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살자’ 전두환 사망

유정인·강현석 기자

연희동 집서 쓰러져…향년 90세

5·18 유혈 진압 사죄 없이 떠나

정부 “국가장 치르지 않기로”

1979년 당시 전두환 계엄사 합동수사본부장이 박정희 전 대통령 사망 관련 수사 결과를 발표하고 있다.  연합뉴스

1979년 당시 전두환 계엄사 합동수사본부장이 박정희 전 대통령 사망 관련 수사 결과를 발표하고 있다. 연합뉴스

전직 대통령 전두환씨가 23일 사망했다. 향년 90세. 전씨는 12·12 군사 쿠데타로 집권한 뒤 5·18민주화운동 당시 민간인 학살을 주도한 민주주의 암흑기의 독재자다. 마지막까지 희생자들에 대한 참회와 사죄는 없었다. 5·18민주화운동 단체들은 “죽음으로 진실을 묻을 수 없다”며 추가 진상규명을 요구했다.

전씨는 이날 오전 8시45분쯤 서울 연희동 자택 화장실에서 쓰러져 사망했다고 민정기 전 청와대 공보비서관이 밝혔다. 민 전 비서관은 “지난 8월 만성골수종 진단을 받았다”고 말했다. 전씨의 사망은 지난달 26일 12·12 군사 쿠데타 동지인 노태우 전 대통령이 세상을 떠난 지 28일 만이다.

1931년 경남 합천에서 태어난 전씨는 1955년 육군사관학교를 졸업하고, 1961년 박정희 전 대통령의 5·16 쿠데타를 지지하면서 ‘정치 군인’으로 승승장구했다. 1979년 10월26일 박 전 대통령이 암살되자 그해 12월12일 쿠데타를 일으켜 정권을 장악했다. 1980년 5·18민주화운동은 전씨가 주도한 유혈진압으로 숱한 사상자를 남겼다. 11·12대 대통령에 오르며 견고하게 쌓아가던 ‘5공화국’ 독재체제는 결국 1987년 민주화 열기에 무너졌다.

전씨는 12·12 쿠데타와 5·18민주화운동 유혈진압과 관련해 김영삼 정부 당시인 1995년 반란수괴, 내란수괴, 내란목적 살인 등 혐의로 기소됐다. 1997년 4월 대법원에서 무기징역과 추징금 2205억을 선고한 판결이 확정됐으나, 그해 12월 사면복권됐다. 현재 956억원의 추징금이 미납 상태다.

전씨는 5·18민주화운동 무력 과잉진압을 인정하지도, 사과하지도 않았다. 회고록에선 ‘대한민국을 지키려는 정당하고 불가피한 조치’라며 스스로 면죄부를 줬다. 고 조비오 신부의 ‘헬기 사격 목격’ 증언을 거짓말이라고 부인하며 비난한 혐의로 고소돼 항소심 결심공판을 앞둔 상태였다. 민 전 비서관은 ‘민주화운동 피해자들에게 남긴 말이 없냐’는 취재진 질문에 “질문 자체가 잘못됐다”고 발끈했다.

5·18기념재단 등 5·18 관련 단체들은 기자회견을 열고 “회고록으로 5·18 영령들을 모독하고 폄훼했던 전두환이 생전에 역사적 심판을 받지 못하고 죄인으로 죽었다”며 “전두환의 범죄행위를 명명백백히 밝혀 역사정의를 바로 세워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전씨 빈소는 서울 신촌세브란스병원에 마련됐다. 발인은 오는 27일 오전 8시다. 장례는 가족장으로 치러진다. 유해는 화장될 예정이다. 정부 측은 전씨에 대해 국가장을 치르지 않기로 했고, 가족장에 대한 별도 지원도 하지 않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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