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촌세브란스로 이송…생명엔 지장 없어
윤호중 “혐오 범죄 목도…다양성 인정을”
송영길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7일 서울 서대문구 신촌에서 선거 운동을 하다가 한 노인이 휘두른 둔기에 머리를 가격당하는 사건이 발생했다. 20대 대선 본투표를 이틀 앞두고 벌어진 폭행 사건에 여야 모두 “민주주의에 대한 심각한 위협”이라고 규탄했다.
송 대표는 이날 낮 12시10분쯤 신촌 유플렉스 앞 광장 유세 현장에서 A씨(70)로부터 둔기로 머리를 3~4회 맞았다. 사건을 목격한 송 대표 측 관계자는 기자와 통화에서 “송 대표가 현장에 도착해 유세를 준비하는 찰나에 가격을 당했다”며 “피가 나서 신촌세브란스병원 응급실로 이송돼 응급처치를 받았다”고 말했다. 두피 열상 봉합치료를 받은 송 대표는 이날 예정된 유세 및 방송출연 일정을 모두 취소했다. 김영진 민주당 선거대책위원회 총무본부장은 기자들과 만나 “CT(컴퓨터단층촬영) 결과 두개골 바깥층이 부분 함몰됐으나, 뇌출혈 등은 없는 뇌진탕 소견을 받았다”며 “부상 정도가 심각하지는 않지만 안정이 필요한 상황이라는 의료진 판단에 따라 병원에서 하루 정도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가해자 A씨는 현장에서 제압돼 공직선거법 위반(선거운동 방해)과 특수상해 등 혐의로 경찰에 체포됐다. 한복에 검은색 벙거지 모자를 쓴 A씨는 당시 셀카봉을 든 채 촬영을 하고 있던 것으로 전해졌다. 정치 유튜버 활동을 해온 것으로 보이는 A씨는 앞서 자신의 유튜브 채널에 주로 종전선언과 남북통일을 주장하는 영상을 올려왔다. 송 대표가 한·미 합동훈련을 시행해야 한다고 말한 것에 불만을 품고 그의 사퇴를 주장해온 것으로 파악됐다. 지난달 27일 올린 영상에서는 이낙연 전 민주당 대표의 사퇴로 보궐선거가 진행되고 있는 서울 종로에 민주당이 공천을 하지 않은 것을 비판했다.
민주당은 이번 사건을 즉각 규탄하고 나섰다. 선대위는 입장문에서 “폭력으로 선거운동을 방해하는 것은 민주주의에 대한 심각한 위협”이라고 밝혔다. 윤호중 민주당 원내대표는 송 대표 피습 직후 신촌 유세에서 “우리 사회가 아직 안전한 사회가 아니고, 정치적 견해에 따라 얼마든지 혐오 범죄가 일어날 수 있다는 걸 현장에서 목도한 게 아닌가 싶다”며 “다양성을 인정하고 나와 생각이나 지향점이 다른 사람이 있어도 함께 공존할 수 있는게 민주주의”라고 강조했다. 이재명 후보도 이날 부산 유세에서 소식을 들은 뒤 “폭력은 소중한 민주주의를 훼손하는 행위로 결코 있어서는 안된다”고 밝혔다.
송 대표는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저는 견딜 수 있다”며 “함께 있던 청년들이 다치지 않아 다행이다. 각자 자리에서 최선을 다해달라”고 밝혔다. 송 대표는 “서로 다른 생각을 갖고 있더라도 폭력은 있을 수 없다. 증오와 적개심이 아니라 선거 과정이 국민통합의 장이 됐으면 좋겠다”라고 말했다고 김 본부장은 전했다.
민주당은 선거일까지 전국 유세 현장의 안전 강화에 더 만전을 기하기로 했다. 권혁기 선대위 공보부단장은 “돌발 사고가 일어나지 않도록 안전을 더 강화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가해자 A씨가 친문 성향의 여권 지지자라는 일각의 주장에 대해선 “경찰이 경위를 발표하기 전 떠도는 이야기는 모두 ‘카더라’(소문)일 뿐”이라고 했다.
야당도 “어떤 경우라도 폭력은 정당화될 수 없다”고 함께 비판에 나섰다. 윤석열 대선 후보는 SNS에 “선거를 방해하는 그 어떤 폭력도 결코 정당화될 수 없다”며 “선거는 국민 앞에 비전과 정책, 능력 등을 평가하는 시험대이자 민주주의의 축제”라고 밝혔다.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는 SNS에 “해당 (A씨) 유튜버 채널을 보니 오랜 기간 송 대표님을 따라다닌 것 같은데 계획된 범죄인 것 같다. 병원으로 이동하셨다고 하는데 무탈하시길 기원한다”고 밝혔다. 권영세 국민의힘 선대본부장은 “어떤 경우라도 폭력은 정당화될 수 없다. 다시는 이런 일이 없어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여영국 정의당 대표도 SNS에 “민주주의 사회에서 정치적 견해가 다르다는 이유로 타인의 신체에 폭력을 가하는 것은 절대 용납할 수 없는 중대범죄”라며 “송 대표의 빠른 쾌유를 기원한다”고 밝혔다.