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의 광폭행보, 당과 국정 주도권 확보 목적···여권 내 갈등 내연

곽희양 기자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선 후보가 1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박병석 국회의장을 예방해 대화하고 있다. 국회사진기자단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선 후보가 1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박병석 국회의장을 예방해 대화하고 있다. 국회사진기자단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가 전국민 대상 6차 재난지원금 추진, ‘당내 대사면’, 언론중재법 통과 요구 등 당 운영, 입법, 국정에 대한 전방위적인 발언을 쏟아내고 있다. 악재인 대장동 의혹을 탈출하고 대선 국면에서 자신이 제기한 화두로 대선 판도를 이끌어가겠다는 목적으로 보인다. 더불어민주당을 ‘이재명당’으로 탈태하고, 입법과 국정에서도 주도권을 확보해 문재인 정부와 차별화하는 ‘이재명 정부’의 청사진을 보여주려 한다는 시각까지 있다. 사전 조율되지 않은 이 후보의 공격적인 행보가 당 지도부나 정부와의 갈등을 유발할 것이란 우려도 나온다.

이 후보는 1일 전국민 6차 재난지원금 지급 필요성을 재차 언급했다. 그는 국회에서 기자들과 만나 “정치인들끼리의 논쟁, 또 관료와 정치인 간의 논쟁은 반드시 학술적 이론과 근거에 따라 하는 것은 아니다. 판단, 결단의 문제”라며 “민생현장이 너무 어렵고, 초과 세수도 있어 합리적 결론에 이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 후보는 “충분히 대화하고 또 국민 여론이 형성되면 그에 따르는 게 국민주권 국가의 관료와 정치인이 할 일”이라면서 전국민 재난지원금 추가 지급에 부정적인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을 겨냥했다.

이 후보는 이날 ‘당내 조율이 없어 불협화음이 일 것이라는 우려가 있다’는 질문에는 “그걸 불협화음이라고 할 수 없다”며 “당은 다양한 사람들이 모인 집합체다. 논쟁하고 결정하면 함께 그에 따르는 것이 자연스러운 과정”이라고 했다.

이 후보 측 수석대변인 박찬대 의원은 이날 MBC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에서 “재난지원금 전체가 지급돼야 한다고 하는 일관된 의견을 대선 후보로서 표출한 것이라고 생각된다”고 말했다. 박 의원은 ‘재난지원금 관련 홍 부총리의 벽을 돌파할 수 있느냐’는 사회자의 질문에 대해 “돌파하려면 도전해야 한다”고 말했다.

앞서 이 후보는 지난달 29일 “GDP(국내총생산) 대비 국민지원금 규모가 다른 나라에 비해 턱없이 적다. 추가 지원이 필요하다”며 전국민 6차 재난지원금 추진을 언급했다. 전날에도 “1인당 100만원은 해야 한다고 생각하는데 현재 48∼50만원 가까이 지급됐다”면서 “코로나 국면에서 추가로 최하 30∼50만원은 (지급)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 후보는 이날 언론중재법 ‘입법’에도 관여했다. 그는 국회에서 박병석 국회의장을 예방한 자리에서 “국민주권주의라는 측면에서 ‘가짜뉴스’들은 엄정하게 책임을 물어야 한다”고 말했다. 이 후보는 “국민들께서 국회의원의 면책특권도 일부 제한해야 하지 않느냐(하신다)”며 “(진실을)알면서도 정치적 목적으로 음해를 하는 문제에 대해선 (면책특권)을 제한하고 책임을 물어야 한다”고 말했다.

이 후보는 전날에는 “내년 선거에도 이겨야 하고, 또 국민 통합을 이야기하면서 당내 갈등과 분열을 방치하는 것은 안 된다”면서 열린민주당을 포함하는 여권 대통합 및 ‘당내 대사면’ 추진 방침을 밝혔다. 당내 대사면이란 20대 총선에서 국민의당(당시 민생당)에 합류하기 위해 민주당 당적을 버린 이들을 복당시켜야 한다는 취지이다.

