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실과 거리 먼 코로나 보상…“현장 목소리부터 들어달라”

조문희 기자

자영업

코로나19 영향으로 소상공인들의 폐업이 늘고, 영입이익도 반토막이 나고 있다. 정부의 영업제한 조치에 반발한 자영업자들이 6일 오후 9시를 넘긴 시각에 서울 영등포 한 카페 앞에서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자영업자비대위는 이날부터 방역패스와 영업제한에 항의하는 야간 점등시위를 시작했다. 김창길 기자

코로나19 영향으로 소상공인들의 폐업이 늘고, 영입이익도 반토막이 나고 있다. 정부의 영업제한 조치에 반발한 자영업자들이 6일 오후 9시를 넘긴 시각에 서울 영등포 한 카페 앞에서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자영업자비대위는 이날부터 방역패스와 영업제한에 항의하는 야간 점등시위를 시작했다. 김창길 기자

살아남으려 발버둥 쳤지만
남은 건 공황장애와 우울증

“사회 시스템 전체가 뒤집혀야 한다는 생각이 들어요.”

15년차 자영업자 강현모씨(46·가명)는 한숨을 쉬었다. 12년간 형과 함께 아버지의 인쇄업체를 운영한 그는 2019년 서울 가산동에 프랜차이즈 카페를 차렸다. 스무평 남짓한 작은 카페지만 창업 초기엔 희망이 컸다. 월매출 2500만원, 임대료·인건비·재료비를 빼도 어지간한 직장인만큼은 벌었다. 가족 업체 지분을 팔아서 창업 자본을 마련한 덕에 은행 대출 부담도 적었다. 지금은 매달 500만원에서 1000만원 정도 손해를 본다.

강씨는 “살아남기 위해” 갖은 발버둥을 쳤다. 코로나19가 확산한 지난해 9월 프랜차이즈 가맹을 그만두고 개인 카페로 전환했다. 자재비는 똑같이 드는데, 본사 정책에 따라 가격을 묶어두는 것이 무리라고 판단했다. 박리다매는 손님이 다수 있을 때나 실현 가능한 전략이었다. 직원은 넷에서 둘로 줄였다. 집을 담보로 대출도 받았다. “저는 그나마 나은 편이죠. 집이 있었고, 값이 올라서. 대출 시기도 코로나 확산 초기였고요.” “다행”이라고 말하지만 강씨는 공황장애를 앓고 우울증 약을 복용한다.

코로나로 매출 급감…보상 없고 정책은 ‘널뛰기’

강씨는 2016년 11월 서울 광화문에서 열린 촛불집회에 참여했다. 2012년 대선 때 박근혜씨에게 투표했지만 국정농단 사실에 실망감이 커졌다. “내가 믿었던 이 나라 수장이 본인 의지나 철학 없이 참모진도 아닌 최순실의 말에 흔들렸다는 것에 화가 났어요.” 총 세 차례 참여한 집회에서 “정권교체” 구호를 외쳤다. 2017년 대선 때는 문재인 후보를 뽑았다. 최근 강씨는 다시 집회에 나가고 있다. “촛불집회 때와 달리 지금은 좀 사적인 이유예요. 촛불이나 집회, 이런 단어를 쓰기 초라하지만 당장 제 발등에 불이 떨어져서….” 기자와 인터뷰한 지난달 22일 저녁에도 그는 코로나19 대응 전국자영업자비상대책위원회가 개최한 광화문 집회에 다녀온 참이었다. 집회 참여 사유는 자영업자 대상 영업시간 제한을 풀고 제대로 된 손실보상을 해달라는 것이었다.

허지우씨(20)는 촛불집회에 참여했던 일을 후회한다. 집회에 나갔던 중학교 2학년 때만 해도 그의 불만은 국정농단과 국정교과서 도입 시도를 향했다. 최근엔 문재인 대통령 집권 후 경제 상황과 자영업자에 대한 정부 정책에 분노를 느낀다. 2019년 고등학교 2학년 때 학교를 자퇴한 그는 경기 부천시 한 통신판매업체에서 일했다. 지난해엔 휴대전화 액세서리를 다루는 개인 사업도 시작했다. “빨리 자수성가하고 싶었어요. 코로나19가 터질 줄 알았다면 사업 안 했을 텐데. 하하.”

매달 800~900대에 달하던 영업점 판매량이 최근 많게는 400대, 적게는 180대로 줄었다. 지역 내 카페, 식당 사장들의 “힘들다”는 말을 들으며 판매량이 떨어진 이유를 짐작한다. 통신판매업은 방역대책의 직접 적용대상이 아니지만 간접 피해를 입었다고 허씨는 본다. 따로 차리려던 개인 사업장은 자택에 마련했다. 벌이가 좋지 않아 월세를 감당하기 어렵다 판단했다. “정부가 감염병 예방을 위해 자영업자들에게 희생을 강요하는 거잖아요. 경제권을 침해했으면, 보상이라도 제대로 해줘야죠.”

