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재난지원금' 물러선 이유는?…정국 주도권 쥐며 이미지 쇄신까지

박광연 기자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가 18일 오후 서울 여의도 당사에서 열린  ‘민주당 정당쇄신, 정치개혁 의원모임’ 간담회에서 머리발언을 하고 있다. 국회사진기자단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가 18일 오후 서울 여의도 당사에서 열린 ‘민주당 정당쇄신, 정치개혁 의원모임’ 간담회에서 머리발언을 하고 있다. 국회사진기자단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가 18일 핵심 정책으로 강하게 추진한 ‘전국민 6차 재난지원금’ 지급을 전격적으로 철회한 데에는 현실적 어려움이 가장 크게 작용했다. 재정당국과 야당의 반대가 거센 상황에서 재난지원금을 내년도 예산안에 담아 단독 처리하기에는 정치적 부담이 컸다. 60~70%대에 달하는 반대 여론도 무시할 수 없는 상황이다. 그 대신 소상공인·자영업자에 대한 강력한 지원을 주장하며 민생 의제로 정국의 주도권을 가져오고, 당·정 극한 갈등을 자초한 ‘독단적 행정가’ 이미지도 희석시키려는 포석이 깔려있다.

이 후보는 이날 “야당이 반대하고 정부도 예산 구조상 어려움을 들어 난색을 표하고 있다”며 전국민 재난지원금 추진을 고집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최근까지 민주당과 함께 “해체” “국정조사”를 거론하며 기획재정부를 압박하고 야당의 반대를 뛰어넘겠다고 공언했지만 현실적으로 쉽지 않다고 판단한 것이다. 정부 동의 없이 예산안을 증액할 수 없는 법적 한계와, 일반 법안과 무게감이 다른 내년도 예산안을 야당 반대를 무릅쓰고 단독처리하는 데 따르는 정치적 후폭풍을 감안한 결정으로 보인다. 여론조사상 60%에서 70%대에 달하는 전국민 재난지원금 지급 반대 여론도 영향을 미쳤다.

민주당이 전국민 재난지원금 재원 마련 방안으로 추진한 ‘초과세수 납부유예’를 구현하기 어렵다는 내부적 판단도 작용했다. 박완주 민주당 정책위의장은 이날 이 후보 발표 직후 가진 기자간담회에서 “(전국민) 일상회복 지원금을 (편성)하려면 8조~10조원이 필요한데, 납부유예한 재원으로 하기에는 부족하다고 판단했다”며 “이러한 상황을 후보께 보고드렸다”고 말했다. 기재부가 국세징수법 규정을 들어 초과세수 납부유예를 통한 재원 마련은 힘들다고 주장한 내용을 민주당이 사실상 수용한 것이다.

이처럼 기재부와 야당이 전국민 재난지원금 지급 자체를 반대하고 재원 마련도 여의치 않자 이 후보는 ‘소상공인 지원 강화’에서 활로를 찾는 모습이다. 이 후보는 “정쟁으로 허비할 시간이 없다”며 “지역화폐(지역사랑상품권)는 올해 총액(21조원)보다 더 발행해야 하고, 소상공인 손실보상 하한액(현재 10만원)도 대폭 상향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 후보는 “신속하고 과감한 지원”에 방점을 찍었다.

이에 대해 당내에서는 이 후보의 실용주의적 기조가 반영됐다는 평가가 나온다. 지도부 한 의원은 이날 기자와 통화에서 “열발자국을 못가면 세발자국이나 네발자국만 가도 이득이라고 보는 것”이라며 “지방자치단체장 출신 특유의 실용성으로 봐야 한다”고 말했다. 이 후보 최측근인 정성호 의원은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철학과 원칙은 분명하지만 정책을 집행함에 있어 현실 여건에 맞게 유연하게 한다”고 밝혔다.

최근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에게 지지율이 뒤지는 이 후보가 민생 의제로 정국을 주도하며 반등을 꾀하려는 의도가 담겼다는 해석도 나온다. 윤 후보가 전국민 재난지원금 지급에 맞서 소상공인·자영업자 50조원 손실보상 방안을 제시한 상황에서, 이 후보가 유사한 기조의 손실보상 지원 강화를 앞세우며 윤 후보를 압박하는 형국을 만들었다는 것이다. 이 후보는 “윤 후보도 50조원 내년도 지원을 말한바 있으니 국민의힘도 반대하지 않을거라 믿는다”고 말했다.

이 후보가 전국민 재난지원금 철회 결정을 계기로 자신에 대한 부정적 이미지를 희석시키려 한다는 시각도 있다. 당 안팎에서는 성과 중심적으로 접근하는 이 후보 태도가 전국민 재난지원금 추진 과정에서 고집적이고 독선적으로 비춰진다는 비판이 제기돼왔다. 기재부와의 극한 갈등은 불안한 국정 운영 모습으로 인식되기도 했다.

이 후보 측 핵심관계자는 통화에서 “최근 이 후보가 독선적인 모습에 대해 우려하는 조언을 많이 들었다. 열심히 하는건 좋지만 죽자살자 하는 이미지가 안좋게 보인다는 취지”라며 “(전국민 재난지원금 철회는) 앞으로 유연해지겠다는 후보의 태도 변화”라고 설명했다. 민주당 한 중진 의원은 통화에서 “자신의 생각을 국민들에게 충분히 전달하면서도 무리한 방식으로 추진하지 않는다는 실용적 이미지를 얻었다”며 “이 후보에게 무조건 플러스”라고 평가했다.

다만 이 후보가 실현 가능성을 꼼꼼이 따져보지 않고 무리하게 전국민 재난지원금을 추진했다는 비판도 제기된다. 논란 끝에 핵심 정책을 철회한 것을 두고 대선 과정에서 일부 타격이 불가피하다는 평가도 나온다.

내년도 예산안 처리시한(다음달 2일)까지 약 2주를 남겨둔 예산정국은 소상공인·자영업자 예산을 증액하는 데 초점이 맞춰질 것으로 전망된다. 이 후보는 최근 코로나19 이후 자영업자들의 손실 발생 문제를 구체적으로 보고받는 등 소상공인·자영업자 지원 확대에 드라이브를 걸겠다는 방침이다.


Today`s HOT
아르메니아 대학살 109주년 중국 선저우 18호 우주비행사 가자지구 억류 인질 석방하라 지진에 기울어진 대만 호텔
사해 근처 사막에 있는 탄도미사일 잔해 개전 200일, 침묵시위
지구의 날 맞아 쓰레기 줍는 봉사자들 경찰과 충돌하는 볼리비아 교사 시위대
한국에 1-0으로 패한 일본 폭우 내린 중국 광둥성 교내에 시위 텐트 친 컬럼비아대학 학생들 황폐해진 칸 유니스
경향신문 회원을 위한 서비스입니다

경향신문 회원이 되시면 다양하고 풍부한 콘텐츠를 즐기실 수 있습니다.

  • 퀴즈
    풀기
  • 뉴스플리
  • 기사
    응원하기
  • 인스피아
    전문읽기
  • 회원
    혜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