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관천 전 청와대 행정관 “검찰, 대장동 수사 미적거리면 100% 특검간다”읽음

정용인 기자
박관천 전 청와대 공직기강비서관실 행정관. / 우철훈 선임기자

박관천 전 청와대 공직기강비서관실 행정관. / 우철훈 선임기자

그가 입을 열었다. 박관천 전 청와대 공직기강비서관실 행정관(55). 2016년 국정농단 사건이 벌어지면서 그의 대한민국 권력서열 발언이 뒤늦게 화제를 모았다. 그가 꼽은 1위는 최순실이었고, 2위는 전 남편 정윤회였다. 3위가 당시 박근혜 대통령이었다.

‘비선실세’라는 말을 만들어낸 이도 그였다. 탄핵으로 국정농단 사건은 막을 내렸지만, 출소 이후에도 그는 오랫동안 침묵했다. 그런데 화천대유, 대장동 의혹이 불붙으면서 그가 입을 열었다. 미래 권력의 심부(深部)와 관련됐다는 주장이 제기된 사건이기 때문일까. 논란은 올해 9월부터 벌어졌지만, 현재 밝혀지고 있는 의혹의 핵심 부분은 그가 청와대에서 권력 주변부의 ‘정보’를 취급할 당시 벌어진 일이기도 하다. 박 전 행정관을 만난 이유다. 인터뷰는 10월 19일 경향신문사에서 진행했다.

-화천대유, 이른바 대장동 의혹이 불거진 건 최근 한두달 사이지만, 연원은 2012년 8월 파산한 부산저축은행 사건 때까지 거슬러 올라갑니다. 이른바 대장동 작전세력을 1차와 김만배 전 머니투데이 부국장이 주도한 2차로 구분한다면, 남욱 변호사, 정영학 회계사는 1차 때도 있었고요. 부산저축은행 수사를 당시 윤석열 검사가 맡았는데 그때 막을 수 있는 것을 못 막았다는 평가가 나옵니다.

“그렇습니다. 대장동 의혹이 언제부터 시작됐냐를 체크해보면 2009년 부산저축은행 사건 때부터입니다. MB정권 시절이에요. 작전세력들이 그때그때 맞는 권력자를 끌어들인 것이에요. 야당에서는 정영학 녹취록에 나오는 ‘그분’이라는 표현을 두고 ‘그분’이 이재명이길 바라는 것 같습니다만 흘러나오는 이야기를 들어보면 다른 사람인 것 같습니다.”

-그러면 누굴까요.

“남욱 변호사가 JTBC 인터뷰를 하면서 소위 50억 클럽에 대한 이야기를 여러차례 들었다고 이야기하지 않습니까. 7명이고 총 350억이라는 것인데, 명단을 보면 뭔가 이상한 것이 보이지 않습니까.”

-글쎄요. 일단 법조계 인사가 많고….

“공개된 사람들이 누구입니까. 권순일, 박영수, 곽상도, 김수남, 최재경 그리고 언론사 사주 홍씨인데 다 세어 봐도 6명에 불과합니다. 공개 안 된 한사람은 누굴까요.”

-저도 궁금한 대목입니다.

“만약 여당 측 인사가 연관돼 있으면 어제(10월 18일) 행안위 국감에서 야당이 바로 문제 삼았을 겁니다. 전체적인 구도를 놓고 보면 야당이 여당 탓할 일이 못 됩니다. 이렇게 보면 됩니다. 답은 기득권 세력입니다. 제가 청와대 문서 유출 의혹 사건으로 구속된 날이 2014년 12월 17일입니다. 수사결과가 2015년 2월에 발표되죠. 그때 권력의 실세였던 최순실·정윤회가 이긴 거지요. 당시 정윤회의 변호사였고, 나중에 국정농단 사건 때 최순실의 변호사였던 이경재가 화천대유의 법률자문으로 들어간 것이 2015년 9월입니다. 거기에 SK 자금이 들어가고 최태원 회장이 사면을 받는 것도 시기적으로 맞아떨어지고요. 제가 여당이나 야당게이트로 보지 않고 기득권 세력의 게이트로 보는 이유입니다.”

-보통 이런 작전세력의 경우 여든 야든 다 줄을 대려고 하죠. 안전판이 필요하니까.

“네. 이 사람들이 과거 2009년 부산저축은행 수사를 받으면서 검찰이 봐주면 자신의 계획이 성공할 수 있다는 걸 알고 있습니다. 그러니까 50억 클럽에 보면 전직 검찰 고위직 출신들이 많습니다. 그리고 왜 하필 김만배였을까요. 다른 기자 출신들도 많을 텐데….”

-법조기자 출신이기 때문인가요. 지난 9월 1일 김만배를 취재하면서 그에 대해 물으니 ‘기자생활을 하면서 존경하고 따르던 선배님들이라 자신이 주도적으로 영입했다’라고 하더군요. 거꾸로 저에게 ‘누구의 사주를 받고 나를 취재하느냐’고 되묻던데.