이 후보가 당 운영, 입법, 정부 정책에 대해 거침없이 자신의 생각과 입장을 쏟아내는 모양새이다. 여당 대선 후보로서 공격적인 행보를 통해 대선 국면의 주도권을 쥐려는 모습으로 이해된다. 수세적 입장인 대장동 이슈에서 벗어나려는 의도도 읽힌다.

대선 후보가 ‘무소불위’가 아닌 만큼 정제되지 않은 문제 제기가 당내 갈등을 양산할 것이란 우려가 있다. 민주당 당헌·당규는 대선 후보가 당무 전반에 대해 당 대표와 협의할 수 있도록 규정돼 있다. 이 후보 측 핵심 관계자는 기자와 통화에서 “이 후보가 당 운영에 대해 처음으로 언급한 것이 당내 대사면”이라며 “후보가 당무우선권을 이용해 당의 주도권을 쥐겠다는 의사를 밝힌 것”이라고 말했다

문제는 당무 관여의 ‘선’이다. 민주당은 대선 정국에서 후보를 중심으로 당을 운영한다는 원칙을 갖고 있지만 ‘대통령 후보자가 당무 전반에 모든 권한을 우선하여 가진다’는 당헌당규를 가진 국민의힘과는 후보의 위상이 조금 다르다. 이 때문에 이 후보와 당 지도부 사이에서 파열음이 나올 수 있다는 우려가 있다.

특히 전국민 대상 6차 재난지원급 지급 추진의 경우 당은 물론 청와대·정부와도 조율되지 않은 제안이다. 당정이 조율해 국회에 제출한 내년도 예산안에도 반영돼 있지 않다. 민주당 오영훈 의원은 이날 BBS 라디오에서 “좀 더 고민이 필요한 부분이다. 당과 더 논의하는 것이 맞다”라면서 “정부는 전 국민보다는 (국민을) 특정해서 전달하는 것이 더 맞는다는 입장을 고수했으니 정부로선 상당히 곤혹스러운 부분이 있을 것”이라고 했다. 이 때문에 문재인 대통령 유럽 순방을 수행 중인 홍 부총리는 지난 30일(현지시간) 로마 현지에서 이 후보의 주장에 대한 입장을 묻는 질의를 받았다. 홍 부총리는 “로마까지 와서 그 얘기를 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고 말을 아꼈다.

이 후보가 정책 제언을 넘어 당과 국정의 주도권을 쥐고 문재인 정부와 차별화를 시작하는 신호탄을 쏜 것이란 해석도 있다. 이 후보는 전날 기자들과 만나 “4기 민주 정부보단 ‘이재명 정부’(라는 명칭이)가 낫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말했다. 같은날 연합뉴스 인터뷰에서도 “실제로 성과를 내기 위해서는 4기 민주정부보다는 특별한 기대가 모인 이재명 정부가 낫지 않을까 생각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 후보의 광폭행보가 당정과 원활하게 조율되지 않을 경우 여권 내 불필요한 권력투쟁이 있을 수 있다는 말까지 나온다.


Today`s HOT
경찰과 충돌하는 볼리비아 교사 시위대 황폐해진 칸 유니스 교내에 시위 텐트 친 컬럼비아대학 학생들 폭우 내린 중국 광둥성
러시아 미사일 공격에 연기 내뿜는 우크라 아파트 한국에 1-0으로 패한 일본
아름다운 불도그 선발대회 지구의 날 맞아 쓰레기 줍는 봉사자들
페트로 아웃 5연승한 넬리 코르다, 연못에 풍덩! 화려한 의상 입고 자전거 타는 마닐라 주민들 사해 근처 사막에 있는 탄도미사일 잔해
경향신문 회원을 위한 서비스입니다

경향신문 회원이 되시면 다양하고 풍부한 콘텐츠를 즐기실 수 있습니다.

  • 퀴즈
    풀기
  • 뉴스플리
  • 기사
    응원하기
  • 인스피아
    전문읽기
  • 회원
    혜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