정부의 널뛰기 대책에 당혹한 사람도 있다. 서울 강서구 화덕 피자집 사장 주영민씨(34·가명)는 지난해 11월 시행된 단계적 일상회복(위드 코로나) 대책이 중단되면서 월 200만원대 중후반이던 수입이 최근 150만원 수준으로 반토막났다. 애초에 주씨는 위드 코로나 시행을 우려하는 입장이었다. “확진자가 급증하면 우리(자영업자)한테 그 부담이 고스란히 돌아올 텐데 싶었죠. 실제로 (위드 코로나 시행 후) 확진자 수가 7000명대에 이르니까 소상공인 목을 조르는 방향으로 가고 있네요.”

이들이 ‘가게를 정리할까’라는 생각을 안 해본 것은 아니다. 하지만 폐업에도 돈이 든다고 강씨는 말했다. “대출 전 은행은 대출금을 갚을 능력이 있는지 보잖아요. 원천징수 영수증, 부가세 납입 증명서를 요구하면서. 폐업을 하면 그 증명이 사라지는 거예요. ‘이 사람, 돈 못 갚겠는데’ 싶으면 바로 환수에 들어가는 거죠.” 가게가 있던 공간을 원상복구하는 것도 부담거리다. 카페 자리에 또 카페를 차리겠다는 사람이 오면 모를까, 대부분의 경우 공간을 가게 인테리어 이전 상태로 돌려놓아야 한다. 상가 권리금도 손해다. 강씨가 창업할 당시 1억7000만원이던 권리금은 현재 1억원 이상 떨어졌다. “권리금 못 받고, 원상복구까지 하면 돈이 ‘따따블’이에요. 폐업도 능력이 돼야 하는 겁니다.”

[2016 촛불시민이 본 2022 대선③]현실과 거리 먼 코로나 보상…“현장 목소리부터 들어달라”

소통 정권의 불통 행보…“누가 된들 바뀔까”

대출 지원은 ‘저리대금업’
소득감소분 대비 현금 지원을
인건비·임대료도 큰 부담

정인성씨(46)는 정부의 자영업자 대책과 관련해 가장 큰 문제가 “불통”이라고 말했다. “교통사고가 나도 손해사정이란 걸 하잖아요. 피해를 얼마나 입었는지 일단 듣고, 따져서 보상을 해줘야 할 텐데 그런 절차가 전혀 없어요.” 서울 강동구에서 당구장을 운영하는 그는 손실보상 대책에 대해 정부가 머뭇거릴 때 가장 실망했다고 말했다. “법이 없어서 손실보상을 해줄 수 없다며 (지난해) 7월까지 미루고는, 이젠 과거 손실에 대해선 보상해줄 수 없다고 하잖아요. 이럴 거면 진작에 손실보상특별법을 시행했어야죠. 자기들한테 필요한 법은 국회에서 날치기로 땅땅 두들겨 통과시키면서….”

그는 지난해 9월 국회 앞에 설치된 자영업자 임시 분향소를 기억했다. 코로나19 확산 후 경영난을 겪다 스스로 목숨을 끊은 자영업자들을 추모하려는데, 경찰의 제지를 받아 충격이었다고 했다. “우리 자영업자들의 어려움을 뭉개려는구나, 자영업자 울분이 모이는 것을 두려워하는구나 싶었죠.”

박지호씨(55)는 정부의 집회·시위 제한이 일관성과 공정성을 결여했다고 비판했다. “박원순 서울시장 분향소는 만들게 뒀잖아요. 왜 자영업자 집회만 철저하게 막는 겁니까.” 그는 민주노총도 집회 금지 처분을 받긴 했지만 막상 집회 현장에서 경찰의 제지가 자영업자들만큼 강경해보이진 않았다고 했다. 백화점이나 종교시설을 방역패스 적용 대상에서 제외한 것도 불공정한 조치로 봤다. 박씨가 2020년 6월부터 맘편히장사하고픈상인들의모임 사무국장으로 일하며 지켜본 현실이다.

정부가 내놓는 손실보상 대책도 일부는 받고 일부는 소외되는 결과를 낳았다. 일례로 지난해 3월부터 지급된 4차 재난지원금 소상공인 버팀목자금 플러스는 2019년 대비 2020년 매출이 줄어든 자영업자를 대상으로 했다. 망해가던 가게를 인수해 영업을 활성화하거나 가게 규모를 확장해 매출이 늘어난 이들은 똑같이 생존 위기에 내몰렸어도 지원을 받지 못했다. 박씨는 정부가 내놓은 방역대책과 손실보상 방안에 대해 “자영업 현실을 모르면서 내놓은 탁상행정, 표를 받기 위한 포퓰리즘에 불과하다”고 말했다.

