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선 후보 선출 되면 ‘당 2인자’ 되는 이준석, 당무 처리 올인으로 주도권 ‘전초전?’

공직후보자 자격 시험제도 등 핵심 공약 ‘집중’

내년 재·보궐과 지방선거서 영향력 행사 의도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가 오는 5일 당 대선 후보 선출을 앞두고 당무 처리에 집중하고 있다. 당대표 선거 공약이었던 ‘공직 후보자 기초 자격 시험’과 서울 서초갑 등 4개 지역 조직위원장 임명에 속도를 내고 있는 것이다. 대선 후보가 선출되면 이 대표는 ‘2인자’가 되고 당무 결정권이 사실상 사라진다. 그 전에 자신의 핵심 공약을 처리하고, 내년 재·보궐 선거와 지방선거에도 일부 영향력을 미치겠다는 의도로 해석된다.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가운데)가 1일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회의실 배경판에는 대선 주자들의 사진이 걸려 있다. 국회사진기자단

국민의힘은 대선 후보 선출 이틀 전인 3일 상임전국위원회를 개최한다. ‘공직 후보자 기초 자격 시험’(PPAT·People Power Aptitude Test) 도입안 상정이 안건이다. 이 대표의 핵심 공약인 공직 후보자 자격 시험제도는 내년 6월1일 치러지는 지방선거부터 적용된다. 내년 3월쯤 시험을 실시하고 과목은 정당법, 지방자치법, 정치자금법, 당헌·당규, 시사현안 등이 거론된다. 시험에 따라 공천 심사에서 가산점을 부여하는 방식이다. 당초 이 대표는 시험 통과를 공천 심사 요건으로 제시하려 했지만, 당내 반발에 따라 한발 물러선 가산점 부여안이 채택됐다.

국민의힘은 공석이 된 서울 광진을과 서초갑, 충북 청주상당, 경남 김해을 조직위원장 면접도 오는 4일 실시한다. 이중 서울 서초갑과 충북 청주상당은 내년 3월9일 대선과 함께 각각 보궐선거와 재선거가 치러지는 지역이다. 특히 서초갑은 국민의힘의 강세 지역으로 전희경 전 의원(원내대표 비서실장), 정미경 최고위원, 조은희 서초구청장 등이 출마를 예고한 상황이다. 이에 따라 조직위원장 경쟁도 여느 때보다 치열할 걸로 보인다.

이 대표가 각각 3일에 공직자 자격 시험 처리, 4일에 조직위원장 면접 시험에 나선 것은 대선 후보 선출 시점을 고려한 것으로 해석된다. 대선 후보는 선출되면 당무 결정과 처리의 모든 우선권을 부여받게 된다. 이 대표로선 대선 기간 동안에는 명목상의 대표 자리만 남게 되는 셈이다. 이를 앞두고 자신의 주요 과제인 공직 후보자 자격 시험을 처리하는 것으로 해석된다. 조직위원장 면접 시험을 두고는 ‘알박기가 아니냐’는 해석도 나온다. 특히 서초을 지역은 ‘국민의힘 공천=당선’인 지역이라 내부 힘싸움이 치열하다. 출마를 예고한 주자들의 ‘뒷배’가 누구냐는 말도 무성하게 나오고 있다. 조직위원장 임명이 곧 공천은 아니지만 한 발을 먼저 내딛는 의미로는 볼 수 있다.

이 대표의 이 같은 움직임에 대해 일부 대선 후보 캠프에서는 물밑에서 불편함도 드러내고 있다. 한 대선 후보 캠프의 관계자는 기자와 통화하면서 “나중에 대선 후보가 정해야 하는 문제들을 빨리 처리하는 경향이 있다”면서도 “이 대표가 가진 청년 세대의 상징성은 후보가 됐을 때 포기할 수 없다”고 말했다. 이 대표가 국민의힘 혁신의 아이콘으로 평가받는 만큼, 향후 선출될 대선 후보는 이 대표의 존재감 표시에도 불편한 동거를 감수할 것으로 보인다.

이준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