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의 재난지원금 ‘역대급’ 강공…이재명표 성과 내려다 민심 역풍 우려도

박광연 기자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가 지난 15일 국회에서 열린 중앙선거대책위원회의에서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오른쪽은 윤호중 원내대표. 국회사진기자단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가 지난 15일 국회에서 열린 중앙선거대책위원회의에서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오른쪽은 윤호중 원내대표. 국회사진기자단

더불어민주당과 이재명 대선 후보가 전국민 6차 재난지원금 지급에 반대하는 기획재정부를 향해 최근 “국정조사” “해체”라는 단어를 써가며 압박전을 펼치는 것은 대선 전 성과를 내야한다는 절박감을 드러낸 것으로 분석된다. 가뜩이나 청와대 조율과 당내 견제가 작동하지 않는 상황에서 기재부와 야당을 상대로 한 여당의 압박 기조는 전례없이 거세졌다. 당 안팎에서는 정부와 파열음까지 내며 전국민 재난지원금을 무리하게 추진하다가 60~70%대에 달하는 반대 여론의 역풍을 맞을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민주당과 정부의 전국민 6차 재난지원금 예산 편성 논의는 앞서 1~5차 재난지원금 때와 유사하면서도 다른 양상을 보이고 있다. 민주당이 전국민 지급을 주장하며 기재부를 압박한다는 점에서는 유사하지만 압박 수위는 강해졌다. 재난지원금 재원으로 활용할 초과세수 과소 추계 문제를 두고 “국정조사라도 해야 될 사안”(윤호중 원내대표), 재난지원금과 패키지로 논의되는 지역화폐 예산 편성액과 관련해 “‘기재부 해체하라’는 얘기까지 나온다”(이 후보)는 발언이 나왔다. “책무유기” “기재부 엘리트 모피아” “만행” 같은 원색적 표현도 등장했다.

이처럼 전례없는 수위의 재난지원금 강공 드라이브는 민주당과 이 후보가 처한 현실을 반영한다.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와 지지율 격차가 오차범위 밖에서 뒤진 상황에서, 내년도 예산안에 전국민 재난지원금을 담아 ‘이재명표 성과’를 내야 한다는 절박감이 담겨있다는 것이다. 예산안이 대선 D-100일(11월29일)쯤 처리될 가능성이 높다는 점에서 상징성도 있다. ‘행정가 이재명’의 추진력을 증명하고 문재인 정부와 차별화에 시동을 건다는 포석도 깔려있다.

민주당의 강공 드라이브에는 ‘청와대 조율’과 ‘당내 견제’라는 두 가지 제동장치가 사라진 점도 작용하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기존 재난지원금 논의시 당정 갈등에 종지부를 찍어왔던 문재인 대통령의 조율은 대선 국면에서 선거 중립 문제 때문에 작동하기 어렵다. 전국민 보편지급에 반대하는 당내 선별지급론은 여전히 상당수이나 이 후보를 뒷받침한다는 ‘원팀’ 기조에 눌려 수면 위로 올라오지 못하고 있다. 기재부가 초과세수 과소 추계 논란에 휘말리며 빌미를 준 측면도 있다.

야당이 전국민 재난지원금 지급에 반대하고 있지만 169석의 거대 여당을 저지하기에는 역부족인 상황이다. 더군다나 이 후보는 지난 7월 5차 재난지원금 국면에서 “정말 민생에 필요한 것은 과감한 날치기를 해줘야 한다”고 말하는 등 야당의 반대를 강행돌파해야 한다는 뜻을 피력해왔다.

그러나 강공 흐름을 두고 당내에서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5선 중진인 이상민 의원은 17일 BBS 라디오 인터뷰에서 “당정이 서로 갈등이 깊어지고 국정조사를 운운하는걸 보면 국민들은 불안해할 것”이라며 “임기말 정부이니까 여당이 겁박하고 끌고 가겠다는 자세는 바람직하지 않다”고 말했다.

민주당이 기재부와 야당의 반대를 돌파하더라도 결국 여론조사상 60~70%대에 달하는 전국민 재난지원금 반대 여론이 관건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당 일각에는 이러한 반대 여론을 두고 “전국민 재난지원금에 반대하는 윤 후보 선출 ‘컨벤션 효과’의 연장선상”이라며 큰 의미를 부여하지 않는 목소리도 있다. 그러나 이재명표 성과를 일방적으로 밀어붙이다가 민심의 역풍을 맞을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엄경영 시대정신연구소장은 이날 기자와 통화에서 “대장동 사건 국면전환용으로 정부·청와대와 조율 없이 전국민 재난지원금을 무리하게 추진하고 있다”며 “올해 거둘 세금을 내년에 거둬 재원을 마련한다는 무리수와 대선을 두달 앞두고 지급한다는 정략적 계산까지 맞물려 민심 이반을 촉발할 수 있다”고 말했다.

반대 여론을 감안해 논의 막판에 전국민 재난지원금과 관련한 세부 조정이 이뤄질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당 지도부의 한 의원은 통화에서 “여론이 상당히 중요해지는 상황이 올 것”이라며 “재난지원금 지급 대상과 금액 등을 두고 11월말쯤 (기재부 및 야당과) 타협점을 만드는 정무적 결정을 해야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 초선 의원은 통화에서 “모두에게 골고루 주자는 의견과 효율적으로 (선별해)주자는 측면을 잘 조율해야 한다”며 “소상공인 손실보상 지원에 예산 배분을 늘리면서 전국민 재난지원금 반대 여론을 무마해갈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가 지난 15일 서울 세종대로 정부서울청사 앞에 차려진 지역화폐·골목상권살리기 운동본부 농성 현장을 방문해 소상공인 자영업자들의 발언을 경청하며 생각에 잠겨 있다. 국회사진기자단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가 지난 15일 서울 세종대로 정부서울청사 앞에 차려진 지역화폐·골목상권살리기 운동본부 농성 현장을 방문해 소상공인 자영업자들의 발언을 경청하며 생각에 잠겨 있다. 국회사진기자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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