자영업자 대부분이 현 정부를 부정적으로 평가했다. 주씨 홀로 “외교 정책은 잘했다”며 “(긍정·부정 평가) 반반”이라고 했다. 허씨는 “보수 정부가 경제는 잘했던 것 같다”며 윤석열 국민의힘 후보에 대한 투표 의사를 밝혔다. 박씨는 “정권교체가 무조건 돼야 한다”며 윤 후보 지지 의사를 밝히면서도 “그동안 ‘우장창창’ 등 사건이 있을 때 자영업자들 얘기라도 들어준 건 민주당이었다”고 했다. 그는 “작년엔 상가임대차보호법 바꾸자고 여야 의원들을 찾아가고 메일도 보냈는데 아무에게도 답변이 안 왔다”면서 “사회적 이슈가 될 때는 만나주지만, 그렇지 않을 때는 다들 보기 어렵다”고 했다.

자영업자가 꿈꾸는 미래

코로나 이전에도 생존위기
건물주 계약갱신 거절 등
기울어진 법·제도 고쳐야

자영업자들은 현재 정부의 손실보상 방안에 변화가 필요하다고 입을 모았다. 특히 대출 자금을 정부가 일부 감당하는 등 대출 지원책에 대해 “어차피 대출일 뿐”(허씨), “저리대금업”(강씨)이라고 혹평했다. 허씨는 방역조치 시행 이전 개개인의 매출과 그에 따른 소득 감소분에 비례해 정부가 현금을 주는 방안이 가장 필요하다고 봤다.

인건비·임대료 부담도 지적됐다. 최저임금 인상으로 인건비가 올랐지만 영업 현실을 고려할 때 해고는 쉽지 않다는 것이다.임대료 역시 큰 부담이지만, 건물주를 탓하는 기색은 보이지 않았다. 강씨는 “지난해 6월 건물주가 바뀌면서 ‘재계약할 때 건물 임대료를 최대한 올리겠다’고 하더라”면서도 “건물주 중에도 임대료가 주수입원인 사람도 있어서, 마냥 깎아달라고는 못하겠더라”고 했다. 그는 “월세만 지원해줘도 내 경우 현금 300만원이 생기는 꼴”이라며 “일본처럼 정부가 임대료를 지원해줬으면 좋겠다”고 했다.

대폭 확대된 배달시장을 고려하자는 주문도 있었다. 주씨는 “배달의민족이 총 매상의 10% 정도를 떼어간다”며 “배달 기사분들도 돈을 벌어야 하니까 배달 대행료는 어쩔 수 없지만, (플랫폼) 수수료가 비싼 것 같다”며 공공배달앱 도입을 주장했다. 부가세 일시 면제 등 대안도 거론됐다.

박씨는 “코로나19가 고통을 가중시켰을 뿐, 자영업자는 예전부터 힘들었다”며 “근본적으로 자영업자들에게 불리한 법·제도와 기울어진 운동장을 바로잡아야 한다”고 했다. 자영업 시장은 참가자 수가 많아 경쟁이 심한 데다 얼마 전까지 임대료 상승을 제어할 장치도 마땅치 않았다. 임대료 상한선이 낮아진 지금도 제도상 허점이 많다. 재건축을 이유로 건물주가 계약갱신을 거절하면 임차인은 권리금을 회수하기 까다롭다. 계약기간 내 연체된 임대료의 액수가 석 달치 월세에 달한다면 상가임대차보호법의 적용대상에서 제외돼 계약갱신 청구를 거절당할 수 있다. 박씨 자신도 2012년부터 운영하던 카페 자리에 건물주가 카페를 차리겠다며 재계약을 거부해 2019년 쫓겨났다.

자영업자들은 정치권이 평소 소상공인들의 이야기를 듣고 현장을 파악하는 것이 우선이라고 했다. 강씨는 방역패스 확인 지침을 위반할 때 처벌이 불공평해 문제라고 했다. 업소 운영자는 과태료 150만원을 물고 10일간 영업을 정지당하는 반면 이용자는 벌금 10만원만 내면 끝이라는 것이다. “5 대 5로 책임을 진다면 모를까, 상인 입장에선 당연히 불만이 쌓이죠.”

일부 상인은 정부가 돈 한 푼 들이지 않으면서도 ‘센스 있는’ 대책을 내놓을 수 있었다고 했다. “큰 직장의 출근시간을 30분~1시간 단위로 5부제 운영했다면 점심시간 식당 밀집도가 떨어져 자연히 거리 두기를 이루면서도 전체 손님 수가 줄지 않았을 거예요. 마스크를 자영업자들에게 우선 지원했다면, 마스크를 원하는 시민들이 한번이라도 더 식당·카페·편의점 등 업장을 찾지 않았을까요. 만만한 자영업자에게 행정명령을 내리고, 불만이 터져 나오면 보상책을 고민하는 일이 반복되는 건 현장을 모르기 때문이에요.” 박씨는 “정치인들이 선거철이나 문제가 터졌을 때만 호들갑 떨지 말고, 평소에 상인들을 좀 만나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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