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별금지법 ‘필요하지만 나중에’라는 여당…그런다고 보수 표심이 꿈쩍이나 할까요?”

글·사진 김윤나영 기자

인권활동가 2인 국회 농성

“법안 처리 미루기에 당혹”

발의했던 박주민 의원에겐

은평구민 500여명 항의서한

이심지 서울인권영화제 상임활동가가 23일 국회 정문 앞에서 연내 차별금지법 제정을 촉구하는 팻말을 들고 1인 시위를 하고 있다.

이심지 서울인권영화제 상임활동가가 23일 국회 정문 앞에서 연내 차별금지법 제정을 촉구하는 팻말을 들고 1인 시위를 하고 있다.

국회의사당 정문 앞에는 차별금지법 제정을 촉구하는 천막 농성장이 있다. 차별금지법제정연대 회원들이 23일 현재 16일째 비닐 천막을 지키고 있다. 천막에는 ‘연내 제정, 국회는 차별금지법 제정하라’는 글씨가 큼지막하게 적혀 있다.

20대 인권활동가 두 명이 영하의 날씨 속에 천막에서 밤을 보냈다. 서울인권영화제 상임활동가인 이심지씨(28)와 고운씨(29·활동명)이다. 고운씨는 “국회가 법 제정 의지가 없는 것 같아서 뭐라도 해야겠다는 생각에 나왔다”고 말했다. 두 사람은 국회 정문 앞에서 ‘나중에를 끝내자, 차별금지법이 먼저다’라는 문구가 담긴 손팻말을 들고 1인 시위를 했다.

국회에는 장혜영 정의당, 이상민·박주민·권인숙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각각 대표발의한 차별금지법(평등법)안이 계류 중이다. 국회 법제사법위원회는 법안 심사기한을 21대 국회 종료일인 2024년 5월로 미뤘다. 이재명 민주당 대선 후보가 입법 신중론을 내비치면서 국회 논의도 흐지부지됐다.

이씨는 “대선을 앞두고 법안을 폐기하기엔 눈치가 보이니 2024년으로 미룬 것”이라고 비판했다. 서울 은평구민 500여명은 은평갑이 지역구인 박주민 의원에게 미온적인 법안 처리에 항의하는 서한을 보냈다. 바로 옆에는 보수 기독교계가 주도하는 차별금지법 반대 농성장도 있다. ‘우리 아이 동성애자 만들지 마세요’라는 손팻말이 보였다. 고운씨는 “부끄럼 없이 그런 말을 하는 자체가 슬프다”고 말했다. 두 사람을 농성장에서 만났다.

- 농성에 나선 이유는.

“국회가 법 제정을 미루는 것 자체가 제정 의지가 없다는 뜻인 것 같아서 뭐라도 하지 않으면 큰일나겠다는 생각에 나왔다.”

- 법사위가 차별금지법안 심사기한을 2024년으로 미뤘다.

“법안을 처리하기 싫다는 속이 보여서 당혹스러웠다. 문재인 대통령과 박주민 의원은 인권변호사 출신이다. 중요한 인권 현안이 현 정부에서 해결되지 않았다. 2014년 차별금지법안이 발의됐다가 철회된 이후 학생인권조례가 줄줄이 폐기되거나 후퇴했다.”

- 이재명 대선 후보는 입법 신중론을 폈다.

“ ‘필요하지만 나중에’라는 건 지금 필요 없다는 얘기다. 그런 말을 한다고 혐오세력이나 보수 개신교도가 표를 주지 않을 것이다. 혐오와 차별로 상처입은 이들을 끌어안고 가야 한다.”

-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는 차별금지법으로 일자리가 사라진다고 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중 성별 임금 격차가 가장 큰 나라가 한국이다. 많은 장애인과 청소년이 최저임금도 못 받고 있다. 법이 제정되면 이들에 대한 차별이 줄어 더 나은 일자리가 생길 것이다.”

- 대선 후보에게 하고 싶은 말은.

“혐오를 양산하고 갈등을 조장해서 표를 얻으려 하지 말았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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