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화운동 넘어 민중운동 희생자 삶도 부축

정용인 기자
지난해 11월 열린 ‘민주화운동 그 기억과 희망나누기’ 행사 참가자들이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  6월 민주항쟁 계승사업회 제공

지난해 11월 열린 ‘민주화운동 그 기억과 희망나누기’ 행사 참가자들이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 6월 민주항쟁 계승사업회 제공

“10여명 정도 신청이 들어왔습니다. 받는 분들의 사연까지 지금 내놓는 건 쉽지 않을 듯하고요.” 연성만 ‘민주화운동, 그 기억과 희망나누기’ 운영위원장의 말이다.

박석운 한국진보연대 상임대표는 “‘민주화운동 그 기억과 희망나누기(이하 희망나누기)’라는 이름으로 민주화운동에 헌신하다 먼저 가신 분들의 가족이 어려운 형편에서 자녀를 키우거나, 어려운 상황에서 투병생활하는 당사자에 대한 지원사업을 하는데, 그 대상자 신청을 받는다는 소식을 알리고 싶다”고 밝혔다.

신청은 11월 25일 마감됐다. 대상자를 선정해 지원자에게 전달하는 행사는 12월 14일에 열린다. 이번이 세 번째다. 과거 1회(지난해 1월)와 2회(지난해 11월) 때와의 차이는 과거 지원대상자였던 민주화학생운동(유신·5공화국·1990년대)을 넘어 민중운동(노동·농민·빈민)에 헌신한 이들의 유자녀나 현재 병환을 앓고 있는 본인까지 지원대상을 확대한다는 것이다.

희망나누기는 ‘민주화운동에 참여하다 옥살이를 경험한’ 익명의 최초기부자가 “민주화운동에 헌신하다 먼저 가신 분의 가족 중 많은 분이 어려운 형편에서 자녀를 키우고 있다. 나라도 힘닿는 데까지 지원하고 싶다”며 연 1억원씩 3년간 기부약정을 하면서 시작됐다. 지원대상자를 선정하고, 기금을 모으는 등 운영위원회 위원장을 맡은 연성만 새날복지회 이사장은 “일단 5년 정도까지는 예정된 상태인데 그 뒤로는 어떻게 될지는 봐야 한다”고 말한다. “처음에 최초기부자가 마중물을 만들었고, 주변에서 ‘5년 모금 약정’을 한 분들이 나왔습니다. 1년에 100만원씩 500만원을 내겠다는 약정인데 현재는 자기 스스로 운동권이었다고 하는 사람들 사이의 일이긴 합니다. 각 대학 민주동문회 회원들에게 5년간 매년 100만원 정도 약정해달라고 부탁하는 단계죠.”

‘독립운동하면 3대가 망하고, 친일하면 3대가 흥한다’는 말이 있다. 민주화운동도 그런 것일까. “당연히 안 좋은 사람들이 더 많습니다. 1차 때 과거 민청련 활동을 했던 김병곤(1990년 작고), 이범영 전 한청련 의장(1994년 작고) 유자녀가 받았는데, 이분들의 경우 그래도 서울대 출신이고 유명한 사람들이었습니다. 이혼하고 가족관계에서 소원해진 경우도 있습니다. 그래서 추천은 민주화운동 관련 단체에서 하되, 매우 중요한 조건이 지속적으로 소통하는 겁니다. 아이들이 힘들기 때문에 도와준다는 취지가 아니라 그동안 관심을 가지지 못한 것을 미안해하면서 하는 겁니다. 추천서를 쓰는 과정에서도 담당자가 부인이나 유자녀와 소통하면서 쓰게 되니까 그 사람이 어떤 사람이었고 어떤 삶을 살아왔는지 상당한 정도를 더 알게 됩니다. 그게 중요하다고 봅니다. 우리 방식으로 위로하는 거죠.” 당사자 본인의 경우 제일 어려운 사람들이 운동하다 그 후유증으로 정신질환을 앓다가 극복하지 못하고 요양원에 있거나 힘든 생활을 하는 케이스다.

그는 현재는 과거 민주화운동 참여자를 대상으로 하지만 2~3년 안에 소위 ‘스스로 운동권’이 아니라 민주시민이라고 생각하는 사람들까지도 운동의 범위를 확대하는 것이 또 다른 목표라고 덧붙였다. “아직은 과거 민주화·반독재 운동의 의미를 찾는 과정이지만, 촛불시민·민주시민도 자신이 했던 운동의 의미를 찾는 과정이 돼야 하지 않겠습니까. 그런 의미에서 지금은 과거의 ‘민주화운동의 기억과 희망찾기’지만 현재와 미래의 연결고리를 찾는 과정이라고 생각합니다.”

관련문의 희망나누기 운영위원회(02-363-0610, memhope77@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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