“과거 제가 이런 사건을 수사해보면 항상 이 사람들은 대관 작업이라는 것을 만들어둬요. 관 작업을 할 돈을 만들어두거든요. 초기에는 이 돈의 규모는 작습니다. 작다가 이익이 많이 나면 대관 작업을 더 많이 만들려고 합니다. 화천대유 게이트 4인방으로 김만배, 유동규, 남욱, 정영학을 꼽는데 이 사람들 사이에서 이익배분 문제가 일어난 것 같습니다. 소위 ‘50억 클럽’이 전혀 실체가 없는 건 아닌데 다소 부풀려진 것도 있는 것 같습니다. 다시 말해 내가 50억씩 정말 로비해야 하는 사람이 2명인데, 3명이라고 둘러대면 50억을 더 먹는 것 아닙니까. 그러다가 서로 싸움이 난 거죠.”

-JTBC 남욱 인터뷰를 보면 유동규에게 정영학이 뺨을 맞은, 이른바 ‘뺨 사건’ 이후에 녹취록을 만들기 시작했다는 증언이 나오죠. 국민의힘 쪽에서는 유동규의 개인 비리가 아닌 윗선, 그러니까 이재명이나 그 주변인사가 관여됐다고 보는 것 같습니다.

“그쪽에서는 너무 간절한 것 같습니다. 그만큼 간절하면 증거를 찾아내야 하거든요. 각종 비리 게이트 사건을 제대로 규명하려면 간단해요. 돈의 방향만 따라가면 됩니다. 사업을 하기 위해서 돈을 저수지에 모으지 않습니까.”

-그렇겠죠.

“돈이 처음에 누구로부터, 어디서 나왔는가. 돈의 원천을 따라가면 이 사업 뒤에 있는 핵심이 나옵니다. 그리고 돈이 저수지에 모이면 용지보상도 하고 여러 용도로 쓰지 않습니까. 돈 중 세탁된 돈을 대관비, 공동경비라고 부릅니다. 이 공동경비를 누가 관리했고, 돈이 어디로 흘러갔는가만 찾아보면 됩니다. 간단해요.”

박관천 전 청와대 공직기강비서관실 행정관. / 우철훈 선임기자

박관천 전 청와대 공직기강비서관실 행정관. / 우철훈 선임기자

-정영학 회계사가 관리의 주체가 아닙니까. 회장으로 불린 김만배 부국장이 거기서 돈을 대여금 형식으로 찾아 썼고….

“그렇죠. 그런데 간단한 문제인데, 이걸 찾지 않고 계속 의혹만 제기하고 있습니다. 검찰도 여기에 엮어 들어가면 실체적 진실을 발견 못 하게 됩니다.”

-8월 말쯤에 지난 4월 FIU(금융정보분석원)가 김만배의 돈 흐름에서 이상한 부분을 포착했다는 제보를 받은 적이 있습니다. 화천대유의 100% 소유주인 김만배가 자신의 주식을 잡히고 473억을 현금으로 인출해갔는데, 그 행방이 묘연하다는 겁니다. 그게 정치권 대선자금으로 흘러간 게 아니냐는 건데….

“FIU에서도 근무했습니다. FIU엔 CTR(고액현금거래보고제도)이라고 해서 아침마다 1000만원 이상 현금의 이상 흐름이 올라옵니다. 예전에는 2000만원 이상이었는데 지금은 1000만원 이상이면 다 보고가 올라와요. 이게 수없이 올라오면 다 못 잡습니다. 현금을 굳이 쓰는 이유는 검은돈을 주거나 받기 위한 것이죠. 정영학이 회계사다 보니까 현금이 이렇게 많이 만들어지면 상당히 위험하다고 생각했을 겁니다. 김만배는 토지보상 자금으로 사용했다고 했는데 말도 안 되는 소리입니다. 토지보상 자금은 항상 계좌이체를 해야지 세무문제 등 기록에 남습니다. 저는 토지보상을 현금으로 한다는 말을 그분 입에서 처음으로 들었어요. 저 말을 믿고 조서에 기록하는 수사관이 있을까 생각이 들더라고요.”

-토지보상 작업은 그 전에 됐고, 개인 간의 복잡한 채무관계이긴 한 것 같습니다. FIU 정보가 보고되는 곳이 청와대 민정 아닙니까. 그래서 4월에 보고된 건이 반년 가까이 거론 안 된 것이 석연찮다는 시각도 있는 것이고.

