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상처받은 분들께 사과”

심진용·광주 | 조문희 기자

‘전두환 옹호’ 논란 후 광주 첫 방문…5·18 추모탑 30m 앞에서 시민들에 막혀

헌화·분향 못하고 묵념만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가 10일 오후 광주 북구 운정동 국립5·18민주묘지에서 추모탑을 향해 묵념하고 있다. 윤 후보는 추모탑에 헌화·분향하려 했으나 반대하는 시민들에게 가로막혀 추모탑 입구 참배광장에서 묵념으로 대신했다. 광주 | 김기남 기자 kknphoto@kyunghyang.com

헌화·분향 못하고 묵념만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가 10일 오후 광주 북구 운정동 국립5·18민주묘지에서 추모탑을 향해 묵념하고 있다. 윤 후보는 추모탑에 헌화·분향하려 했으나 반대하는 시민들에게 가로막혀 추모탑 입구 참배광장에서 묵념으로 대신했다. 광주 | 김기남 기자 kknphoto@kyunghyang.com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61)가 10일 광주 국립5·18민주묘지에서 “제 발언으로 상처받으신 모든 분께 머리 숙여 사과드린다”며 ‘전두환 옹호’ 발언을 사과했다. 하지만 윤 후보 방문에 항의하는 일부 시민들이 묘지 길목을 막아서면서 윤 후보는 추모탑까지 가지 못했다. 윤 후보는 지난 5일 대선 후보 선출 후 첫 지역 방문 일정으로 광주를 선택해 호남 민심 붙들기에 나섰지만 냉랭한 현장 민심만 확인했다. 윤 후보는 지난달 “전두환 전 대통령이 잘못한 부분이 있지만 군사 쿠데타와 5·18만 빼면 정치는 잘했다고 말하는 분들이 많다”고 말해 논란을 불렀다.

윤 후보는 이날 오후 4시15분쯤 5·18민주묘지 입구에 들어섰다. 묘지 정문인 민주의문 앞에 대기하고 있었던 한국대학생진보연합 소속 회원 등은 “광주학살 부정하는 윤석열은 오지 말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반면 윤 후보 지지자들은 맞은편에서 “광주학살은 전두환이 했지 윤석열이 했나”라고 맞섰다. 반대자와 지지자들이 얽히고, 비까지 내리면서 아수라장이 된 통에 윤 후보는 정문을 지나는 것조차 쉽지 않았다. 경찰 보호를 받으며 겨우 인파를 뚫고 묘지 안으로 들어섰다.

윤 후보가 추모탑에 가까워지자 양 진영의 갈등은 더욱 격화했다.

윤 후보 도착 전 추모탑 앞에 모여 있던 시민들은 “학살자 비호 광주를 더럽히지 말라” “학살자 찬양 가짜 사과 전두환과 다를 게 없다”라고 외치며 그의 접근을 막았다. 윤 후보는 길이 열리기를 기다렸지만 앞으로 나가지 못했다.

■윤석열 “그래도 사과 드려 다행”…민주당 “사과도 강제집행”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가 10일 광주 국립5·18민주묘지를 찾아 방명록을 쓰고 있다. 광주 | 김기남 기자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가 10일 광주 국립5·18민주묘지를 찾아 방명록을 쓰고 있다. 광주 | 김기남 기자

5·18 묘지 앞 반대·지지자 ‘아수라장’…20분 만에 참배 포기
30초 묵념 뒤 선 채 사과문 낭독…자작극 비판엔 “쇼 안 한다”
고 홍남순 변호사 생가도 방문…기념사업회 “후안무치” 반박

묘지 도착 20분이 지난 오후 4시35분쯤 윤 후보는 추모탑 참배를 포기했다. 추모탑을 30m가량 앞둔 지점에서 그는 약 30초간 묵념한 뒤 준비해온 사과문을 꺼냈다. 윤 후보는 선 채 사과문을 큰 소리로 낭독하며 “제 발언으로 상처받으신 모든 분들께 머리 숙여 사과드린다”며 고개 숙였다. 윤 후보는 “광주의 아픈 역사가 자랑스러운 역사가 됐고, 광주의 피가 민주주의를 꽃피웠다”고 말했다. 이어 “제가 대통령이 되면 슬프고 쓰라린 역사를 넘어 꿈과 희망이 넘치는 광주와 호남을 만들겠다”고 했다. 윤 후보는 또 “여러분께서 염원하시는 국민통합을 반드시 이뤄내고, 여러분께서 쟁취하신 민주주의를 계승 발전시키겠다”고 말했다. 방명록에는 “민주와 인권의 5월정신 반듯이 세우겠습니다”라고 적었다.

윤 후보는 추모탑 접근을 막아서며 항의한 이들을 보고 어떤 생각을 했느냐는 질문에 “그분들 마음을 십분 이해한다”며 “5월 영령들에게 분향하고 참배도 했으면 더 좋았을 텐데, 그래도 사과드리고 참배한 게 참 다행이라 생각한다”고 답했다. 이용섭 광주시장이 MBC 라디오에서 ‘윤 후보가 5·18민주화운동을 헌법 전문에 포함하는 노력을 해야 한다’고 한 데 대해 윤 후보는 “헌법이 개정될 때 전문에 올라가야 한다”고 했다. 광주 방문이 ‘자작극’ 아니냐는 비판에는 “저는 쇼 안 한다”고 짧게 답했다.

윤 후보는 5·18민주묘역 참배에 앞서 전남 화순군 고 홍남순 변호사 생가를 방문했다. 2006년 별세한 홍 변호사는 대표적인 인권운동가로 5·18민주화운동 때 시민 학살에 항의했다가 내란수괴 혐의로 무기징역을 선고받았다. 종친회 측은 “역대 대통령 후보 중 처음 오신 것”이라고 인사했다. 하지만 ‘홍남순 변호사 기념사업회’는 성명을 내고 “(전두환 옹호) 발언에 석고대죄도 없이 광주를 방문하는 행위는 후안무치 처사”라고 비판했다.

고용진 더불어민주당 수석대변인은 “윤 후보가 압수수색 영장 집행하듯 사과도 강제집행했다”고 말했다. 고 수석대변인은 “윤 후보에게 필요한 것은 정치공학적 잔꾀가 아니라 진정성 있는 조치”라며 5·18 진상규명, 광주민주화운동 폄훼 인사 배제 등을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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