힘 부산·울산·경남 합동 TV토론회에서는 전직 대통령들에 대한 수사가 쟁점이었다. 원 전 지사는 윤 전 총장에게 “법에 따라서 처리를 하는 것과 정치 보복의 기준은 무엇이냐”고 물었다. 윤 전 총장은 “실무적으로 말하면 저절로 드러난 것은 처리해야 한다. 그런데 누굴 딱 찍어놓고 1년 12달 다 뒤지고 찾는다면 그건 정치 보복”이라고 했다.

그러자 원 전 지사는 윤 전 총장에게 “이명박·박근혜 (전) 대통령을 수사해서 구속시킨 것은 저절로 드러난 정의의 실현이냐, 정치 보복이냐”고 물었다. 윤 전 총장은 “두 분의 전직 대통령에 대한 것을 저희가 이 잡듯이 막 뒤져서 한 것은 아니다”라고 답했다. 원 전 지사는 이후 노무현 전 대통령에 대해서도 같은 질문을 했다. 윤 전 총장은 “저는 당시 수사에 관여하지 않았지만 전직 대통령을 그런 방식으로 (수사)한다는 건 정권에 엄청난 부담이 되기 때문에 아주 어리석은 정치인이나 어리석은 대통령이면 그렇게 (수사)할 것”이라고 답했다. 원 전 지사가 재차 정치 보복인지, 정의실현인지 입장을 밝히라고 압박하자 윤 전 총장은 “수사 안 한 사람이 어떻게 얘기하나”라며 발끈했다.

홍 의원도 전직 대통령 박씨의 공천 개입 사건 수사를 두고 윤 전 총장을 압박했다. 홍 의원은 “대통령의 통치행위는 사법 심사 대상이 아니다”라면서 “박 전 대통령의 (총선) 공천 개입은 통치 행위인가, 정치 행위인가, 실정법 위반인가”라고 물었다. 윤 전 총장은 “공천 관여보다 국정원 (특수활동비) 자금을 공천에 반영하기 위한 여론 조사 비용으로 쓴 것을 기소한 것”이라고 답했다.

그러자 홍 의원은 “(윤 전 총장이 검사 시절 기소를 하면서)국정원 예산을 청와대 뇌물로 둔갑시켰다”, “역대 국정원장을 뇌물죄로 엮어서 처벌하는 것을 보고 심하다고 생각했다”고 공격했다. 국정원 예산 일부를 포괄사업비 항목으로 청와대에 지원해왔다는 것이 홍 의원의 주장이다. 윤 전 총장은 “수사 지휘를 한다고 서울지검장이 서울경찰청장의 특활비·판공비를 상납받으면 되겠느냐”고 맞섰다.

유승민 전 의원은 홍 의원이 대통령의 통치 행위는 사법 심사(수사) 대상이 아니라고 발언한 것을 거론하며 “대한민국 대통령은 헌법과 법률을 분명하게 지켜야 된다고 생각한다. 헌법과 법률 위에 대통령이 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비판했다.

■정책 중심, ‘오징어 게임’ 빗대기도

주자들은 부울경 민심을 겨냥한 정책을 내놓고 검증 공방도 벌였다. 윤 전 총장은 부울경 메가시티 건설을 내걸었다. 홍 의원은 가덕도신공항을 관문공항으로 만들고 ‘김영삼 공항’으로 이름 짓겠다고 했다. 유 전 의원은 지방 경제 해결사가 돼서 부울경 경제를 살리겠다고 밝혔다. 원 전 지사는 한일 해저터널을 만들어서 부울경을 미래 산업의 중심지로 키우겠다고 했다.

유 전 의원과 윤 전 총장은 증세 없는 복지 논쟁을 벌였다. 복지 수준을 올려야 한다는 데에서 두 후보는 공감을 보였지만, 유 전 의원은 세금 올리지 않고 복지 재원 마련할 수 있다는 윤 전 총장 주장을 집중 공격했다. 윤 전 총장은 특별회계 등으로 일부 충당할 수 있다면서 “복지재정은 늘 수밖에 없지만 복지가 이만큼 늘면 세금도 이만큼 늘어야한다는 뜻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공방을 벌이던 중에 후보들이 웃음을 터뜨리는 장면도 나왔다. 홍 의원은 윤 전 총장에게 외신 보도를 인용하며 “각종 비리 후보들이 나와서 국민 상대로 대선 후보라고 설치는 것을 보니 오징어게임처럼 돼 가고 있다. 어떻게 생각하느냐”고 물었다. 윤 전 총장은 “그게 홍 후보님도 해당되는 것 아니겠느냐”고 답했다. 그러자 홍 의원은 “그건 왜 나를 끌고 들어가요?”라고 답했고 원 전 지사 등 다른 주자들이 웃음을 터뜨렸다.

원 전 지사는 홍 의원의 ‘5년 내 부울경에 수소경제 시스템을 만들겠다’는 공약을 언급하면서 “수소를 무엇으로 만드냐”고 물었다. 홍 의원은 “H2O인가, 그거 아니냐”고 답했다. 원 전 지사가 “H2O는 물”이라면서 재차 압박하자 홍 의원은 “저번에도 원희룡 후보한테 당했는데 이번에도 (당했다)”고 답했고 일부 주자들이 웃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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