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준석 ‘안철수 고립 작전’ 돌입···주자·일부 지도부는 ‘안철수 모시기’

박순봉 기자

합당 논의 주장 땐 ‘해당행위자’ 엄포

이 대표 단속 의지에 당내 갈등 우려

안 후보와 정치적 앙금 영향도 가능성

일각선 단일화 땐 중도층 공략 ‘호재‘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가 안철수 국민의힘 대선 후보에 대한 ‘고립 작전’에 돌입했다. 안 후보와의 단일화 혹은 국민의당과의 합당 논의를 주장하는 이들을 ‘거간꾼’에 비유하며 “해당행위자로 일벌백계하겠다”고 엄포를 놓았다. 국민의힘 내 동조 세력이 없다면 안 후보 혼자서는 내년 3월9일 대선까지 유의미한 변수는 못 된다는 것이 이 대표의 판단이다. 이 대표와 안 후보 사이 정치적 앙금도 고립작전에 영향을 미쳤을 것으로 보인다. 이 대표의 강력한 단속 의지는 당내 갈등으로 이어질 수 있다. 당 대선 주자들은 물론 일부 당 지도부 인사도 대선 필승 공식에 ‘안철수와의 단일화’는 반드시 필요한 상수라고 보기 때문이다.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가 3일 국회에서 열린 국민의힘 ‘이재명 비리 국민검증특별위원회’ 임명장 수여식 및 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국회사진기자단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가 3일 국회에서 열린 국민의힘 ‘이재명 비리 국민검증특별위원회’ 임명장 수여식 및 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국회사진기자단

이 대표는 3일 공개된 조선비즈와의 인터뷰에서 “당 지도부나 후보와 미리 상의하지 않고, (안철수 대표 측과 단일화) 거간꾼 노릇을 하는 사람은 해당 행위자로 징계하겠다”고 밝혔다. 이 대표는 지난 4·7 서울시장 보궐선거 과정에서 오세훈 서울시장의 경쟁 후보였던 나경원 전 의원을 지지하던 이들 중 상당수가 당시 국민의당 후보였던 안 후보를 지지했던 일을 언급하면서 “해당행위”라고 표현했다. 그는 이어 “대선 때 그렇게 부화뇌동하고 거간꾼 행세하는 사람이 있다면 그 사람이야말로 역대급 해당 행위를 하는 것”이라며 “분명히 (그런 사람은) 나올 거라고 본다. 처음 나오는 순간 일벌백계로 처리하겠다”고 강조했다.

이 대표는 이날 국회에서 기자들과 만나서도 “당 밖에 대한 교섭이나 의견 제시는 철저하게 (대선) 후보와의 상의를 통해 진행해야 한다”며 “원리원칙이지만 서울시장 선거 때는 이게 지켜지지 않아 필요 이상의 혼란을 겪었다. 제가 (당)윤리위에도 별도 지침을 내리겠다”고 말했다. 안 후보와의 단일화 논의 자체를 사전 차단하겠다는 것이다.

이 대표는 안 후보와의 단일화는 대선 승리의 필요조건은 아니라고 강조했다. 통합을 계속 주장하는 이들을 ‘통합무새’(통합 앵무새)라고 표현하며 “언제까지 정치 공학으로 선거를 치를 수 없다”고 했다. 이 대표는 “안 대표는 독자 출마를 선언했고 따로 새로운 제안을 할 생각은 없다”며 “단일화가 전략 중 하나이지, 선결 또는 필수불가결 조건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안 후보 없이도 대선 승리가 가능하다는 것이 이 대표의 판단이다. 또 안 후보가 먼저 단일화를 제안하지 않는 이상은 따로 협상에 나갈 생각은 없다고 했다. 안 후보도 ‘단일화는 없다’는 입장을 여러 차례 밝힌 상태다. 이 대표의 고립 작전은 안 후보가 완주 의사가 없다고 보고, 큰 정치적 지분을 주지 않고 대선 막바지에 ‘흡수’하려는 고도의 전략이라는 시각도 있다.

두 사람 사이 감정적 앙금도 영향을 준 것으로 보인다. 이 대표는 스스로를 ‘안잘알’(안철수를 잘 아는 사람)이라고 표현한 바 있다. 바른미래당 시절, 4·7 서울시장 보궐선거 과정 등에서 이 대표는 안 후보에 대해 부정적 평가를 여러 차례 내놓은 바 있다.

국민의힘 내부에선 안 후보와의 단일화가 반드시 필요하다고 보는 시각도 만만치 않다. 당내 대선 주자인 윤석열 전 검찰총장, 홍준표 의원, 유승민 전 의원, 원희룡 전 제주지사 모두 안 후보에게 ‘러브콜’을 보내는 상황이다. 윤 전 총장은 이날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제가 후보가 되면 반드시 정권교체를 이뤄내기 위해 우리 국민의힘을 뛰어넘어 보다 큰 틀에서 정권교체의 견고한 대열을 짜겠다”고 적었다. 윤 전 총장은 이날 국회에서 기자들과 만나서도 안 후보와의 단일화에 대해 “정권교체라는 대의명분을 함께하기 때문에 야권 통합이라는 그 큰 틀을 함께 그려나갈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유 전 의원도 이날 MBC 라디오에 출연해 자신이 후보가 되면 안 후보에게 ‘정권교체 같이 하자’ ‘원하는 게 뭐냐’고 물은 뒤 “어지간하면, 공정한 조건이면 다 들어주고 단일화를 추진하려고 한다”고 말했다.

당 지도부 중 일부는 안 후보와의 단일화를 거쳐야 경선 기간 중 이탈한 중도층을 다시 찾아올 수 있다고 본다. 당 핵심 관계자는 기자와 통화하면서 “내년 대선도 51대 49 싸움으로 본다”며 “윤 전 총장이든 홍 의원이든 누가 후보가 되든 안 후보와 단일화를 하지 않으면 승리를 장담할 수 없다”고 말했다. 국민의힘 대선 후보가 선출된 후 안 후보와의 단일화가 당내 갈등의 도화선이 될 수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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