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개와 사과’ 사진 한장에 엉켜버린 국민의힘 호남 행보

심진용 기자
국민의힘 대선 주자인 윤석열 전 검찰총장이 청년정책 공약 발표를 위해 21일 여의도 국민의힘 중앙당사 회견장으로 입장하고 있다. 국회사진기자단

국민의힘 대선 주자인 윤석열 전 검찰총장이 청년정책 공약 발표를 위해 21일 여의도 국민의힘 중앙당사 회견장으로 입장하고 있다. 국회사진기자단

호남 민심을 껴안겠다며 지난 1년여 간 이어져 온 국민의힘의 ‘서진’ 행보가 꼬이고 있다. 당 유력 대선 주자인 윤석열 전 검찰총장이 ‘전두환 옹호’ 발언으로 구설에 오르고, ‘사과’ 논란까지 이어지면서다. 호남 민심이 돌아서고, 당이 다시 ‘5공의 강’에 빠지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온다.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는 22일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아침에 일어나 보니 뭐 이런 상식을 초월하는… 착잡하다”고 적었다. 전날 자정 무렵 불거진 윤 전 총장 SNS의 사과 논란에 대한 반응이었다. 이 대표는 이날 오후 CBS라디오 <한판승부>에 나와서는 “논란이 길어지는 건 윤 후보나 당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면서 빠른 수습 필요성을 강조했다.

윤 전 총장은 전날 오전 전직 대통령 전두환씨 ‘옹호 발언’ 논란에 대해 유감을 표명한데 이어, 오후에는 “누구보다 전두환 정권에 고통을 당하신 분들께 송구하다는 말씀드린다”는 입장문을 내고 사과했다. 그러나 이날 자정을 앞두고 윤 전 총장 반려견 ‘토리’ 계정의 인스타그램에 먹는 사과를 토리에게 건네는 사진이 올라오면서 사과가 무색해졌다. 전날 사과를 집어 든 윤 전 총장 돌잡이 사진이 SNS에 올라온 것까지 엮어, 사과 여론에 조롱으로 답한 것 아니냐는 비판이 이어졌다.

윤 전 총장의 전씨 옹호 발언과 사과 논란이 내년 대선을 앞둔 당 전체에 악재가 될 수 있다는 위기감이 국민의힘 내부에서 감지된다. 전날 최고위원회의에서 “문재인 대통령이 부동산과 원전 정책 두 가지만은 전두환 전 대통령한테 배웠으면 좋겠다”며 윤 전 총장 발언을 두둔했던 김재원 최고위원도 사과 논란에 우려를 감추지 못했다. 김 최고위원은 이날 KBS라디오 <최경영의 최강시사> 인터뷰에서 “(윤 전 총장 측) SNS 담당자는 처음부터 적절하지 못한 일을 벌인다고 생각했다”며 “돌잔치 사진을 올린 것도 왜 저런 사진을 올렸을까 의아했다”고 말했다. 사과 관련 질문이 이어지자 김 최고위원은 “아이고”라고 한숨 쉬며 허탈하게 웃었다. 김은혜 의원은 이날 오후 SBS <주영진의 뉴스브리핑>에 나와 “(사과) 사진은 이유불문하고 죄송하다”며 “윤 후보 측 메시지 관리가 어떻게 되는지 잘 모르겠지만 되풀이돼서는 안된다. 이 부분은 몇 번이라도 사과를 해야한다”고 말했다.

국민의힘은 지난해 김종인 전 비상대책위원장 취임 이후 호남 확장 노선을 걸어왔다. 김 전 위원장이 광주 5·18 민주묘지를 참배하고 ‘무릎 사죄’를 했다. 이 대표의 취임 후 행보도 다르지 않았다. 호남 지역 유권자는 물론 호남 출신 타지역 유권자들의 민심을 붙잡지 못한다면 대선 승리도 어렵다는 판단이었다. 이 대표 취임 후 호남에서만 신규 당원 1만여명이 나오는 등 가시적인 성과가 이어졌다. 이 대표 등 당 지도부는 전날에도 전남 여수와 순천을 방문해 여순 사건 위령탑을 참배하는 등 호남 일정을 소화했다. 그러나 윤 전 총장발 돌출 사건으로 당 전체의 행보가 엉켜버렸다.

당내 대선 경선이 진행되고 있어서 당이 적극적으로 나서기도 어렵다는 게 국민의힘이 마주한 또다른 고민이다. 과도한 개입이라는 지적이 나올 수 있기 때문이다. 당 지도부 한 관계자는 통화에서 “결국 윤 총장 본인이 상황을 정리해야 하는데, 지금까지 해명들이 먹혀들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윤 전 총장 측은 사과 논란에 대해 “실무자가 가볍게 생각해 사진을 게재했다”며 “(SNS 관련) 시스템을 재정비하겠다”는 입장문을 냈다.

당내 다른 대선 주자들은 일제히 윤 전 총장을 비판했다. 홍준표 의원은 SNS에서 “국민과 당원을 개 취급하는 후보는 후보를 사퇴하는 게 맞지 않느냐”고 직격했다. 다른 게시글에서는 “(후보) 그만두시고 토리와 부인과 함께 인도사과 게임이나 하시라”고도 했다. 사과 사진에 윤 전 총장 부인 김건희씨의 영향력이 작용한 것 아니냐는 일각의 의구심을 기정사실화하는 뜻으로 풀이된다. 유승민 전 의원과 원희룡 전 제주지사도 캠프 대변인 명의로 각각 논평을 내고 “대통령 자격 절대 없다” “돌이킬 수 없는 후폭풍이 될 것”이라고 날을 세웠다. 다만 윤 전 총장발 파문이 확산하는 상황에 대한 우려도 나오고 있다. 한 대선 캠프 관계자는 통화에서 “경쟁 후보 일이지만 본선 생각하면 우리 입장에서도 마냥 좋아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Today`s HOT
파리 뇌 연구소 앞 동물실험 반대 시위 앤잭데이 행진하는 호주 노병들 기마경찰과 대치한 택사스대 학생들 케냐 나이로비 폭우로 홍수
황폐해진 칸 유니스 최정, 통산 468호 홈런 신기록!
경찰과 충돌하는 볼리비아 교사 시위대 아르메니아 대학살 109주년
개전 200일, 침묵시위 지진에 기울어진 대만 호텔 가자지구 억류 인질 석방하라 중국 선저우 18호 우주비행사
경향신문 회원을 위한 서비스입니다

경향신문 회원이 되시면 다양하고 풍부한 콘텐츠를 즐기실 수 있습니다.

  • 퀴즈
    풀기
  • 뉴스플리
  • 기사
    응원하기
  • 인스피아
    전문읽기
  • 회원
    혜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