“이상한 거래에 대해서는 심사분석실에 올립니다. 심사분석실엔 검사가 2명이 있고, 1·2·3과에서 올리는 정보가 거기에 모입니다. 한개 과에 10명의 심사관이 있는데, 각자 과장에게 보고해 ‘이 사건은 범죄 의심이 있으니 수사기관으로 넘기자’, ‘이 건은 탈세 의심이 있으니 국세청으로 넘기자’는 식으로 배분을 합니다. 심사분석실장은 부장검사가 맡는데 거기서 사법적 판단을 하는 거죠. 경찰로 갈 것인가, 검찰로 갈 것인가. 그게 아마 민정까지 보고는 안 될 겁니다. 지금 용산서에서 수사가 늦었다는 비난이 나오는데 경찰청으로 사건이 가면 큰 사건이면 본청에서 서울청, 다시 금융범죄수사대나 본청 직할 수사대로 가는데 용산서로 갔어요. 그게 무슨 의미일까요. 당시 ‘수사하기엔 가치가 없다’고 판단한 것인데, 지금 관점에서는 그 판단이 잘못된 것이었죠. 결국 뭔가 흑막이 있어 경찰이 수사를 묵혀둔 것처럼 이야기가 나오지 않습니까.”

-공교롭게도 대선 시기에 맞물려 사건이 터졌습니다. 정치권에서는 대부분 내년 3월 대선이나 그 너머까지 계속 갈 걸로 보고 있는데요.

“그렇죠. 아무래도 선거철이다 보면. 한국이 단임 대통령제이다 보니 아무래도 4년차에는 이런 사건이 벌어지면 소위 말하는 그림이 안 잡혀요. 제가 인수위를 한두 번, 정권 초기에 한두 번 청와대에 들어갔습니다. 1년차 담배를 피우는 곳에 보면 소위 ‘늘공’과 ‘어공’들이 거기에 모입니다. 거기서 만난 어공들의 특징이 있어요. 자기의 공과를 엄청 자랑합니다. 대통령을 만드는 데 들어간 공력을 100%라고 친다면, 이 사람들이 자랑하는 걸 합치면 500%는 됩니다. 대통령 당선을 위해 들인 자신의 공을 부풀리는 거죠. 박근혜 정부 때 어떤 비서관은 자기 아들이 일베(극우 성향 인터넷 커뮤니티 일간베스트 저장소)활동을 하는데, 댓글을 많이 달아 당선에 큰 공을 세웠다고 하더군요. 사실 웃기지 않습니까. 일베에 올린 글이 무슨 선거에 영향을 준다고. 어쨌든 어공들이 처음에는 굉장히 조심하는데, 6개월 지나면 ‘여기는 뭐든 할 수 있는 곳’이라는 생각이 들어서인지 사람이 바뀌어요. 2월에 취임하고 9월에 첫 국감이 있는데 보통 국감을 하려면 여러 부처에 자료를 요구하죠. 그런데 통상 청와대에서 자료를 요구하면 각 부처에서 무제한으로 자료를 줍니다. 그러니까 내 말 한마디에 모든 게 이뤄지거든요. 그러다 보면 자기도 모르게 권력에 취하게 됩니다. 그러다가 소위 말하는 권력의 떡국을 먹고 싶어하는 공무원들이나 사업자들이 찾아오고, 그분들 호칭이 참 기괴합니다. 대감님이라고 하기도 하고.”

-대감님이요?

“처음에는 조심하죠. 이 사람이 나한테 왜 왔나, 이런저런 생각을 하다가 나중에는 그 권력에 취해버립니다. 청와대에만 있으면 뭐든지 할 수 있을 것 같은. 그래서 보통 청와대에서 사고가 나면 1년차 말부터 나타나기 시작합니다. 그 정도 되면 자기도 모르게 막 붕 떠버리니….”

-흔히 정치권에서는 정치는 교도소 담장 위를 걷는 것과 같다는 말을 하지 않습니까. 그러니까 돈과 얽힌 현재의 정치구조에 여야를 막론하고 떳떳할 수 있는 사람이 없다는 데서 대장동 사건의 정치권 연루 의혹이 나오는 것 같습니다.

“그렇죠. 검찰이 아까 말씀드린 대로 지금의 원천 자금이 들어오고 나간 것을 빨리 파악해야 해요. 그것을 파악 못 하면 불행한 일이지만 경험으로 볼 때 거의 100% 특검으로 갈 수밖에 없을 것 같습니다.”

-근황 이야기를 해보죠. 이른바 정윤회 문건 재판으로 1심 선고될 때 법정에서 취재하면서 그 광경을 봤습니다. 청와대 문건 유출 혐의를 못 잡으니 금괴를 받았느니 별건을 붙여 선고하는 걸 보고 ‘억울하겠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최순실과 박 전 대통령은 심판을 받았지만, 관련 재판이 최근까지 지속된 걸로 압니다. 어떻게 보면 사건의 피해자인데요.

“솔직히 저는 어디 이야기할 데도 없으니까요. 누가 그러더라고요. 2017년 국정농단 촛불시위가 한창일 때 광화문에 나가 마이크 한번 잡아보라고요. 어디에 끼는 게 싫어 싫다고 했습니다. 제 사건은 골치 아프니까 5년을 묵혀뒀다가 박근혜 전 대통령 확정판결 나던 날(올해 1월 14일) 15분 전에 상고기각으로 결론을 냅니다. 생각해보면 골치 아프긴 했을 거예요. 저런 식이라도 제 입을 묶어두지 않으면 저 사람이 또 무슨 말을 할지 모르겠다고 생각했을 테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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